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e [930864]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4-03-29 14: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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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이 오르비를 많이 하면 안 되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67714497

우선 저는 오르비 덕분에 유명한 강사님 밑에서 3년째 연구 조교로 쭉 일하고 있고, 과외도 얻게 되었고, 공부법이나 컨텐츠(ex. 피램, 규토, 키스) 관련해서도 오르비 덕을 많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오르비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레벨만 보셔도 아실 겁니다!)


절대로 무작정 오르비를 까려는 것은 아니니까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ㅠㅠ


과외생이 고3이라 3모 끝났길래 오랜만에 오르비를 왔는데, 

역시 오르비는 수험생에게 득보단 실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오르비를 하는 대학생이나 선생님들은 다들 현생 알아서 잘 사시는 분들이니까 제외하고, 가끔 들어와서 정말 필요한 정보만 얻어가는 수험생분들이나 가끔 자존감 채우려고 '기만'하러 오시는 수험생분들은 제외입니다.)


오르비 정말 너무 좋은 사이트입니다. 아마 한국에서 입시 관련한 고퀄리티 자료는 오르비에 제일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실력있는 강사분들이나 고학력의 대학생분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오르비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험생들에게 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르비를 한지 얼마 안되셨거나 아직 수능 점수를 받지 않아 단순히 오르비를 많이 하는 게 얼마나 본인에게 안 좋게 작용하는지를 체감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수험생이 오르비를 많이 하면 대부분 이 세 가지 손해를 보게 됩니다.  


1. 감정 낭비 (+자아의탁)

2. 자기 객관화가 안 되게 함

3.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존감을 낮추게 함



1. 감정 낭비 (+자아의탁)


 

일단 오르비는 싸우는 분위기가 자주 형성됩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수험생에게 너무 자극적인 주제로 싸웁니다. '문과 vs 이과', '메디컬 vs 서울대', '의대 vs 한의대', '여대 관련 내용' 등 적기만 했는데도 벌써 투기장이 열릴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때 이걸로 싸우는 대학생들도 문제지만, 수험생이면서 '자아의탁'까지 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만약 내가 한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인데 오르비에서 '의대 vs 한의대'로 싸우면서 한의대를 비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수험생인 본인이 한의대생 빙의해서 의대생들이랑 싸우는 식인 거죠.. 대체 이게 뭔 짓입니까..ㅠㅠ 시간 낭비는 물론 감정 낭비도 되고 제3자가 보면 당사자들 싸우는데 당사자가 아닌 수험생들까지 껴서 싸우니까 정말 난장판입니다. 



2. 자기 객관화가 안 되게 함



오르비는 독특한 점이 본인의 학벌을 뱃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게 은근히 그 유저의 발언에 영향력이 생기게 합니다. 그리고 입시 사이트이다 보니까 학벌이 좋으면 성공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꽤 인정받습니다.(이 뽕맛을 못 잊어 좋은 학교 가서 이미 성불했는데 여전히 오르비에 유령처럼 남아있는 대학생들도 꽤 많죠.) 그런데 이런 분들을 워낙 가까이서 많이 보다 보니까 수험생들은 당장 본인의 실력보다 눈이 너무 높아지게 되고, 본인이 충분히 본인의 위치에서 잘하고 있는 건데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게 '장수생'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ㅠㅠ 본인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고통 받는 건 본인입니다.. 실제로 여기서 별 취급 받지 못하는 인서울만 해도 현실에 정말 몇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또한 낮은 등급대에서 엄청난 떡상을 이뤄낸 학생들은 당장 점수 올리는 것에만 신경씁니다.  내가 무조건 이 대학을 가야만 한다라는 마음에 사로잡힌 채로 점수를 올린 학생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냥 조금씩 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상위권, 최상위권이 된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과욕은 정말 금물입니다.



3.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존감을 낮추게 함


개인적으로 3이 가장 오르비를 많이 하는 수험생에게 큰 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비를 상주해 보면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글은 제외하고, 공부와 관련된 글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허영심'이 깔려 있습니다. 이게 어떤 식으로 글이 써지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나 오늘 N제 하루 컷 했는데 어렵더라 ~

(하루 컷 할 능력이 됨을 강조함)


2. 아 드릴 다 풀었는데 할 게 없네 ~

(남들 개념, 기출 공부하는 시기에 써서 본인의 진도가 빠르다는 것을 강조함)


3. OO 수학 실모 계산 실수해서 97점 받음 나 ㅄ인듯; 

(누가 봐도 잘하는 사람인데 자책하여 이보다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현타올 수 있음)


4. (작년 수능 본 직후) 국어 1컷 96인듯? 

(실제로는 국어 1컷 80점 중후반대 뜰 정도로 어려운데 쉽다고 강조함) 


5. (시험이 어려워서 모고 컷 낮게 나온 직후) 엥? 쉬웠는데 컷이 왜 이리 높지? 

(통계상 어려운 게 맞는데 나한텐 쉬웠다고 강조함)


5. 한 가지 컨텐츠를 콕 찝어서 이거 하면 무조건 실력 오른다, 1등급 받을 수 있다는 식의 글 

(대표적이었던 게 예전 뉴런이죠. 수학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는 애들이 불안한 마음에 자기 잘하고 있던 거, 하려던 거 때려 치고 뉴런했다가 많이 조졌습니다.)


가장 웃긴 점은 1~5가 진실인지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ㅠㅠ 그런데 잘 모르는 분들은 저기에 크게 동요됩니다.


당장 생각나서 막 쓴 예시가 저정도지. 실제로는 엄청 다양한 글이 알게 모르게 나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존감을 낮추게 만듭니다. 물론 저런 글을 쓴 분들이 전부 나빠서 그랬다거나 악의로 저런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썼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툭하고 던진 돌에 내가 맞을 수 있습니다.  



긴 수험 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는 힘은 '성취감'과 '나에게만 집중'하는 줏대 있는 태도입니다. 계속 남에게 휩쓸리다 1년이 지나가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수험생이면 잠시 오르비는 접어두시고 정말 필요하거나 궁금한 정보가 있을 때만 오르비에 접속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오르비를 재밌게 하고 싶으면 수능 끝나고 하세요! 그때는 그 누구도 뭐라고 안 합니다. 그리고 3모를 비롯하여 모의고사 직후에는 안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ㅠㅠ 기만 글이나 허세 부리는 글이 폭주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괴감만 느끼실 겁니다. 어차피 좋은 퀄리티의 모의고사 후기(총평)나 해설은 시간이 좀 지나고 업로드됩니다.


매년 얘기하지만 수능 끝나고 정말 누구에게나 기만하고 허세 부릴 수 있는 성적표를 오르비에 인증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오르비를 거의 안 하던 저렙 노프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제 기억상 수능 공부와 오르비를 병행하던 그 많은 네임드들 중에 성공해서 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비 잘만 사용하면 정말 좋은 사이트니까 수험생분들이 오르비로 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공부하기 많이 힘들 텐데 힘내세요!







+) 요즘 들어 수학의 경우 푼 문제 양으로 과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진도가 빠르고 푼 문제집이 많다고 반드시 고득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진짜 이것저것 많이 풀 수 있는 실력이라서 많이 푸는 건 상관없는데(흔히 말하는 괴수분들), 실력도 안 되면서 그냥 많이만 푸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수능 보기 전까지 수학 n제 20권, 실모 100회를 푼 A가 있다고 칩시다. 그에 비해 B는 수학 n제 5권, 실모 30회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B는 공부를 많이 한 A가 대단하면서도 무조건 시험을 잘 볼 것 같아 부럽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능을 보고 나니까 A는 84점, B는 96점을 받았습니다. B는 아직도 A가 부러울까요?? 위 사례는 제가 직접 겪은 일이며, 저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수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시험입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냥 나의 사정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인강을 들었어도, 같은 문제를 풀었어도 개인의 태도에 따라 얻어가는  깨달음은 다릅니다. 수능을 보기 전까지 눈으로 보이는 양은 적어 보일 수 있어도 쟤가 나보다 많이 깨달았고 실력이 좋아졌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진도 나가기와 공부량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공부를 하는사람 중 누가 얻어가는 것이 많고 실력이 늘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남이 어떻게 공부하든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내가 해야할 것만 신경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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