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의고사를 앞두고(시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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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동에서 국어 가르치는 강사입니당. 요즘 모의고사를 앞두고 이런저런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시간 관리와 관련된 질문이 참 많더군요. 듣다 보면 야마구치가 도는 경우가 많아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수능 시험까지 1년 이상 시간을 남겨 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니, 당장 올해 수능을 봐야 하는 고3이나 재수생 학생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수없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한 지문 푸는 데 얼마나 걸려야 해요?'
'문학 파트 넘기는데 얼마나 걸려야 하나요?'
이런 질문에 명확한 수치로 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람마다, 또 지문의 종류마다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질문의 의도는 결국 지문 풀이 시간을 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시간 부족의 원인이 시간 관리를 못한 데에 있다고 생각한 탓이고요.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 지문 푸는데 누구는 3분이 걸리고, 20분이 걸립니다. 20분이 걸리는 친구는 그리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사고력이 부족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케이스일 테니까요. 이 경우 해결 방법이 명확합니다. 또, 알려주면 배운 대로 공부합니다.
그런데 3분이 걸린다는 친구는 좀 걱정이 됩니다. 정확도가 높다면 문제가 없지만, 정확도도 높고 시간도 세이프인 학생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이 경우는 정확도를 포기하고 시간을 선택한 케이스일 확률이 높습니다. 빨리 풀어 버릇하던 관성이 있어 가르쳐줘도 어느 순간 다시 원래 읽던 대로 읽고 있습니다.
20분이 걸리는 학생은 공부법을 정립하면 되지만, 5분 걸리는 학생은 공부법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정확도이기 때문입니다.
개헤엄을 쳐서 간신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수영 강사는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 할까요? 개헤엄을 쳐도 좋으니 제한 시간을 정해두고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올바른 자세로 수영하라고 조언해야 합니다.
시간 부족은 대체로 사고력 부족 탓입니다. 전략의 부재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꽤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사고력이 부족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겁니다. 그러니 시험 시간 부족의 본질적 해결 방법은 사고력 증진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정도를 걷는 사람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두 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 관리를 위해 대략적인 계획이 있는 건 좋지만, 시간에 너무 얽매이면 역효과를 보게 됩니다. 정확도를 포기하고 빠르기를 선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자세로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으니, 개헤엄을 치는 꼴이죠.
물론 당장 수영 대회에 출전했다면, 개헤엄이라도 쳐야 합니다. 하지만 훈련 과정에서는 올바른 자세로 수영해야 합니다. 올바른 자세로 꾸준히 연습하면 자연히 완주 시간은 단축되게 되어 있습니다. 국어 공부도 똑같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공부는 금물입니다. 올바르게 사고하며, 한 문장 한 문장 뜯어가며 이해하는 훈련을 진행해야 합니다. 사고의 힘이 쌓이면 시간은 자연히 줄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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