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489854] · MS 2014 · 쪽지

2014-02-11 22:17:13
조회수 1,351

아! 아!!!! 고딩때 공부 던진거 너무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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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같지만, 전 예전에도 지금도 꿈이 물리학자입니다.
지금은 걍 되는데까지 해보자지만, 고딩때는 진짜 과학계에 한획을 긋겟다는 꿈이 있었죠. 그런데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있느냐...
혹시 스터디코드 아시는 분 있나요?
엣헴. 스터디코드 욕좀 하겟습니다. 중딩때 성적이 조금 낮았는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성적을 빡세게 올리려니 오래 걸릴 것 같은 겁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봣죠. 1년이면 너도 서울대!! 우오오 제 눈을 사로잡았던 스터디코드의 붉은색 문구! 전 스터디코드를 시작했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솔직히 탐구과목에서, 원리를 극한까지 판 뒤 문제를 쌓아나가는 방식은 주목할 만 했습니다. 하라는 대로 물리 하니까 문제 30문제도 안풀었는데 모의고사 1등급 나오더군요. 근데 수학은 달랐습니다. 제가 정석펴고 이차방정식 유도과정을 외우고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굴려대며 낑낑대는 동안, 학교진도는 저만치 나가고 있는 일이 반복되었고, 그걸 만회하려 수학공부시간을 늘리니 다른과목 점수도 떨어졋습니다. 결국 2학년 진학할 때는 반 꼴지에서 4명 이내에 드는 밑바닥 성적이 되었죠.

그리고? 포기했습니다. 이건 변명이지만, 생각해보세요. 마라톤을 뛰는데, 결승선은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고, 달려봣자 전체 구간에 비하면 눈꼽만큼도 못나가고, 다른 선수들은 절 쉭쉭 지나가구요. 굉장히 절망스럽지 않겟습니까??

그리고 나머지 2년은 걍...모르겟네요. 책을 폇다 덮었다 했습니다.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삼수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자살하자고 생각하며 놀았죠.거의 중2병에 가까운,고딩시끼의 치기어린 생각이었지만,어쨋든 저는 제가 해봣자 안될거라 생각했기에 인생 5년도 안남았다는 생각으로 놀았습니다.공부에 대한건 생각하기도 싫었어요.성적표도 받는족족 책상속에 집어넣고 잊어버렸습니다. 전 제가 뒤쳐져 있고,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숫자라는 객관적인 형태로 나타난 걸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전 삼수하는 지금도 제 고등학교 성적을 모릅니다. 모의고사 본걸로 판단하건데 뭐......다행히 영어는 해놓은게 많아서 공부안해도 2~3등급 꾸준히 나오더군요.

그리고 2013년, 드디어 행복한 방학라이프,재수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전 로빈슨 크루소 체험을 하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엇죠. 팬티 일주일씩 입기..한달동안 면도 안하기...하루에 잠 14시간 자기...

만약 여러분이 무인도에 10년씩 있으면 무슨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3월의 어느 저녁, 전 더이상 버틸수가 없어서 걍 드라이기 코드를 방문고리에 걸고 목을 조였습니다.
기절놀이 해봤습니까? 필름끊긴것처럼 그냥 픽 갑니다. 몇분뒤로 타임슬립한 것 같았어요.드라이기 플러그가 코드에 걸려있다 빠져서 살은 겁니다. 얼굴이 저릿저릿하더라구요. 그 실핏줄이 터졋다고 해야하나? 붉은색 반점같은것도 얼룩덜룩 생깁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전 결국 죽을 용기도 없는 것이었습니다.그날은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7월 신검받기 전후였을 겁니다. 새삼스럽지만,전 제가 죽고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이렇게 살기 싫은 것일 뿐이며,현실은 즉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냉정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전 골방 안에서 눈물흘리다 보면 허공에서 "나와 계약하겟는가?"따위의 소리가 들리거나, 자살했더니 뿅 하고 판타지세계로 가서 마법도 얻고 신나게 사는 그런 드라마틱한 인생을 기대한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뭘 하든 어떤 생각을 하던 현실에 변화는 없다는 것을 깨닫자, 저는 이제 더이상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안된다는것. 제 목표를 수정해야 함을,그리고 거기에 제 자신이 거리낌을 느끼지 않음을 느꼇습니다.
수년간 놓았던,고1때 구입한 2010년판 정석책을 다시 펼쳣습니다.3년동안 책에 눌러굳어버린 연필자국들을 보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힘들더라고요.
집과 독서실을 전전하며 오직 수학과 영어만 팟습니다.정석 기본편 한권을 문제풀고,개념 노트에 적고 하는데 한달 반씩 걸렸습니다.저번주에 수2를 끝냈습니다. 수능친건 ABB물1물2 47456 나오더라구요.
다행히 안되라는 법만은 없었는지, 최근 며칠간 제 능력에 비약적인 상승을 느꼇습니다.이대로 잘되면 적통기벡은 저엉말 늦어도 5월 안
에는 끝날 것 같습니다.수리 말고도 아직 책도 안펴본 탐구과목의 문제가 남긴 했지만요. 아,그리고 살도 뺏습니다.30Kg 정도요. 원래 몇kg였는지는 묻지 마시구요.


어쨋든,결국 그렇습니다.제 인생이 끝나니 마니 하며 좌절했지만,전 옛날보다도 훨씬 상황이 나쁜 지금 펜을 다시 잡았고,날아가버린 수많은 기회의 자리에 남은건 지독한 후회뿐입니다.
자기계발서나 오르비분들이 수기에서 말하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애들보는 만화에나 어울리는,정신승리나 다름없는 유치한 대사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이젠 정말 위험하고, 어쩌면 꿈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이대로 노력하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 것이란걸 느낍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미친듯이 몰려옵니다. 진짜. 진짜 후회합니다. 어른들이 맨날 그러죠?그말 틀린거 하나 없습니다."니 사촌형 누구한테 물어봐라, 고딩때로 보내주면 공부 진짜 열심히 하겟다고 그러지."
그래!진짜야! xx후회대!! 내가 왜그랫지!!내가 왜 공부를 던졌을까!! 왜 하드쓰로잉 했을까!! 그러는게 아니엇는데!!!니들은 제발 형처럼 되지 마라
...으으으으으아아아아!!!!!!!!!!나!!!!!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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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강 코토리 · 243365 · 14/02/11 22:34

    음;

  • pairry · 445688 · 14/02/11 23:14

    화이팅! 후회하시지만서도 공부열심히하시는거보니 잘되실듯

  • 선택그리고집중 · 491679 · 14/02/12 17:20

    ㅂ ㅅ

  • 삐뿌 · 492080 · 15/07/14 11:36 · MS 2014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삐뿌 · 492080 · 15/07/14 11:37 · MS 2014

    자기 합리화 하시네요,, 그렇게 목표 멀어보여도 1-2년 죽어라 몇개월 죽어라해서 성적 올릴수있어요. 저도 죽을 만큼해봤구요. 그러면서 스터디코드나 뭐다 핑계대지마세요 님이 안하신거잖아요. 저도 스터디코드해봤지만 백지상태에서 보면 상당히 도움 될것같던데요/그리고 원리하나하나 파는게 너무 오래걸릴것같다고 막 뒤쳐진다고하셨는데, 원래 그렇게 해야되요 님이 중학교때 안한거 처음에 안한거를 뒤집을려고하시면 그럴수 밖에 없죠. 제친구도 님이랑 비슷한상황이였는데 스터디코드보고 급식소에 혼자 듣기 하면서 밥먹고 16분컷으로 와서 공부하는애 있어요. 목표는 서울댄데 성적은 뭐같아도요. 인생 그렇게 막무가내로 살고 다 뭐때문이다 이러면 얻은거하나도 없는거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