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종T] 지문편 - <겨울일기 문정희 살펴보기> (수능 특강 작품)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6003112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대종입니다!
~
오늘 우리가 함께 배울 작품은 문정희 시인의
<겨울
일기>입니다.
문정희 시인은 1969년에 등단한
시인입니다. 그리움, 사랑, 자연, 생명, 자유, 불평등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요
자연물을 시어로 많이 사용한
작가이며, 육체와 관련된 신체어 역시 많이 사용한 작가입니다.
다른 페미니즘 작가들이 성적인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문정희 시인은 성적인 행위 자체보다도
그것의 의미(소통, 사랑, 애정)의 좀 더 관심을 지녔던 작가입니다.
문정희 시인의 시 중 한 편을 가볍게
보시죠~^-^
알몸 노래
- 나의 육체의 꿈
문정희
추운
겨울날에도
식지 않고
잘 도는 내 피만큼만
내가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내
살만큼만 내가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내
뼈만큼만 내가 곧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그러면
이제 아름다운 어른으로
저
살아있는 대지에다 겸허히 돌려드릴 텐데
돌려드리기
전한번만 꿈에도 그리운
네 피와
살과 뼈와 만나서
지지지 온
땅이 으스러지는
필생의
사랑을 하고 말 텐데
이 시에도 볼 수 있듯이 살, 뼈
등의 신체적 언어가 단순히 신체적 언어만이 아니라,
화자의 지향점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그리운 존재인 누군가와 살과 피와
뼈가 만나서 으스러지는 사랑을 한다는 것도
무언가 섹시하고
향락적 분위기보다는
따뜻하고도 정열적인 분위기가 풍겨나지
않나요?!!
그럼, 본문을 보시지요!
^^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문정희
1.
제목을
보면, 겨울 +일기이지요?
겨울은
좀 더 보셔야 의미가 파악될 것 같지만 주로 외로움과 관련된 것 같지요?
일기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용이하고요. (누군가에게 설득하거나 전달의 목적이 아니기에 독백적 어조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2.
자 이제, 구절 별로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1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화자는
지금 눈 앞에 직면한 '이'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겨울'입니다.
나아가 '누워서'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다르게 가정해 봅시다. 2행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내 곁에 있다면?
'이'
겨울은 행복할 것입니다. 비록 추운 '겨울'이더라도 행복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워'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화자인 ('나는')
추움의
강도가, 외로움의 강도가 남다를 것입니다.
황진이의
시조 한 편 보실까요?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긴 밤 외로움에 못 이긴 화자가 이 긴 밤을 잘라내어,
님이 올 때 긴 밤을 펴서 그 밤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시입니다.
다시 돌아와서요~ 2행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오 ~ 그대여~ 라고 하면 오히려 애상적 정서가 반감될 수 있었겠으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더 애틋한 정서가 느껴지고 잇습니다.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다.'라고 하지 않고 '내가 잃어버렸다.'라는 표현을 써서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행~4행에 등장하는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은 아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의 독백이었겠지요.
저도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이 있을 때면 몇 번이나 멘트를 짠 적이 있습니다. 만나면 떨려서 다 하지도 못할
말들을요!
그것은 비단 부질없는 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여 연습할 동안 그 사람의 이름을 읊조리는
동안
나의 마음은 그 사람을 향해서 반짝 반짝 윤이 나겠지요.
또한 바람도 불지 않습니다.
3연과 관련지어 볼 때 임을 잃어버린 후, 문 한 번 열지 않은 화자가 바람을 느낄 리가 없지요.
그래서 '편히 지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정말 편한 걸까요? 반어적인 표현입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여자친구가 이제 안 싸워도 되니까 마음 편하네.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기쁘네.
라고 했다면 정말 그런건가요?
싸우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 소통이 있는 것이
무미건조한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마음 아픈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한참 동안 발견되지
않던
어떤 아이 하나가 발견된 후,
어떤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기다리지 않아서 좋구나.
정말 좋은 겁니까? 아마 마음이
찢어졌을 겁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이 절절히
드러나는
1연입니다.
자, 이제
2연입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화자는 이제 차창 밖의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저 들에 벌거벗은
알몸의 나무들이 보입니다. 그 나무들은 벌거벗어 있습니다.
밖이라 더 춥겠지요.
하지만 서로 서로 기대고 있습니다. 서로 의지가 됩니다.
벌거벗은 두 남녀가
서로 꼭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시 말하지만 문정희
시인은 섹슈얼리티, 에로티즘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사랑의 언어, 공감의 언어, 소통의 언어를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서로 서로 기대는
행위는 결국 숲이 되고 새로운 의미가 됩니다.
1+1은 2가 아니라
3,4,5 그 이상입니다.
근데, 나는
무관합니다.
왜냐하면 1연에도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고,
숲을 만들 수도
없거든요 ㅠㅠ
나무들은 서로 사랑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화자에게 대비적 정서를 부여하는 객관적 상관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객관적 상관물이란 ? 정서를 환기하는(부각하거나 드러내는) 사물을 말합니다.
자, 마지막
3연이네요.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
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 문 한 번 열지
않고 -> 외부와 단절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는데 누구와 소통합니까?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중요도가 나에게 컸다는
말입니다.
-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 반추동물은 소와 같이 먹고 뱉고 또 그것을 먹는 동물이지요. 나 역시 마치 소처럼 죽음을 꺼냈다가 씹었다가
꺼냈다가 씹었다가 했다는 것입니다. 죽음은 감각의 대상이 아니죠?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관념'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관념을 씹고 뱉고 하는 구체화된 행위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을 나눈다고 해서 죽음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소통이 없는 현실은 죽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담담하게 평서형 문장으로 써 내려가고 있답니다.
-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1연의 마지막 행을 반복-변주하고 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역시 1연의 2행과 유사합니다.)
- 이 겨울. (1연
1행 혹은 1연 마지막 행을 반복하고 있으며 명사형으로 시어를 종결하여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3. 반복되는
것이 주제를 형성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누워서 편히(힘들게!) 지냈다.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
p.s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는 말
책임질 수 있나요
영혼을 태워서라도 함께 하신다는 맘
변치 않을 건가요.
수없는 고난처럼 그대
가슴 꿰뚫어 진호의 피를 토해도
나를 사랑하는 이유로 참으실 수
있나요.
그 피 지혈되지 않아
그대의 가슴 마침내 비어버려도 후회하지 않을
건가요.
하지만 그대 그냥 약속만 하세요
맹세만으로도 나는 차마 행복하는 것을
정말 그렇게 하실 필요까진 없어요.
그대 정녕 나를
목숨처럼 사랑하신다면
죽어서 남기는 불꽃같은 사랑보다
살아서 느끼는 보드라운 손길로
내게 머물러주세요.
그대가 나를
진정 사랑하신다면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가장 도움됐던 수2 n제 추천해주십쇼 진짜 막 극악의 난이도 엔제는 말고… 적당히...
-
야생의 화학러가 나타났다! 화학러는 제목에서 V를 구하라고 한다!(암산,...
-
15학점이랑 12중에 고민 원래 21학점까지 되는데 온라인 강의있고 시험도 다 전날...
-
신청날짜 언제까지인가요?
-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질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
-
27+3보다 킬러없고 준킬밭이 더 잘맞음
-
양친 출타함? 수능 체계를 개좆같이 개정시켜놨네
-
돈으로 살 수 없음 기여입학이나 뭐 도피유학… 돈으로 살순 있지 근데 그런건 논외로...
-
김우진을 쏴라 ㅅㅂㅋㅋㅋㅋㅋ
-
고3 현역이고 언매골랐습니다 6모 89점 2등급 7모 97점 1등급 받았습니다 국어...
-
성균관대
-
176 ~177 6
이고 운동신경은 평균 신검 1급정도인데 노력으로 덩크가능함?
-
개뛰었다
-
담배 뚫는 법 10
1. 번장에서 대학교 과까지 한글로 써있는 반팔 티셔츠 를 구한다. (5천원정도...
-
뭐가 더 나음?
-
2017년 2024년 시간이 참 많이 흘렀네요..
-
과탐하라고!!!!! 내밑으로 집합하라고!!!!!!
-
심찬우 프리패스 판매합니다
-
꿈의 학교도 아닌데 뭐하러 죽으려고 독보적으로 열심히 하냐 0
걍 한 번 더해 걍 한 잔 해~~
-
국1수4->아무데도못감
-
4회는 96점
-
히카는 왤케 2230보다 11-15중에 하나가 더 빡세지 1
오늘도 12번 못 풀고 22 30은 풀고...
-
애기들 특징이 미역국을 ㅈㄴ좋아한다함 이유는 잘 모르겠음 근데 육아하는 부모들이 다...
-
안녕하세요 2
안녕히계세요
-
이젠 친해져야 할수이써
-
제 펭귄 프사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 아닙니다 ㅋㅋ 이 프사는 제가...
-
결혼 기준
-
저거 뭐 쓸곳 있나요 짜피 휴가권을 재수생이 쓸 이유도 없는데 흠
-
어그로 죄송합니다.. 이과 실수 햄들이 사탐런 자꾸 하시면 저같은 열등한 문과가...
-
국어 / 수학 중 하나 1등급 -> 상위권 대학의 조건 31
국어/수학 중 하나만 1등급이여도 관련 과목 연쇄 반응으로 대학 잘 갈수있음 왜냐...
-
어그로 아니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해봫을때 1.와꾸가 빻으니 이성및 동성에게...
-
최저러 수학2뜨면 감지덕지 6평 3등급 백분위 86인데 미적 282930 도저히...
-
작수 물1은 40점 백분위 85였어요 이번 6모는 50이긴 한데 시간 거의 꽉...
-
오르비는 고닉 / 학벌인증으로 사실상 준실명이기때문에 남초와 여초의 특성이 다...
-
이제 김승리 올오카 다 들은 노베이스인데 기출은 어떤거 풀어야하나요?
-
ㅠㅠ
-
교과 최저를 맞춰야 하는 학생인데 국어가 너무 안나오고 그냥 모의고사 보는게...
-
전쟁사 이야기 67편 - competitive social interaction 0
여러분 무더운 8월달에 수험 공부 하느라 죽을 맛이죠? 저도 대학원을 준비하는데...
-
판의 두께는 해령이 열점보다 두껍다. (O / X)
-
본래 하던 일들도 점점 끝나갑니다. 그동안 정말 힘들게 꾸역꾸역 공부했는데,...
-
×2궁금합니다
-
4번연애전부 동갑 연하 동갑 연하 소개팅이나 번따로만나서 다음연애는...
-
요즘은 그냥 남들도 똑같겠지…. 라는 생각으로 합리화 하는듯 … 그게 아니면 너무...
-
반갑다 5
갑반갑반
-
이제 김승리의 올오카를 다 들었는데 바로 수특 수완을 풀어야하나요 아님 기출같은...
-
그렇다네요
-
이온결합 물질처럼 공유 결합 전자쌍 개수(?)랑 반지름 차이로?
-
슬로건:손사탐 is BACK
-
이영수 구문20수까지 들었는데 파데 상 듣기엔 좀 그렇고 작년에 김기철쌤 좋았던...
다음은 TF 문제입니다
1.현재 상황에 대한 화자의 극복의지가 형상화되어있다(o. x)
2. 표면과 의도가 상반된 표현을 사용하여 시적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o. x)
3. 숲은 화자의 낙관적 처지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시어이다(o. x)
4. 명사형 종결어미로 시를 마무리하여 여운을 주고 있다(o. x)
5. 대상의 부재 상황이 시상 전개의 계기가 되고 있다(o. x)
xoxoo
이번엔 다 맞췄습니다. 뿌듯하네요ㅎㅎ
염주처럼 윤나게 굴린다고 표현이 참,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시인이 이별의 슬픔을 곱씹었을지 느껴지네요..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
곧 평가원 대비 실전 모의고사 문제 올라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5개 시 모두 클리어 했네용 ^^
좋아 좋아 ~ 행복합니다 ㅎㅎ.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