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끼리 싸울 필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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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끼리 싸울 필요 없죠?"
SBS 여자해설위원의 일갈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쇼트트랙 1000m 여자 결승전. 1,2등을 점유하며 나란히 달리는 찰나, 2등인 심석희가 치고 달리려 하자 해설위원이 "싸우지 말라"며 나무란다.
어려서부터 옆의 아이를 밟고 올라서야 과실을 딸 수 있었다. 유치원 때, 먼저 손들고 발표해야 과자를 먹을 수 있었고 중학교 땐, 옆 자리 아이보다 공부를 잘해야 이쁨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한국적인 경쟁에 노출된 덕에 결국 누군가보단 나아야 내 인생이 나아진다는 것 쯤은 뻔한 상식으로 체득케 되었다.
이제까지 경쟁논리만 가르쳐놓고 경쟁이 가장 극적으로 구현된 스포츠, 그것도 결승전에서 싸우지 말라니. 한 사람의 실언(失言)으로 덮고 가기엔 그 무게가 가볍지 않았다. 저 해설위원도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었고 선수들의 선배였으며 지금 감독들의 후배였다. 저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 선수단 전체를 관통하는 관행, 압박의 무언가로 느껴졌다.
3등인 중국선수가 치고 올라오려 할 때, 해설위원은 계속해서 2등인 심석희를 향해 커버하라고 주문했지만 심석희는 다행히 따르지 않았다. 경쟁을 미덕으로 가르쳐놓고 가장 큰 무대에서 경쟁의 가장 큰 적인 관용과 양보를 강요하다니. 선수 출신이라면, 금메달과 은메달의 명예/금전적 가치의 차이가 결코 적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알 수 있는 요량은 없지만, 초반 1등으로 달리다 아무 저항없이 박승희에게 길을 터준 심석희에겐 뭔가의 아쉬움이 남았을 거라 짐작이 된다. 설령 둘이 엉겨붙어 넘어지더라도, 처음부터 경쟁을 가르쳤다면 끝까지 본인들 신념과 기량 하에 최선을 다해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국이야 누구든 순서대로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들에겐 서로가 남남일 뿐이고 결국 수험생이 대학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평가받는 것처럼 그들 또한 메달로 평가받을 뿐이다.
학생 때부터 마치 쉼없이 달릴 수밖에 없는 경주마로 조련해놓고 이제 뛰려 하니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보라며 주저앉히는 우리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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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경기 볼때 그말이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가히 명문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태클같아서 죄송스럽지만 1000M 결승전입니다ㅠ
감사합니다
국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 ㅎㅎ..
안현수 옹호하는 사람은 한국선수끼리 싸우면 안된다는 말 하면 안되요~~
선수가 공무원도아니고..
마지막 너무 멋있어요ㅠ
하 좋은 글이네요. 느낄 게 많네요.
항상느끼는거지만 문장가이신듯ㅎ
멋있는 글이군요. 4년간 훈련하고 스스로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 자들에게 국가에게 메달을 '안정적'으로 안겨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스포츠 맨쉽에 어긋나죠. 불평등한 세상에서 그래도 몸으로 승부하는 가장 원초적인 경쟁에서만은 공정함을 보장하는 것이 올림픽이 존재하는 의미인데, 국가경쟁을 위해 한선수가 경쟁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파벌이고 편가르기죠.
맞아요 웃겼음
저도 공감합니당
경쟁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서로 엉켜서 같이 넘어질까봐 걱정돼서 한 말 같은데요 그상황에서 1,2위와 3위 격차도 꽤 벌어져있었고 1,2위 경쟁과정에서도 약간 엉킬듯말듯 아슬아슬했던 것도 있고요
이말이 맞음. 원래 올림픽 이전에 있는 월드컵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끼리 선두경쟁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략이 어느정도 정해져있는데, 서로 1~2위 번갈아가며 바꿔줘야 3위가 못 치고 들어옴.
서로 경쟁하지 말란게 아니라 전략대로 하더라도 서로 엉키면 안된다는 말.
박승희선수보다는 심석희선수가 어리기도하고 앞으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경기가 많다고 판단해서 굳이 치열하게 경쟁은 안했던거 아닐까요?ㅠㅠ 경기보다보니까 심석희 선수가 많이 양보해줬다고 느끼게되더라구요
글잘쓰시네요 공감하고갑니다.
이런 글 쓰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시나요..
한국지리로 읽음;하
맞는 말이네요....ㅎㅎ
와.. 기사를 읽고있는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