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실전에서 현대시는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2022 6월 연륜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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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시는 어떻게 쓰이는가?
수능장에서 현대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생각 하기 전에 먼저 시는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들 초등학교 때 한번쯤은 이런 과제를 받아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시 쓰기’ , ‘ 경험한 것들을 시로 표현하기’
> 모든 시는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쓰입니다. 경험과 관찰이 없다면 시는 탄생 할 수 없는 것이죠.
2020 6월 모의고사입니다.
(가) 시에서는 시인이 낙엽, 길, 돌팔매를 관찰하고 있음을 (나) 시에서는 시인이 담쟁이 덩굴, 새, 들찔레 등등 자연물을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러한 자연물들은 우리가 평소에 길을 돌아다니면서도 많이 볼수 있는 것들인데 우리는 시를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시인들처럼 이 자연물들을 세심하게 ‘관찰’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시는 세심한 관찰과 그를 바탕으로 한 경험에서나온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가 시를 읽을 때 무엇을 읽어야 할 지 생각 해 보겠습니다.
(2018 고려대학교 한국어문교육연구소 中)
우리가 시를 읽을 때 읽어야 할 것을 바로 ‘맥락’ 입니다. 시에 쓰여있는 모든 시어 및 서술어 등등은. ‘맥락’을 드러내기 위함이기 때문이죠.
Ex)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긍정적인 말일까요 부정적인 말일까요?
정답은 알 수 없다 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긍정적인 말이라고 답을 하는데 , 맥락이 주여져 있지 않기 떄문에 알 수 없다가 정답입니다. 와 닿지 않는다면 맥락을 추가 해보겠습니다.
극단적인 예시이긴 한데 (연쇄 살인범이 사람을 납치하며 )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맥락이 주어졌다고 해봅시다. 이래도 이 말이 긍정적인 말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수험생들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이 문장을 통해 화자가 드러내려는 맥락을 읽는 연습을 하셔야 됩니다.
그렇다면 맥락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간단하게 맥락은 상황+ 정서 로 형성 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황파악은 시인(화자)을 육하원칙에 넣어 파악하시면 됩니다. 시인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왜 하는지 .. 등등
저는 보통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는지 정도로 판단합니다.
상황이 파악 되었다면 이제 정서를 파악 해야 하는데 정서 파악은 쉽습니다. 적혀 있는 단어 그대로 맥락에 맞게 파악하시면 되고 적혀 있지 않다면 상황만 파악하시면 됩니다. 즐거운, 슬픈 등등의 명시적인 감정 서술어가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정서를 파악 하시면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2 6월 지문을 다시 볼게요
형광펜 친 부분을 바탕으로 맥락(상황+정서) 를 파악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첫 문장을 읽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라고? 무슨 뜻이지? 낙엽이 좋지 않다는 건가?“ 와 같은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자가 낙엽을 ’관찰‘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낙엽과 마찬가지로 지문에 있는 '길' '포플라 나무' '공장의 지붕' 등도 의미부여 할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자가 이것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또한 황량한 , 고독한이라는 감정 서술어가 나왔으니 맥락에 맞춰 화자의 정서도 함께 챙겨줍시다.
이제 본격적으로 2022 6월 오답률 1위 연륜 지문의 34번 <보기>문제를 함께 보겠습니다. 사후적 분석이 아닌 실전에서 제가 했던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2연까지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황 할 필요 없어요 . 우리는 어떻게든 맥락( 화자의 상황+정서)를 파악하면 되기 때문이죠.
3연에서 화자의 상황이 나왔습니다. 화자가 바다에 나려앉은 섬으로 가자는 것을 보니 화자는 아직 섬이 아니네요. 또한 열렬히 살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맥락만 파악하고 문제로 갑시다
<보기>를 보니 화자의 상황이 하나 더 나옵니다. 화자는 현재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보기>에 대해 할 말도 많지만 우선 오늘은 패스하겠습니다.)
<보기>와 지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맥락을 파악하면 화자는 섬이 아닌 곳에서 결핍을 느끼며 열렬히 살겠다고 결심하는 상황이네요.
우선 정답인 2번보다 학생들이 많이 고른 5번 먼저 설명 하겠습니다. 5번을 고른 학생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육지’는 ‘초라한 경력’ 이라는 -(마이너스) 를 막아주는 + 인데 왜 육지가 결핍을 느끼는 공간이냐 라고 합니다.
우선 저는 +,-를 따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현장에서 어떤 시어가 +인지 -인지는 시인 말고는 빠른 시간 내에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맥락을 통한 선지 판단이 가장 정확합니다. 우리가 지문과 <보기>를 토대로 파악한 맥락은 화자는 섬이 아닌 곳에서 결핍을 느끼며 열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화자는 어디 있는 것일까요? 섬이 아닌곳 = 바로 육지 입니다. (화자가 하늘, 바다에 있을리는 없으므로 ) 화자는 현재 결핍을 느끼고 있으므로 육지가 결핍을 느끼는 공간이라는 5번 선지는 매우 적절합니다.
이제 정답인 2번 선지를 보겠습니다. 제가 과외 할 때 선지 판단의 원리 여러가지를 가르치는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선지 자체의 모순입니다. 2번 선지를 잘 읽어보면 불꽃이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되어 있는 속성을 끊을 수 있는 수단” 이라고 합니다.
잘 생각해봅시다.
결핍되어 있는 속성을 끊을 수 있나요? 결핍은 없거나 모자람이라는 뜻인데 없는 것을 끊을 수가 있나요? 있어야 끊죠..? 없는데 어떻게 끊을까요
부모로부터 애정결핍을 겪는 사람이 " 나 부모님과의 애정을 끊을거야 " 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 하실 것인가요? ' 없는데 어떻게 끊어?' 라고 반응하지 않을까요? 되게 당연한건데 수능 시험장만 가면 긴장해서 사고가 정지되고, 선지들이 잘 읽히지 않기에 명확하게 태도들을 정립하고 수능장에 갈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선지의 정답 도출 논리는 ' 선지 자체의 모순' 이고 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태도 중 하나는 '선지 자체의 모순을 항상 먼저 살펴봐라' 입니다.
제가 과외 할 때 1~2시간 정도 장황하게 설명하는 내용을 짧게나마 텍스트로 표현 해 보았는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독자는 지루함을 느끼기에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 하는 과정에서 생략도 많이 해서 좀 두서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중요한 것은 시를 읽을 때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 오직 ‘맥락’ 만 파악하자! 라는 목적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를 읽고 풀어야만이 제한된 80분이라는 시간내에 45문제를 온전히 풀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질문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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