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6-08-03 00:26:55
조회수 10,060

(후속편) 재수 때 수능후 논술 및 정시상담 썰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8881558



이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 편을 읽는데 필요한 배경스토리가 될 수도...)

=========================================================

수학B형 1등급(100점)으로 안전 경로에 올랐다가

국어의 배신과 화학의 통수로 탈락 위기에 몰렸을 때

생명과학II가 홀연히 나타나 나를 구해준 것이었다.

(이전 편에서 일부 인용)

-----------------------------------------------------------------
(재수 당시의 시각과 심정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였습니다. 그게 옳든 옳지 않든)

그렇게 다음 날이 밝고

이후 남은 수시와 정시를 위한 상황 파악에 들어갔음


물수능과 과탐 불바다의 혼란으로 인해

남은 논술 2개 중 어느 것을 쓰고, 어느 것을 쓰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음


결국 수능이 어떻게 돌아간건지 상황파악도 하고

학원선생님들 얼굴도 좀 보는 겸

학원에 가보기로 결정함


교대역에 도착해서 팀플장학금 광고를 감상하면서

6층 교무실로 조심스럽게 가보니

장OO 수학 선생님이랑 최OO 수학 선생님이 계셨음

(약간 고증이 떨어질지 몰라도 이해좀)


먼저 담임선생님이 어디 가셨는지 여쭤봄

담임선생님은 어디 잠깐 여행가셨다고 하심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해보니 안 받으시는 중


"하... 논술 뭐 볼지 고민이 되는데 담임쌤은 연락이 안되시네..."

초조해하면서 잠깐 발을 동동 굴림

입시정보 수집도 하면서 상황파악도 좀 할 겸

먼저 최OO 선생님께 안부를 여쭤봄


"선생님 안녕하세요 ㅎㅎ"

"어 OO이구나. 어 그래 이번 시험은 잘 봤어?"

"원점수합이 374이고 과목별로는 국어가 이렇고... 수학이 이렇고... 하게 나왔어요."

"그정도면 나름 괜찮게 본 것 같은데?"

"아 그래요? 부모님은 못 봤다고 이야기하셔서..."

"에이 그래도 잘 본거지 뭐"


잠깐 혼자서 신나가지고

교무실 밖으로 나온 다음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거봐요 못 본 거는 아니라잖아요!" 라며 자뻑용 전화를 함


잠깐 기분 좀 축내고 다시 들어와서

교무실에서 잉여처럼 거리고 있다가

장OO 선생님에게 슬쩍 논술 원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물어봄

(뭔가 개인적으로는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 나쁘게 말하면 무섭게 생겨서 조심스럽게)


"선생님 이번에 논술 뭐뭐 봐야 하고 뭐뭐는 안 봐도 되는지 여쭤볼 수 있나요?"

"음... 그래 논술 최저들은 어떻게 되었니?"

"의대 4개는 최저를 못 맞춘 것 같고... 고대 생명과학부랑 성대 자연과학계열은 최저를 맞춘 것 같아요."

"음... 그래 과목별 성적은 각각 어떻게 나왔는지 말해봐"

"수학은 100점 나왔고요."

"그래 잘했고."

"영어는 94점으로 2등급. 국어는 좀 망해서... 93점."

"그렇군."

"화학I은 망해서... 40점인데 2등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생명과학II는 뭐... 47점으로 1등ㄱ..."

"47점...? 와... 생2 47점을 맞았다니..."

"이번에 생2가 많이 어려웠나요?"

"이번에 생2가 엄청 어렵게 나와서~ 48점 이상이 거의 없어~"

"그렇구나..."

"음... 고대는 일단 보는 게 좋을 것 같고!"

"네"

"성대논술은...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해!"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성대 논술을 안 봐도 된다.'

즉 정시로 성대 이상은 갈 수 있다.

이 말에 "휴... 수능을 그렇게 말아먹은 건 아니구나"

하면서 혼자 속으로 자축함


교무실에서 다른 수학선생님께도 인사하고

"이번에 수학이 완전 물로 나와서요 선생님"

"그래도 1등급은 받았다고 했으니 다행이지"


곧바로 5층 데스크에 가서 최저 못 맞춘 의대논술 강의랑

성대 논술 강의를 환불함


환불신청을 하던 중

선행반 때 같은반이고, 정규반 때도 가끔씩 이야기했던 애를 만남


"이번에 시험은 잘 봤어?"

"에고... 이번에 국어랑 화학을 망쳐가지고... 이번에 어떻게 되었어?"

"한... 원점수로는 390 부근 된 것 같아."

"그래? 완전 잘봤다"

"강OO 선생님 수업 때 화학 도움이 엄청 되었던 것 같아."

"그 때 공대 목표로 한다 그랬었지."


식으로 여러 잡담들을 나누다가

박승동 원장이 그 애를 불러서 

"의대말고 공대로 진학할 생각인거지."

"그럼 혹시 나중에 인터뷰 같은거 블라블라"

(참고로 나중에 '의대 대신 공대를 선택한 학생들' 관련으로 방송 인터뷰에 나왔음)

같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옴

담임 선생님한테 수능 성적 이야기 하고

논술 최저 충족 여부들을 말한 다음

어느 걸 봐야 하고 어느 걸 안 봐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담임선생님 "음... 고대랑 성대 둘 다 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화학은 그래도 2등급일 가능성도 있고... 아 영어는 92점이 아니라 94점이에요! 확실해요" 

(그 전날에 영어 92점이라 보냈었음)

선생님 "아 그러고보니 성대 공학계열이라고 그랬었...나?"

나 "성대 자연과학계열 썼었어요."

선생님 "아 자연과학계열... 그럼 성대는 안 써도 될 것 같다!"


확정적인 답변을 받기 전까지는

"의대 목표로 했다면서 학교 잘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하지..."하고 불안해하다가

(지극히 학벌주의적 반응이지만 그 당시 수험생의 반응이었음을 고려해주십시오. -_-)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확정적인 답변을 받고나니

"아 그래도 성대 이상은 갈 수 있겠구나... 다행이야"

하면서 안심함


시간을 보니 문득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가서

일식집에서 간단하게 먹으면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국어 문법 문제들과

그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서 잠깐 휴식을 취함


그리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와서

7층 교무실에서 남OO 영어 선생님이나

"영어 빈칸 33번인가 그거 연계였잖아요"

김O 수학 선생님께 안부를 여쭈고

"이거 포물선 공식에서 1/a+1/b=1/p은 엄청 편했던 것 같아요"

(사실 수능관련 잡답이었음)


계단에서는 전OO 국어 선생님
'
6층 교무실에서 정OO 국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던 중

최고득점자들 정보가 모이는 걸 듣기 시작함


"이번에 서메 최고 득점자는 원점수가 398점인거 같아."

(설의간 사람일 듯)

"가채점 안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정보가 잘 안 모여"

"OOO선생님. 애들 가채점 결과 연락은 되나요?"

"이번에 강대 쪽 보니까 지금까지 만점자는 없는 것 같던데?"

(는 강대 만점자 우수수였지만...)

"이번에 고3 현역들이 수능을 잘 봤어."

"강남쪽에서 파악된 만점자만 해도 4명 정도 나온 것 같은데?"

"한 명 만점자는 OO고에 여학생이고 또 다른 만점자는 블라블라..."


대충 교무실에서 잉여스럽게 있으며

정보나 주숩주숩하다가 오후 3시 쯔음에 귀가함


그렇게 주말은 지나가고

월요일부터 학원 논술 수업이 시작됨


혹시나하면 역시나

1년 전처럼 또 늦게 감 -_-;;


논술 수업동안

"오오오 저런 풀이가" 하는 경우가 다수였기도 했고


그러던 어느날

박승동 원장이 들어오는 날이었음


박승동 원장이 문득

"이번에 경희대의대 논술시험 보러간 사람 있어요~?"

손을 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음


"이번에 수학 1컷이 100...100이라서 최저를 맞춘 경우가 별로 없었어요."

"하도 최저를 맞춘 사람들이 적어서 이름쓰고 적당히~ 쓰기만 해도 붙을 정도에요"


그 때 문득

"아 내가 최저를 맞췄다면 저걸 웃으면서 들었을텐데..."하고

혼자 우울해 함

그러다가 "나는 수학 100을 맞췄는데... 그 잘한다던 국어서... 어찌 이리 됐누..."하면서

또 혼자 슬퍼함


그러던 중 생명과학II 8번에서

제기되기 시작하는 복수정답 논란...

문제는 복수정답이 인정될 경우

기존에 정답이었던 나는 백분위와 표준점수에서

다소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던 것


M사 배치표 상으로도 생명과학II 8번 복수정답이 인정안된다면

K와 Y 공대빼고는 (어차피 공대는 노관심이었으니)

합격이 된다고 나왔지만


생명과학II 8번 복수정답이 인정될 경우

그 한 칸 밑으로 내려간다고 계산이 나오는 상황


"아... 이거 제발... 인정 안되야 하는데.."

하면서 복수정답 시비에 대해 불안해 하면서 발을 동동 굴림


그렇게 고대 논술 당일날이 되었는데

"아 이거 정시로 충분히 될 것 같은데 굳이 논술을 가야하나..."

"이거 왠지 다른 거 질러도 될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드는 거임


그런 생각이 드니까 또 이유없이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발을 동동 굴러서


처음에는 먼저 학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해봤는데

안받으시고...

장OO 선생님한테 전화해봤는데

"생명과학II 8번 복수정답... 그거 영향 받어?"

"기존에 이미 맞춰서요..."

"음... 그렇다면 봐야 할 것 같아."


택시 안에서도 계속 불안해해서 고1 담임선생님한테 전화해봄

(고3 담임선생님은 감정 안좋은 일들이 좀 있어서)


"이번에 애들이 죄다 시험을 잘 봐서... 너 점수정도 되는 애들이 수십명이야."

"고대 논술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어차피 요즘 수능은 쉽게 나와서 반수하기가 쉽거든?"

"이번에 그 만점자 한 명도 반수생 출신이잖아. 예전과는 달리 반수를 한다고 해서 성공 확률이 줄지는 않아..."

"뭐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일단 들어간 다음에 보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반수를 하는거고..."


그래서 마음을 추스리면서 

"그래 의대는 어차피 물 건너간거지? 현실을 직시하고... 보자"

라고 마음을 다잡았음


...했는데 또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임

"아 이거 의대 물 건너간 거... 재입학 제도가 있다는데 그거 이용해볼까?"

그래서 고려대학교 학칙 뒤져서 택시 안에서 별 개난리(?) 다 치다가

(하...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갑니다 -_-)

부모님한테 (일시적으로) 참교육당하고 가만히 수그러듬

(부모님 "규정을 잘못 해석한거야 임마!" / 나 "아니에요!" / 부모님 "이거 봐!" / 나 "아...아니 투덜투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는 차가 엄청나게 밀려서

또 우왕좌왕하다가 겨우겨우 근처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김밥이나 점심으로 먹음


그러고나서 고려대 정문을 통해 시험장을 찾으러 갔는데

"아... 시험장 장소를 체크 안하고 왔네?"

수능 끝났다고 펑펑 놀다가 체크 안한 거였음... -_-

거기에 더 가관이었던 것은

"어 이런... 시계도 놓고 왔다."


또다시 부모님께 참교육당할 위기에 놓이던 중

시험장 안내하시던 분이 있어서

부랴부랴 가서 시험장이 어디냐고 물어봄


수험표를 보고서 시험장이 서관(문과대학)임을 알고서

급하게 시험장으로 감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던 상태여서

제시간에 들어갈 수 있었음


들어가면서 "얼마나 왔는지 한번 둘러볼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뺵빽한 거임

"...의대 논술장은 텅텅 비었다는데... 여기로 몰린건가..."

하는 와중에 감독관이 들어오고

논술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눠줌


익숙한 답안지에 마킹을 하고

익숙한 시험지 표지를 보다가

시험이 시작되고 표지를 넘김


"수학... 음... 벡터구나... 그래도 재수동안 논술 공부는 좀 했으니... 후훗"

하면서 좀 허술한 논리가 끼어있었던 기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백지없이 수리논술 마무리


생명과학 논술을 펼쳐보니...

"생명과학II 유전자와 발현 파트! 신난다 이건 거의 주는 거잖아!"

하면서 신나게 슥슥 풀어서 서술해냄

"후... 이렇게 완벽한 답안을 볼 수가 있나... 수능 성적도 거의 정시급인데 합격은 당연하겠지?"


시험이 끝나고 나서 만족스럽게 귀가


"어차피 논술 답안도 잘 서술했고... 수능 성적도 정시로 갈 성적급인데... 합격은 당연히 시켜주지 않겠어?"

하면서 주변에도 곧 합격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안심하면서 컴퓨터 게임이나 실컷 함


그러던 중 학계에서 생명과학II 8번이

복수정답이라는 의견서를 연이어서 내고

결국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백분위는 99가 되버림


"하... 평가원 이 xxx들..."

속으로 분을 삭혔지만

교수님들이 그랬다는데 교수님을 믿어야지....


그리고 시간은 지나서 발표 당일 날

"훗... 합격 발표를 볼까... 이제 진짜 자유가 올테니 열심히 놀아야지"

하면서 합격자 명단 확인을 했는데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불합격에 뭔가 억울하거나 아쉬움보다는

황당한 감정과 화난 느낌이 듬

"뭐지...? 다 썼는데..?"

"아니... 내가 왜 불합격인데!"


1년 전에는 멘붕이었다면

그 때는 멘붕과는 다른 황당함이었던 거임


그래도 바로 추스리고서

"아 이제 정시 써야지..."하면서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학원 정시 상담날짜를 잡음.


그리고 대망의 학원 정시 상담날...


학원 교무실 앞에 다가갔다.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상향의지와 하향의지의 대결 속...

상담받는 학생과 상담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정시 상담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담임선생님 앞에 앉았다.


뒤에 있는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서

"이정도 성적이면 현실적으로 인하대 공대도..."

라는 말이 들렸는데

순간 "아... 이거 상담결과가 어느정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긴장을 했다.


"어디보자... 수능 성적이... 맞지?"

(딸깍 딸깍)

"네 맞아요."

"특별히 원하거나 피하는 과는 있어?"

"되도록이면 생명쪽을 원하고... 공대는 피하고 싶어요."


종이 배치표를 꺼내는 담임선생님

형광펜을 꺼낸 다음 

점수대를 표시하고서

아까 말한 조건에 맞는 과들을 표시하기 시작함


"원서를 쓸 때는 최소한 하나를 안정으로 써야하거든..."

"가군은 서성한 중 한 곳 안정으로 박는 게 좋겠어... 어디가 좋아?"

"성대 자연과학계열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나군 보자."


"나군은... 연고대는 상향이라고 봐야해... 그래서 가군을 안정으로 넣고 나군을 지르는 거야... 그래... 연대 생화학과랑... 연대 시스템생물학과... 이 두 곳이 좋겠다."

"연대 화학생명공학부는 이름에 생명이 들어갔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대야 공대... 그래서 나는 이 두 개가 좋다고 생각해..."

"뭐 어느 과를 결정할 지는 경쟁률같은 거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럼 이제 다군을 보자."


"다군... 홍대 공대는 현실적으로 매우 아니고... 그냥 여기는 의치한 중 적당한 거 하나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다군에서 커트라인들에 비해 점수가 모자라겠지만... 기왕 지르는 거... 단국대 의대랑 강릉원주대 치대... 상지 한의대 이렇게 세 개 중 마음에 드는 거 하나 지르면 될 것 같아."

"어차피 다군은 지르는 거니까 말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평화로운 정시상담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의 생각과 정시상담 결과는 불일치했다.

그리고 그 불일치는 나에게 약간의 의문과

불만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저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그래... 질문이 뭔데?"

"가군 원서...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나는 며칠 전부터 준비해온 자료를 

가방 속에서 조심스럽게 꺼냈다.


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다음 편에 계속-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