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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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그날
오빠 말고 내가 죽었으면
다 좋은 거 아니었을까
왜 효자에 사랑받고 촉망받던 오빠가 가고
짐승도 못되는 내가 세상에 남았는지.
오빠와의 기억은 다 날아가고
오빠의 유골함을 본 순간만 남아있다
그 안에 내가 있으면 좋았을걸
유딩때 아빠한테 너 같은 게 왜 태어났냐는 말을 그렇게 들었을 때
초딩때 엄마아빠가 내 앞에서 칼부림을 할 때
중딩때 나를 부정하며 방황할 때
고딩때 이유도 모르고 침체됐을 때
홧김에 죽었으면
행복도 없었겠지만 괴로움도 안 느꼈을 텐데
나를 사랑하며 살지도 못하고
죽지 않을 정도의 인간쓰레기로 살았다
내 가면 같은 존재가
남에게도 미움이고 충격이고
나에게도 슬픔이다
좀 잘 살걸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인간일까
아닌 척 살아보려 했지만
이 비슷한 기분이 돌아오는 건 왜일까
아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
인정하기 싫었다 나도 작은 행복도 큰 행복도 느낄 때가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이제 와 보니 나까지 속이는 가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장난 인간인가 보다
사실 잘 살려면 얼마든 잘 살 수 있었다
사연 없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나
내가 나를 좀먹는 인간이라서
평생을 병신같이만 살아온 게 누적돼서
오늘은 이렇게 살고 있다
솔직해지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고
거짓으로 나를 덮어도 아무도 나를 좋아할 수가 없다
나조차도.
내 지병의 원인을 찾았다
내 존재가 병인이었구나
나은 내일을 바라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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