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망쳐도 좋으니, 포기하지만 마세요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55109841
오늘은 구체적인 공부법도 아니고 그냥 자기계발서 문장처럼 보일 수도 있는,
어찌 보면 낯간지러운 소리일지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적어보겠습니다.
"도망쳐도 좋으니, 포기하지 마라"
우리에게 공부는 '해야 하는 것' 이겠죠.
"하루에 몇 시간은 공부 해야 해"
"하루에 수학 몇 문제는 풀어야 해"
"내일까지 숙제 해가야 해"
공부를 하다 보면
나에게 주어지는 의무들이 많고,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무들도 많을 겁니다.
의무들이 많아질수록 공부하는 게 힘들 것입니다.
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못 해내면 스트레스도 받겠죠.
"내일까지 숙제 했어야 하는데 못했어."
"하루에 모의고사 하나씩 푼다고 다짐했는데 못 했어."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못 했어...."
본인의 의지력을 탓할 수도 있겠죠.
내가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놀아서... 졸려서... 의지가 약해서...
나는 원래 재능이 없으니까... 집중을 못하니까...
합리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런데 우리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 너무 무리한 요구를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 이게 정말 내게 도움이나 되는 걸까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케줄에 쫓기고, 숙제에 쫓기고, 의무에 쫓기면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조금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 때 김동욱 선생님 수업을 들었는데,
들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필통' 이라는 게 숙제로 나옵니다.
한 주 숙제고, 백몇십 페이지짜리 책입니다.
초반에는 열심히 풀었죠, 한 주 숙제로 책 한권을 주는 게 고맙고 놀라워서,
이걸 다 풀기만 하면 국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지만 슬슬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걸 다 푸는 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거 풀 시간에 내게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공부할 순 없을까?'
그래서 저는 과감히 그냥 안 풀기로 했습니다.
뭐 정말 아예 안 푼건 아니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군데군데 풀었네요.
그거 풀 시간에 교재에 있는 지문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읽어보고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찌 보면 저는 의무로부터 도망친 것이죠.
스스로에게 '한 주에 연필통 하나를 풀겠다!'라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을 그냥 깨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한 결정이었죠.
이것이 '도망치되, 포기하지 마라' 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공부하다 너무 힘들면 잠깐 자도 됩니다. 노래방을 가거나 pc방을 가던 마음대로 하세요. 잠깐 도망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마세요. 잠깐 도망치는 시간조차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세요.
"이것들만 다 풀면 성적이 오를 거야..." "이 선생님 커리 다 타면 성적이 오를 거야..." 이런 생각?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남는 것은 좌절뿐입니다.
어차피 공부의 키를 스스로 쥐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결론은 식상하게도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판단으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을 하세요.
그게 잠시 의무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라 할지라도요.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가 공부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중에 결과를 받아 들고, 본인이 정말 도망치는 시간조차도 목표를 위해 썼는지,
아니면 그냥 이 글을 자기합리화 수단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이 공부의 키를 쥐었었다면, 성적이 떨어진들 아쉬울 수는 있겠고, 좀더 열심히 할걸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 다짐하거나, 혹은 해볼 만큼 했으니 결과에 만족한다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내가 너무 많은 '해야 할 일'들에 떠밀려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언매 1컷 91로 잡는 공교육의 수호신 ebs가 언매 1컷 92로 잡고 있는 사교육...
-
내신 대비용으로 쎈 2회독 수상부터 수2중간까지 계속 했는데 정시로 이번에...
-
송파 종로학원 어때요~ 입결은 괜찮은가요... ? 삼수예정이라 두각 시대 너무...
-
>>>>재르비합법화 (쿨 1개월로줄이기 ㅇㄸ)그리고 이미재릅한 사람들 죄목도 사면시켜줘야함
-
지금 낙지 5칸 2
진학사 결제해서 보는데 오늘 연고 하위과가 5-6칸정도 뜨던데실채 뜨고 하면 진학사...
-
일단 하방은 넘어서 실패는 아닌데 목표 도달은 못 해서 잘 쳤다고는 못 하겠음..
-
넘 늦게 나와서 그냥 작년 교재로 들으려 하는데 철철로직 내용은 개정해도 안바뀌겠죠?
-
[동안고] 수학(하) 기말고사 손풀이 + 해설 영상 1
안녕하세요. 어수강 박사입니다. 오늘은 [동안고] 2023년 1학년 2학기...
-
진지하게 처음에는 독서형으로 가다가 나중 가서는 생2코돈급 나오는거 아님?
-
많이다른사람인듯 대학교가 참 사람을 바꿔놓긴함.... 좋다고생각해
-
기어코 15개정 교육과정의 끝까지 함께.
-
사람들 엄청몰리네 반영비 다양한게 넘 큰듯
-
현 수1 28수능 대수에서 변별 노다지? 수2에서 너무 우렸는데 대수 삼각함수로 킬러를 벅벅내버리면
-
부산교육청 피셜 화작 3컷 80 사문 2컷 42라는데 둘다 1점씩 아래임… 이거...
-
저는사실게이가아닙니다 저는사실인생망한거까지는아닙니다 저는사실그저05삼수생입니다 아삼수면인생망한건가
-
서성한 낮은과 가능한 성적인가요? 진학사에서 한양대 철학과 7칸이었다가 갑자기...
-
상체 운동 했더니 팔이 안올라가요 ㅋㅋㅋㅋ ㅠㅠ
-
여자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하니까 시험전에 실모딸칠때보다 행복함 시험까지 잘쳤으면...
-
??????????????? 안돼……
-
은근히 시간 잘감 괜찮은 수학문제 하나 만드는데 최소 1시간은 생각하게 되는듯 님들...
-
19,20,21,22,23,24...음..고2,고1때 가입한거겠지...???
-
작년마냥 사탐 겁나 쉬워서 사탐고른 개나소나 박살나면 모르겠는데 올해부턴 투 표점도...
-
이유도 좀…
-
왜 올해따라 길게 느껴지는지ㅠㅠ
-
제가 69 22라 여기서는 1 걸리는데요 보통 국어는 공통 잘보는게 유리하다고 알고...
-
불호가 압도적으로 많네 뭐냐
-
제곧내 ㅠㅠ 수능 끝나고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거 같아서요 공군 잘 아시는 분도 있으실까요?
-
ㅈㄱㄴ
-
고대 인문논술러들 정작 이 중요한 걸 잘 모르던데 10
일단 1~5 중 제시문을 제대로 선택하는 게 최우선임 즉, 아무거나 선택해서 답을...
-
예비고3입니다 ㅜ 정시 준비중이고 수2가 거의 안되어있어서 독학으로 교과서 +...
-
실력등 모든것 같다치고 존잘존예vs평범 누구한테 배우실래요? 전자는 부담스럽지 않나요
-
오늘 부산교육청에서는 1컷 47이라고 하던데 그렇기에는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은데...
-
나도 하고싶지 않았다 얘들아 앞으로 1년 더 부탁한다
-
44점이 다른 지구 고수분들에 비하면 잘본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6,9평에 비해...
-
현 23학번 정시로 간 약대생인데, 내년 3월쯤에 시대인재 등록하게 될 수도 있을...
-
도망가 4
-
고1이고 모고 원점수 80초반 정도 맞는 백분위 90초 2등급이에요,, 보통...
-
미적 만점에 전과목에서 3개 틀림… 그래 저런 사람이 의대 가는거구나
-
14번까지문제가어이가없었어서 15번에서변별주려나싶어서기대했는데 비쥬얼보고 오!했다가...
-
부산교육청 8
언매 이대로 가주세요
-
이건 좀.. 4
아무리 돈이 궁하다하지만 성적표도 안나왔는데 급발진 뭐냐 ㅋㅋ
-
다 컷트라인임니다…언미영동사사문 기준이여
-
서울대식 396~398 스나 가능한점수대인가요?.. 하 과탐한과목이 ㅜㅜ
-
오르비 끊기 (다이어트 하는 방법과 결이 같다)
-
기회균형전형 원서 작성 전략 기회균형전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
아닌가
-
개안잡히네,, 학생도 별로 안뜨고
-
D-358 공부 2
-
오르비에서 해외의대 여론이 안 좋은건 압니다만...
-
누가 더 어려움? 2대2 싸움
인상깊은 칼럼 고맙습니다:) 잘 읽었어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힘들때마다 정독하러 오겠습니다 절대 지우지마요!
ㅋㅋㅋㅋ 알겠습니다!!
올해 혀녀기인데 와...진짜 너무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작년 결방학에는 문제집 한 권을 하루면 마스터하는 미친 공부량을 소화했었는데
올해 결방학때는 너무 방향성을 조절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자괴감이 너무 들었었어요
그래도 공부의 방향성을 거의 완벽하게 잡았다는 것으로 위안삼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정해진 본성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간 제가 너무 대견해지네요
겨울방학동안 쌓은 수많은 자기성찰, 반성을 토대로 1년을 후회없이 보낼 준비가 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ㅠㅜ
스스로 길을 찾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정말 이거 같네요
매일 도망가는 N수생 버러지면 7ㅐ추 ㅋㅋ
일단 나부터
자기가 뭐가 부족하고 자기한테 뭐가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고
도움이 될만한것만 골라서 공부하는게 ㄹㅇ중요한듯
매번 공부해야지 하면서 하루가 끝날때 막상 집중시간은 5시간도 채 안되서 많이 힘들었는데 감사해요 누워있었는데 이 글 보고 스터디카페 가려고 씻고있습니다
잘됐네요!! 앞으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거보고 수학학원에 요청해서 시험마다 푸는 7권의 문제집 그냥 쎈하나만 풀고 시발점 병행하기로 했어요 감사합니다 이제야 수학만 잘나오고 다른건 그저그런 이유를 알것같네요
오오 행동하셨다니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글보고 듣던 뉴런치우고 메이플켰습니다. 감사합니다
어 이게 맞나...?
제가 현역때 실패한 이유가 정확히 적혀있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댓글도 감사합니닷
선생님 커리큘럼 따라가려고 아둥바둥.. 밀려서 걱정하고 좌절하던 저에게 정말 키를 던져주신 것 같습니다. 잠깐 멈춰서 내가 뭘 공부했는지 돌아보고 다시 출발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칼럼으로 또 중요한 한 가지를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얻어간 게 있다니 정말 잘됐네요!!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