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두달남았는데 12시에 일어나도 되나요?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69252436
스르르 눈이 떠진다.
몇 갈래 줄기의 빛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와
한쪽 벽을 비춘다.
한쪽에는 어두운 커튼이 쳐져있어 방 안의 분위기는 어스름하다.
방문 밖으론 티비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온 집안의 전등은 아직 꺼져있음을 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
바람은 어느덧 쌀쌀해진 바람에
엊그제만 해도 옆구리에 끼고있던 선풍기 대신에
지금은 따뜻한 이불이 내 양 겨드랑이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날씨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로 인한 육체적 감각은 따뜻한 이불이 나를 덮음으로써 잠시 잊히고
가을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어 그제서야 비로소
가을 바람이라며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것일 듯 하다.
바람이 다시 건듯 불어온다.
시계는 정오 부근을 가리키고 있다.
영락없는 주말이다.
무언갈 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때다.
무언가에 쫓겨 나 자신을 침대로부터 내몰 필요도 없다.
내 눈동자와 천장의 꽃무늬 벽지는 서로를 마주본다.
둥그런 모양의 꺼진 전등과 그 옆에는 작은 소화장치가 붙어있다.
전등 속의 무언가는 주사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은 소화장치는 당최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해본다.
저 책장 위에는 커다란 인형이 하나 있다.
눈을 마주친다. 혹여나 부담스러울까 시선을 옮긴다.
창문에는 뾱뾱이가 붙어있다. 그냥 바라본다. 별 의미도 목적도 없다.
책장에 잔뜩 꽂혀있는 책들은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어떤 부담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부담감은 나의 것이 아니기에 옆으로 치워둔다.
단지 그 책장과 책들의 존재 자체가 지금의 나를 완성시킬 뿐이다.
그 옆의 책상은 고즈넉히도 비어있다. 그래도 여전히 책상은 책상이다.
자연스럽게 집의 바닥으로 눈이 옮겨진다.
저 무늬에는 나이테가 보이기도 하고, 얼룩소의 얼굴이 보이기도 하며 여러가지 모양을 드러낸다.
이제 할 것이 없다.
할 것이 없어서 할 것이 생겼다.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이렇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이유가 생긴다.
여기서 벗어나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의 이유는 찾지 않는다.
이불을 밀쳐내며 벌떡 일어난다.
시계를 보고 급박함을 느낀다.
천장의 눈초리는 신경쓸 차도 없이 외면한다.
전등은 켤 필요가 없으니 계속 꺼져있도록 놔둔다.
소화장치와 커다란 인형은 쓱 훑어지지만 눈에 담지는 않는다.
창문의 뾱뾱이보다는 이제 추워졌으니 창문을 더 닫아둘까 생각한다.
책장의 책들 몇 개와 교감한다.
내가 책가방을 책으로 채웠기 때문에 책상은 잠시 비어있는 것이지
책가방을 비운다면 책상은 책상으로서 다시 채워지거나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나를 만들고 완성시킨다.
나 역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기로 마음먹는다.
바닥 무늬를 내 한걸음 한걸음 발자욱으로 밟아간다.
그 무늬의 의미를 짓밟는다는 생각도 없다.
수능 냄새가 느껴진다.
창문 사이 빛줄기는 집안 전등을 킴으로써 잊는다.
자연스러운 것이고 지금으로써 응당히 해야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즈막히 언젠가 다시 아무 생각 없이 편히 눕기를 내심 기약해본다.
그 때만이 가질 수 있고 지금으로써는 가질 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되는 의미가 오직 그곳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9월 22일, 디데이 53일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했으니까 찍기특강이나 봐야겠다
-
저 매년 엄마한테 받는데;; 옯평진짜 낮네요
-
기습ㅇㅈ 20
은 제 남은 복무 일자입니다...
-
해설을 봐도 잘 이해가 안되네요 ㅠㅠ 도표 개고수분들 풀이 좀 알려주세요...
-
공학전환할시 -> 인서울 약대 추가 개꿀 전환안할시 -> 딱히 알빠노
-
평가원보다조금빡센거같은데
-
수능 예상 9
수학 공통 2번 미분 계수 구하는 문제일듯
-
우주의 등속 팽창과 광선 역진의 원리 결합해서 빛이 이동한 거리 ㄴ선지에 출제...
-
나름 어려운걸로 단련하고 가도 수능장에서는 현장감땜에 힘든가요?
-
언매 OX 퀴즈 30
'잠꾸러기'에서 분석되는 형식형태소는 1개이다
-
유사 고백공격 당한듯 12
전남친이 빼빼로 6개짜리 보냈는데 이거 수능 3일 전 멘탈 공격 아님? 이새끼 반수한댔는데
-
뇌가 필요한 생각만 간결하게해서 잘풀리는거같기도하고... 근데 물론 위기대처능력은 떨어지긴함
-
여대->공학 0
대학이 여대에서 공학으로 바꾸는걸 말하겠냐? 당장에 생리결석도 좀 정확하게 하니깐...
-
인생좃박았다 진짜
-
그 학교 재학생은 아니지만 울학교도 아주 예전에 공학추진될 뻔한 적 있었는데...
-
모집 끝.
-
사탐런에 대해서…. 10
사탐런 어떻게 생각하세여?? 일단 전 내년 수능 보구 지금은 생지러이긴한데 사탐런이...
-
메디컬 자리 처먹고 옛날마냥 여성차별 받는시대도 아닌데 당연히 그 권리 누려야...
-
솔직하게 님들한테 욕먹을 생각하고 쓴거긴해요 ㅋㅋ 애초에 여기 오르비 꼬라지만 봐도...
-
화요일까지만? 수요일꺼지할까? 예비소집이라 학교도 가야해서 탐구랑 수학은 무조건...
-
한비자 지문(ebs교재에 있는거 그대로) 김원전 지문(ebs교재에 있는거 그대로)...
-
이대만 남기고 없애도 될거같은데
-
제일 어려울 것 같은 지문 예측 ㄱㄱ
-
현돌모가 실제 수능으로 나온다면 보정컷정도로 컷이 잡힐까요? 아니면 그냥...
-
이제 화요일이 오는군
-
수능 국어 잘 풀려고 논리학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걍 재밌어서 얕게 공부 중)...
-
대가릿속에 아무것도 안든거 같고 개멍청해진거 같은데 정상임?
-
개 뜬금없긴한데 4
내일 외계인한테 납치당해서 두뇌개조된 다음 초초고능아 돼서 수능 만점 받을거 같음 아님 말고
-
정법이랑 사문 오개념 없는편임? 생윤 오개념 많다해서 피한건데
-
꼴값 떨지마라. 수능은 그렇지않다
-
그동안 수험생활 버텨내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전 4수해서 의대를 갔고, 수능을 보는...
-
이렇게 두개 같이 먹어도 되나여?
-
ㄹㅇ 이거 밀고간다
-
너무 굳이굳이 아닌가 다른 그 성적대 대학많은데
-
하교하는 후배들이 재잘재잘 말하면서 교문 앞을 나서는데 아 여고시절이여... 벌써 아득하다
-
군수생 달린다 12
아ㅏㅏㅇ으ㅇ으으ㅏ
-
Delay Kim 좌 ㄷㄷ
-
내 후배들이 여자들만 들어오든 외계인이 들어오든 솔직히 내 알 바인가? 같은...
-
지구과학 특 1
지구윤리다, 암기만 하면 50이다 드립을 치며 덤벼들지만 생각보다 이해, 추론,...
-
요즘 쉬운거만 해서 그런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많이 나오는군...
-
ㄷㄷ..
-
믿거나 말거나 끝까지 안 읽었었는데 마지막에 이런 말 했구나 2
걍 뭔 의견이 나오던 댓글 안보고 이글로 갈음함 하나둘 읽을라했더니 뭔 ㅋㅋ 라고 하시네요~
-
미적황들 들어와보셈 11
이게 현장 풀인데 이 풀이가 최선임? 역대급 킬러 맞죠?
-
이제는 해야하는데 ㅋㅋ
뭐지
늦게 쳐일어나는게 저렇게 아름다운 말들로 포장이 된다니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