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너엘레나 [404231] · MS 2012 · 쪽지

2016-06-01 21:22:00
조회수 3,544

[래너엘레나] 합격의 경험은 짧은 사랑 뒤의 이별과 같다. (BGM)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8509607






래너엘레나입니다.


이번 칼럼은


'연세대 의대에 붙었을 때 성취의

순간과 그 느낌은 어땠나요?'


라는 어느 독자분의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바로 가보겠습니다.




-




'합격'



인터넷 창에 떠있는 그 두 글자를 보았을 때 나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을 건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거봐, 잘 될거라고 했잖아.'



바로 그 때, 수험생 시절 내가 겪었던

모든 순간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누군가가 나를 믿고

또 내가 나를 믿어왔던,


그렇게 그 느낌을 소중히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냈던


그 모든 나날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루는 지나가는게 아니라

쌓이는 거라고, 누적되는 거라고,

그렇게 되내이며


결과에 대한 가능성으로서

가능성의 씨앗이자 

거름이 될 하루들을


정말 소중히 보내왔던 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돌이킬 수 없었다.


그것은 떠오르는 태양이나

지는 달, 밀려오는 바다처럼


누구도 제지할 수 없는

순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것은 절대 어디에 남겨지거나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지체된 시간 탓에 누군가를

속썩이지도 않았다.


마치 군중들이 화려한 퍼레이드의 무용수들을

자신의 앞으로 스쳐지나가게 하듯


각얼음이 들어있는 시원한 탄산음료를 삼켜서

목 안쪽 점막 어딘가를 스쳐 지나가게 하듯



합격의 순간은 그렇게,

'나'를 스치듯 통과했다.




마치 인간의 삶이란 것이

단지 그러한 쾌락적인 환희와 

그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기쁨


지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통로

불과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환희의 감정과 느낌은

딱 2주 정도 지속 되었다.


그 이후엔 합격의 느낌이란 것은 사실

서로에게 무관심해진지 오래되어


이별을 눈앞에 둔

위태로운 어느 커플처럼

무감각해져서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짧고 강렬했던 합격의 순간

그 감정이 지속되었던

2주의 시간을 위해


버티고 또 버텨오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으려


하루 하루를 살아냈던

수년 간의 수험기간


나의 인생에서 손꼽히는

가장 값진 경험이 되었다.



후회는 전혀 없었다.


남녀 사이에 불꽃 튀는 사랑의 목적이

후에 마주할지 모를 이별의 아픔이 아니듯.


성취의 경험과 그 느낌은, 그것이

얼마나 짧게 지속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충분한


목적이자,

이유였다.



합격과 성취의 경험은,


짧은 만남 뒤에 이별의 아픔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것과 같다.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이별의 격통(膈痛)보다 중요한 것은

그토록 오래 그려왔던 그 혹은 그녀와의

진실한 사랑의 경험일 것이다.


만약 그 시간이 단 하루 뿐일지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




from. 래너엘레나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나태주, <내가 너를>








이 글이 도움 되셨다면  좋아요 꾹!







질문은 쪽지로!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