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9모 화생 42->수능 11이 가능했던 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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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적 ㅇㅈ)
두 과목 다 겨우 1컷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현역 수시러임을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과탐 시험지 운영에서 큰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바로 '페이스' 때문이었죠.
9모 때 그걸 해결하지 못해
페이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나머지,
9모에서 화학 4등급, 생명 2등급이 나왔습니다.
(실력이 원래 그 정도 아니었냐고 할 수도 있지만, 6모 때 화1 44점, 생1 50점이었으니...
철저한 운영의 실패라고 보는 게 더 맞는 듯.)
그냥 '핑계' 아니냐고요?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시고,
쇼트트랙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은근히 과탐 시험지 운영이랑 비슷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Cr4efn_ub8&t=86s
(동영상 퀄 죄송합니다...유튜브에 나와있는 게 요거밖에...)
처음부터 페이스를 높여서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도 지쳐서 '중간에 나가 떨어지는 모습'은,
1페이지부터 재빠르게 풀다가 중간에 막혀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말려버리는 9모 때 저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9모 때만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거죠.
실모를 보면 절반은 저런 현상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성공 사례를 한 번 살펴볼까요?
https://youtu.be/Ln3T150E21I?si=_s0MMS5tkx2PqXeY
김동성 선수가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치고 나와서 지치지 않고,
마지막에 적당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넉넉한 차이로 1등을 차지하는 모습입니다.
둘을 비교한 영상도 있네요.
https://youtu.be/38sBFF6BLvI?si=ZFD0UjCgEr8bw1WF
자, 김동성과 중국 선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과정이'
중국 선수에게는 '오버페이스'였지만,
김동성 선수에게는 '오버페이스가 아니었던' 것이죠.
(제가 '오버페이스'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말할 테니 이 단어에 주목해주세요!)
즉, 다시 말하자면
중국 선수는 페이스를 자기가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끌어올렸던 것이고,
김동성 선수는 페이스를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선까지 끌어올렸던 겁니다.
자, 이걸 가지고 저의 9모 풀이과정을 잠시 회상해 보겠습니다.
일단, 보자마자 정말 요란하게, 최대한 빠르게 1페이지를 풀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스무스하게 2페이지로 넘어가죠.
30분 동안 20문제를 다 풀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 페이스를 올리려고 합니다.
일단 최대한 빠르게 풀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로워 보이는 금속염은 뒤로 제쳐두고,
정신없이, 손가락 걸기도 서슴지 않고 2페이지를 풀어나갔습니다.
이제 3페이지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12번을 푼 이후로, 몰농도는 뒤로 제쳐두고, 14번 산화수 문제를 풀기 시작합니다.
근데, 평소대로라면 풀 수 있는 문제인데 뭔가 하나씩 꼬이기 시작합니다.
(너무 급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문제도 제대로 읽지 않은 탓이었죠.)
한 번에 안 풀리니까, 지금 유지하고 있는 페이스가 끊길까 노심초사합니다.
그리고 당황하기 시작하죠. 어....?
16번 동위원소에서도 막힙니다.
너무 급하게 풀다가 보니, p^2/2pq/q^2 비율이어야 하는데 2pq를 pq로 적는 짓을 해버립니다.
당연히 숫자는 더럽게 나오고, 다시 당황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가 거의 끊겼다는 걸 직감합니다.
X됐다...라고 느낍니다.
끊기기 직전인 페이스를 어떻게든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근데 설상가상으로 18번에서 계산이 꼬입니다...
이때부터...저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냥 완전히 멘탈이 18번 이후로 깨졌네요.
결국 시간 안에 다 풀지도 못하고, 풀었던 문제도 선지를 잘못 봐서 틀리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그때 8,16,17,18,20 이렇게 틀렸는데, 17번 ph 문제는 여태껏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는데,
9모 때 처음으로 틀립니다.
왜냐고요?
9모 때 저의 페이스는 완전한 '오버페이스'였기 때문입니다.
생1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여기서도 '오버페이스'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합니다.
첫 번째 조건에 ㄱ이 있어서,
'아 그러면 두 번째 조건은 당연히 ㄴ이 있겠지?....?(네 실전에서 진짜 그랬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ㄷ 선지에 있는 ㄱ도 ㄴ으로 보는 짓을 합니다.
그래서 거저주는 3점짜리를 틀리게 되죠...
이때의 저를 생각하면, '오버페이스' 때문에 단순히 중국 선수처럼 지친 수준에서 끝난 게 아니라,
다리에 힘이 풀려서 중간에 넘어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오버페이스 현상을 막으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
9모 끝난 직후의 저도 그랬습니다.
근데, 그래도 여전히 1페이지를 보기만 하면 과도할 정도로 빨리 푸는 현상이 계속 되었습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니, 그렇게 안 하려고 해도, 시작!만 하면 몸이 자동으로 너무 빨리 풀려고 하더라고요.
(화생 모두 타임어택이 심하니 거기에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빨리 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머릿속에 자리잡은 탓이었습니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의 풀실모에서 과탐을 치면 이때는 100% 오버페이스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나는 김동성이 되고 싶었는데,
여전히 중국 선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죠.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김동성 정도의 압도적인 수준이 되거나,
아니면 중국 선수의 수준에서 오버페이스 현상을 피하는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근데 9모와 수능 사이의 간격을 고려하면, 전자는 가능성이 극히 낮았고,
후자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일단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기에
'참...안 하려고 해도...도대체 왜 이러지?'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1. 전교시에서 아쉬웠던 점을 만회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뭐...이건 불가항력이죠. 완벽하게 시험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2. 어떻게든 빨리 풀어야 한다는 강박감
어떻게든 이를 떨쳐내려고 시도해보았습니다만,
아무런 장치 없이 단순히 마음 속으로 제어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3. 1페이지는 보면 바로 풀리니까, 그러니까 속도를 올리기가 너무 쉬움.
음....그러면...
1페이지부터 안 풀면 되는 거 아닌가???
!!!!!!!!!!!
이때 깨달았습니다. 오
그러면 대안이 뭐가 있지?
일단 뒤에서 푸는 건, 제가 그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은 아니니(단 한 번도 만점을 놓치지 않는 실력까지는 아니니까)
리스크가 너무 컸고...
그래서 생각한 게
'2페이지부터 풀어보기'였습니다.
2페이지 첫 번째 문제는 높은 확률로 1페이지의 난이도와
큰 차이가 있지는 않기에 시작하기 좋고,
그 이후의 문제들은 나름 적당한(?) 난이도이기에
처음부터 페이스를 과도하게 끌어올릴 수가 없죠.
그리고 이후 실모들을 '2페이지부터 푸니' 거짓말처럼 오버페이스 현상이 사라졌습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소 실력이 온전히 나올 수 있는 최적의 페이스가 구현되었던 것이죠.
또, 생각지도 못한 장점을 하나 더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건 제 수능 풀이 회상 과정을 떠올리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페이지부터 푸는데, 일단 8번에서 케이스가 안 보이기가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좀 당황하긴 했습니다.
근데, 결국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왜냐?
저는 아직 '1페이지를 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죠
네. 이게 그 생각지도 못한 장점입니다.
'어~ 안 풀리면 1페이지 문제 풀면 그만이야~'
이 마인드가 연습할 때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상당히 큰 안정감을 줍니다.
수능 때 저는 이 마인드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일단 10번 풀고 3페이지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4페이지까지 쉽게 풀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몇 개 풀고, 다시 1페이지로 넘어갔죠.
정상적인 페이스로 문제들을 풀고 있으니,
문제를 좀 더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고,
결국 그렇게 자주 하던 1페이지에서의 실수도 하지 않았습니다.
1페이지는 원래 잘 풀리니 자신감 충전한 상태로 나머지 문제를 풀 수 있었고,
당당히 화학에서 1등급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6,9모, 그리고 더프, 서바 때 단 한 번도 시간 안에 화학 실모 하나를 정상적인 풀이로
다 풀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페이스가 완벽히 관리되니,
수능 날은 무려 6분이나 시간이 남았죠.
생명도 똑같이 2페이지부터 풀었습니다.
(대신, 2페이지 유전은 페이스가 지나치게 끊길 걸 우려해 일단 뒤로 뺐습니다. 남들처럼 유전을 다 뒤로 빼기는 했죠.)
1페이지부터 풀었을 때는 페이스가 조절 불가능한 상태였고,
항이뇨 호르몬 문제에서 상당히 많이 실수를 했는데,
2페이지부터 푸니 9번 항이뇨 문제도 실수 없이 깔끔하게 풀었습니다.
결국, 생명도 1등급을 따낼 수 있게 됩니다.
1,2페이지에서의 실수가 저를 항상 괴롭혀왔는데,
'그 방법' 덕분에 수능 때는 단 하나도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이 칼럼의 핵심은,
'2페이지부터 실모를 풀어봐라'가 아닙니다.
2페이지부터 푸는 건 단지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아닐 겁니다.
대신, 이 칼럼의 핵심은,
'내가 시험지 운영에 철저히 실패했다면,
실패의 원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자.'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과탐 시험 치면서 운영이 말리는 친구들을 볼 때,
그 친구들 대부분은 '아 더 많이 문제를 풀면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오르비에 계신 여러분도 많이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친구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게 제일 정석적인 방법이죠.
문제를 더 많이 풀수록, 실력은 올라가게 되어있고,
더 탄탄한 실력은 수월한 시험지 운영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하지만, 운영을 수월하게 할 정도의 실력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오래 걸립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도, 내가 원하는 경지까지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그러니,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풀이나 운영 습관에 대해서 되돌아본다면,
이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도발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좋은 N제 몇 권을 푸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자신의 풀이나 운영과정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9모 때 화학 4, 생명 2등급이 나왔습니다.
기간 상 9모와 수능 때의 본질적인 실력 차이는 많이 없지만,
(사실 둘 다 조금씩 늘었다고 생각하기 해요)
오히려 수능 때는 둘 다 1등급이 나왔죠.
물론, 운이 좋았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운영 방법을 바꾸지 않았다면,
운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둘 다 1등급이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요약
1. 필자는 과탐 실모를 풀 때 '오버페이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큰 골치였다.
2. 이를 해결하기 위해 '1페이지 대신 2페이지부터 푸는 방식'을 택했다.
3. 중요한 것은, 시험지 운영의 실패의 원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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