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과 의학교육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70013712
0. 필자는 19학번 의대생이다. 이 나이 먹고 수험생 커뮤니티에 글 싸는 이유는 수험생들을 위한 선의의 정보 전달, 심심풀이, 하소연 정도다.
1.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관점과 25 의대 지원을 말리고 싶은 이유만 말하겠다. 그 외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이야기 중이다. 의사건 정부건.
2. '의대 교육의 질 저하'가 증원을 반대할 가장 정당한 이유다. 혹자는 '정부가 교육의 질 저하가 없도록 투자한다는데?' 라고 반문하겠지만, 의대 교육의 질은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3. 의대 교육을 이야기하려면, 의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를 먼저 이야기해야한다. 의사는 '경력 있는 신입'이 필수적인 직종이다. 3월에 병원을 가지 말라는 우스개소리는 가장 미숙한 '인턴(수련의)'이 병원에 입사하는 시기가 3월임에 기인한다 (미국은 7월에 병원가지 말라한다). 그럼에도, 아무도 인턴이 의료사고를 내길 바라지 않는다. 인턴이라고 민형사소송에서 면제되던가?
4. 그럼 경력 있는 신입을 어떻게 키우느냐? 정답은 병원 실습이다. 의대생을 2년 동안 병원에서 풀타임으로 굴리면서 의사로서 길러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면, 교수가 학생에게 환자 1명을 배정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이 실습의 기본 틀이다. '네가 이 환자를 맡아보렴'. 그러면 학생은 환자에게 직접 가서 병세를 물어보고, 그간의 치료계획을 바탕으로 내일의 치료 계획을 세운다. 그 후 교수가 이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실습이다.
5. 결국 '경력 있는 신입'을 길러내려면 환자, 교수, 학생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대학병원에 환자 수 자체는 많지만, 학생에게 '교육적'이고 '협조적'인 환자는 많지 않다. 학생에게 그만한 교육열을 보이는 교수도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 수만 2, 3배로 늘리겠다는 것은 의학 교육의 파멸을 의미한다.
6. 더 나아가서, 안 그래도 교육 자원이 부족한 지방의대만 증원됐다. 감히 말하건대 그 대학들은 절대 정상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
7. 서남의대 폐교를 기억하는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아시아 최초로 의대 평가기구로서 출범한 후 폐교시켜 버린 의대다. 평가원의 잣대, 즉 국제기구의 잣대로는 증원 예정 지방의대도 모조리 폐교대상이다. 강의실을 더 짓건 (그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만) 조교수를 마구잡이로 임용하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8. 정부도 이를 잘 알기에 평가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수차례 반복 중이다. 그러면 시나리오는 셋 중 하나다.
9-1. 평가원이 국제기구의 잣대로 지방의대를 모조리 폐교시킨다: 불가능하다 본다. 이러면 증원은 뭐가 되고 남겨진 의대생은 다 어디로 가는가? 서남의대 하나가 폐교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9-2. 증원이 취소된다: 잡음은 있겠지만 정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큰 문제는 마지막 경우의 수에 있다.
9-3. 평가원이 무력화되고 증원을 강행한다: 겉보기엔 25 수험생들에게 희소식이겠지만, 이 경우 한국 의대는 국제 사회에서 배척당한다. 단순히 '평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기구(WFME, ECFMG)는 한국 평가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한 후, 한국 의대 전체를 국제 의대 목록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중국에 선례가 있다.
10. 결국 증원에 혹해서 올해 의대에 지원할 경우 결말은 셋 중 하나다.
10-1. '증원될 줄 알고 지방의대 지원했는데 철회돼서 입시 실패하기'
10-2. '허울뿐인 의대에 가서 국제 사회에 발 들이지 못하는 불가촉천민 의사조무사 되기'
10-3. '메이저의대 갔는데 지방의대랑 묶여서 통째로 국제왕따 되기'
11. 올해 의대 입시에 성공하는 단 하나의 수는 '메이저의대 갔는데 지방의대 증원 취소되서 강건너불구경하기'다.
끝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문만 시즌 start 정답은 하루 이틀 뒤에
-
https://orbi.kr/00069789715/ 이것처럼 분석해 드립니다...
-
강민철 현강 1
신청 많이 빡센가요? 콘서트 티켓팅마냥 네이비즘 켜놓고 대기해야할정도인가요??
-
오백원에 팔면 팔릴까
-
그냥 무지성 륙군박치기 해야하나 .....
-
2023년 봄에 입대했고 25년 초 전역예정입니다. 입대 전에 봉사, 토익은...
-
수능 끝나고 심심할 여러분들을 위해.. 오르비 레전드 글들을 엄선해봤습니다....
-
깜짝놀람 8학군 상산고 자사고 ㅈ반고 나발이고 다 같이 재수각재는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전드네 진짜
-
백분위 97뜰만할까요???
-
통칭 의치한약수의 장점은 ㅈ같으면 때려치면 된다 << 이걸로 요약됨 개원 개국...
-
단과 신청을 왜 수능전에 받아 ㅅㅂ 재수생은 재수 생각하고 미리 신청하라는거냐 ㅅㅂ
-
냥☆
-
. . 저런... 고민하던 사이에 어떤 기만자가 “현역“과 “카이스트“를 둘 다...
-
2월에 공군 입대 예정인 서성한 인문 재학생이고 현역때는 4,5섞인 등급이었고 재수...
-
ㅈㄱㄴ
-
내년 겨울방학 단과신청 하려고 하는데 언제 열리는지 아시는분 계실까요
-
공통 4틀 보다 불리한가요..??
-
다른 일 하라는 소리 하지 말고 진지하게
-
내년1학기 때 모든과목 재수강하고 2학기 때부턴 원래대로 다니는거면 걍 졸업이 1년 미뤄지는거지??
-
으흐흐.. 2
-
지인 소개 아니면 보통 어디서 구함?
-
28이후 수능에서 수학에 미적2와 기벡이 들어가는 가능세계 1
가 있으면 좋겠군요.
-
제발 ㅜ
-
.
-
도와주세오ㅠㅠ
-
좀 복잡한가요? 신고자가 입증해야되는거 많고 그런가
-
이번 수능 확통이 61점 확통에서만 4개틀려서.. 확통 잘가르쳐주시는 강사분...
-
'바람벽'의 '바람'은 '벽'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현재는 사어가 되었습니다만...
-
반수 공부 시작 8
언제부터 하셨나요? 12,1,2월엔 어찌 하셨는지 조언 부탁드려요!
-
사문이 45점인지 43점인지 애매합니다 고경제 가능할까요?
-
재밌겠따
-
얘가 찐 수능중독인데 아마 이번이 8수인가 작년까진본거맞는데 수능 중독...
-
수행 몇개 끄적이고 영단어 몇개 외운거같은데 벌써 기말고사 3주남았네 ㅋㅋㅋ...
-
어떻게 생각함?
-
N수를 하게 된다면 미기확 가형 세대가 지금 공통 세대한테 당했듯 통과 현역들에게...
-
요새 고등학생보다 더한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소프트웨어...
-
논술 1
중앙대 건설환경 플랜트 논술이랑 한국외대 논술중 뭐가 더 가능성 있을까요? 둘다...
-
재종 높반가고 싶은데 10
높은 점수로 6평편입하면 높반 드갈수 있음? 지금 수능성적 과탐 꼴박이라 지금보다...
-
4 6 2 4 4 문과 여자이고 농어촌 가능합니다 삼육대 한림대 경기대 3여대 가능할까요,,
-
라인부탁드립니다 6
백분위 81 96 영어1 75 89 대학 어디쯤 가능할까요?
-
귀여워
-
솔직히 2023년 시즌에는 공통문제들 11번부터 땀나고 좆같았는데
-
러셀 기숙 0
예비고3인데 지금 신청하면 늦었겠죠?
-
보법이다르네요제가
-
확통에서 도 나와요? 제가 확통을 안해서 통계만 들어보려구요
-
강대재종 s2 0
수능을 워낙 망쳐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9모 3합5(수학92점)로 지원할 예정이고...
-
중앙대 기계공 6
메가가 원래 후하게 주는 건가요? 이 성적으로 중대 기계는 힘들다고 하는데…...
-
ㅈㄱㄴ
정말 의사가 하고 싶다면 2025학년도 입시를 치르고 일단 입학? 또는 들어가자마자 의도치 않게 휴학? 된다면 입시를 한번 더 준비해서 학교를 갈아 탈 준비하는게 개인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상황은 과거 정원 3058명 뽑아도 교육 마비될 수준인데 4500명을 뽑아서 한해에 7500명을 교육시킨다? 상상이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