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해설이란 무엇인가? 24학년도 수능 미적 2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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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선택자 집단에서 객관식 정답률 14%를 자랑하는, 정답률로만 보면 통합수능 객관식 GOAT 문제 되신다.
대부분의 강사의 풀이는 1사분면에서 h(t)가 1개 나온다는 것만 확인한 후,
이 식을 써낸다. 누군가는 1:2 내분점으로, 누군가는 k=0을 관찰하여 h는 g에 비해 두 배 멀리 가고, 그걸 k만큼 평행이동해서 그려낸다. 속도 개념으로 h가 반대쪽으로 2배 빠르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x<0쪽을 y=x 대칭이동한 후, 닮음변환 하고, 수평선 기준 대칭이동을 하고, 다시 y=x 대칭이동을 해서 아주 휘황찬란하게 푼다. 애초에 저 개형에 대해 이미 알고 그림을 그린다. 정리하면, 풀이가 이미 답을 알고 이를 정당화하며 푸는 것 같다. 이게 무슨 증명 문제도 아니고 말이다. 이 풀이가 수학적으로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저 함수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0이상 k이하 구간에서 '상수 구간'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함수가 익숙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1사분면에서는 함수가 증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수2에서 본 다음과 같은 명제를 이용해서 풀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분가능한 함수가 증가하면, 그 구간에서 f'(x)>=0이다. 단, f'(x)=0인 x가 구간이 되면 안 된다'
그런데, '단'에 해당하는 함수는 잘 나오지 않아 생략하고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 케이스 대신
이걸 두고 계산해본 후, 안 된다는 걸 알고 그럼 뭐지 하다가 문제를 날렸을 것이다. 그리고 풀이를 보면, 짜잔 하고 되는 경우를 제시해 버린다. (사실, 상당수가 공통 22번도 f(x)=x(x-1)(x+1) 하다 안되고 뭐지 하다가 날렸을 것이고, 되는 경우를 짠 하고 제시를 못 해서 틀렸을 것이다)
제목으로 돌아가면, 좋은 해설이란 학생이 왜 못 풀었는지를 파악해서, 문제를 덜 생소하게 느끼려면 어떤 태도와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지점을 개선해야 못풀던 사람이 현장에서 풀게 할 수 있을지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되는 케이스를 답정너 하고 정당화해서 벽 느껴지게 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는 저 상수 구간에 대한 논리적이고 충분한 설명 없이 개형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그냥 이거지? 하는 게 아니고 논리적이고 자연스럽게 유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등급의 두뇌로 아하 이럴 것이다가 바로 보여서 1등급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3등급 정도가 현장에서 따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린다는 걸 보여야 3에서 1로 도약할 조건이 재능이 아닌 노력이 되고, 그게 해설과 강사의 역할이다. 수능 시험장에서 처음 생각해내는 접근법으로 뭔가를 풀어내기는 정말 어렵고, 그렇기에 해설도 생소한 것을 짠! 하고 제시하는게 아니라 기존의 접근법대로 나와야 현장에서 따라할 수 있고, 공부할 의미가 있는 해설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EBSi 풀이 혼자 읽어보는 거랑 뭐가 다른지 의문이며, 그 수준으로 학생들 상대로 돈 벌면 안 된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할 거냐고?
공통 22번과 같이, 그래프로 모르겠으면 식으로 갈 거다. 이 둘의 와리가리가 수2/미적분에서 함수를 다루는 자세이다.
(공통 22도 미적 28도 전부 뻔히 보이는 경우가 안 되는 것으로 출발하며 평가원의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은 이럴 때 덜 당황하고 논리적으로 이를 뚫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해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냥 대부분의 해설처럼 되는 경우를 제시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식으로 가면, 인생을 건 시험장에서 아는 것도 뭔가 불안하게 가는 마당에, 99%는 현장에서 풀 수 없을 것이다. 저런 해설이 현장감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식?
내가 할 수 있는 것? x=g(t), y=t 대입이다. 지수가 보기에 작아서, e^x=exp(x)라고 적겠다.
그럼 당연히 h로 넘어가고 싶다.
그러고 나면 이제 h(t)와 t의 관계식이 나왔으므로, h(t)=x, t=y로 대응하고 싶다.
그런데 내 변수를 바꿔 부를 땐,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개념으로, 아래는 수학의 정석에 써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 유명한 문구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아님), 문자는 소거되면 제한 범위를 남긴다' 이제 범위를 고려하면
이고, h(t)=x, t=y로 가면
가 된다. 따라서 f(x)라는 함수를라고 쓸 수 있다. 이제 저 0이상 k이하의 구간에 대해서, 그래프를 그려 보면 y=t와 y=f(x)는 이미 서로 다른 두 교점을 가지므로, 저 ? 된 구간에서 어떠한 양수 t에 대해서도 교점이 생기면 안 된다. 따라서 저 구간에서 f(x)<=0, 그리고 f(x)>=0인 연속함수라고 했으므로 결국 저 ? 된 구간은 f(x)=0이다.
이후 풀이는 아는 맛으로 하면 된다. k>=7이면 적분이 0이라 그럴 리 없으므로
이고 k범위 고려하면 k=5이고 이제 f에 숫자 대입하면 답 나온다.
심지어 상수구간을 모르고 증가함수처럼 푸는 풀이도 있다.
f(x)를 x>0에서 대충 0부터 시작하는 증가함수로 그리고, x=7일 때 y=B라 하고 y=B이면 x=A 또는 7이라 하자. 점 (A,B), (7,B)과 거기서 x축에 내린 수선의 발을 기준으로 직사각형을 만들어서 넓이를 표현해보자.
오른쪽 직사각형 넓이는 7B, 왼쪽 직사각형 넓이는 -AB이고 k=2A+7이다.
오른쪽 위 넓이는, y축 기준의 정적분으로, x=h(t), y=t이고, 왼쪽 위 넓이는 x=g(t), y=t로 비슷한데 정적분이 음수이므로 각각
이다.
일단 아는 넓이인 오른쪽 아래를 표현하면
이다. h(t)=k-2g(t)를 넣어 정리하면
이고, 왼쪽 직사각형의 넓이를 살펴보면
이므로 이를 이용해 (e^4)-1나오는 식을 정리하면
이 된다. 여기서 k=2A+7를 생각하면 B쪽은 사라지고, f(x)는 아는 식이므로 계산하면
이고 음수인 A=-1, k=5가 된다. 2g(t)+h(t)=5임을 고려하면 f(8)=f(-3/2), f(9)=f(-2)이므로 계산하면 된다.
수정) 2번째 넓이 풀이 숫자랑 구간을 맞게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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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어떤 속도/내분점/닮음변환 등과 상수구간이 들어간 그래프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은 이런 그래프의 형태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상수구간이 있다는 것만 안다면 정말 쉬운 문제겠지만, 기존에 그 방식을 적용하던 문제들과는 많이 다른 형태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상수구간을 떠올리는, 즉 'k가 0이 아닐때의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서 k가 0이 아님을 이미 알고 이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은 글쓴이님 말씀대로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수식풀이는 힘들겠지만 일차적으로 상황을 정리한 뒤 그 다음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나은 풀이로 보이네요. 이런 행동 원리를 기존에 가지고 있다면 문제를 푸는데에 훨씬 더 유리할 것 같아요.
다만 이런식으로 그래프와 식을 왔다갔다 해야한다면 어떤 상황에서 이런식의 접근을 취해야할지 궁금합니다. 특정 상황에서는(특히 수학 2의 경우) 소거법처럼 몇가지 케이스를 그려본 뒤 경우들을 지워나가며 푸는 방법이 시간단축에 유리한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에 어떤 접근을 취해야하는지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수학 문제도 퀴즈와 같은 부분이 있어서, 경우에 따른 접근 방식을 일반화할 순 없겠지요. 그래서 그냥, '한쪽이 잘 안되면 다른 쪽으로 뚫어서 의미를 찾는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상호 보완적이니까요. 올해 22/28번, 작수 22번에서 평가원은 둘다 가능은 하게 설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수 22번에 대해 승진T와 병훈T(모두 존경합니다) 등의 일부 해설들만 사실상 식으로 해결한 것므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문제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식보다는 오히려 그래프적 해석의 방향성이 더 할만하다(엄밀성은 낮지만)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수식 풀이는 보다 엄밀하고 원론적이라는 점에서, 작수 22같은 경우는 둘다 해설로써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시간 내서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훌륭한 통찰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