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엽T: 일백 꽃 향(香)이 모여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4323498
오희엽T 일백 꽃 향(香)이 모여.hwp
검술 세계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마다 지불해야 하는 수고와 눈물이 당연히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오랜 수련을 한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각 다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수련한 방식만이 최고의 방식이라고 내세우는 검술 스승은 가장 하치로 여긴다고 합니다.
최근 오르비의 글들 중에도 간혹 자기 방식만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검술 스승의 독선이 눈에 뜨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오로지 이 방식만으로 해야 과목 만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넓은 의미의 자기기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공부를 해오다가 드디어 한 깨달음을 얻어 만점을 받았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 방식만 따라하면 만점을 맞을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만점을 받은 게 과연 그 방법 때문인지, 아니면 현역들의 서너 배에 해당하는 그 기다란 공부 시간의 성과인지 그것을 선명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굳이 그 깨달음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 오랫동안 공부했으면 최근과 같은 물수능에서의 특정 과목에서의 만점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한 5년 전쯤입니다. 너는 국어능력이 초등 6학년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핀잔을 주었던 제자가 5수를 해서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백 꽃 향(香)이 모여
꿀을 이룰 제
그 꿀의 단맛
어느 꽃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어라.
- 어느 禪詩
최근 수능은 엄밀히 말해 범교과적인 고차원적 사고 능력을 측정한다는 본래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약간 벗어나 있습니다. 특히 문법과 화법에서는 학업 성취도 시험처럼 개념 지식의 습득을 일정 부분 전제하고 문제를 출제합니다. 일종의 ‘수능의 내신화’ 경향인데 국어 영역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 이 의미의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평가원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수능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최고의 선다형 학업 적성 시험이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교육 시장의 억제라는 미명하에 물수능으로 가다보니 ‘변별력의 상실’과 ‘내신화 경향’이라는 내키지 않는 두 문제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시행한 지 20년이 되다 보니 정형화된 문항 패턴이나 출제 소재의 고갈 등의 문제가 심화돼서 이제는 본래의 취지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위기감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편법의 왕도’에서 고전소설 일부 유형의 문제에서 선지로만 오답 터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도 이제 제발 관습적인 것을 넘어서 아무런 성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선지는 그만 만들라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사실 학생들보다는 우리나라의 중요 출제 기관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던 것이죠.
논어의 첫 구절에는 여러분들도 잘 아는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공자의 말씀이 나옵니다. ‘배우는 것’만큼 ‘익히는 것’의 중요성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떨어짐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수없이 날개짓을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 날개에 힘이 붙고 드디어 하늘로 날아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은 어느 특별한 새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이 세상의 모든 새에게 보여 지는 모습입니다.
지금 여러분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과 기발하면서도 유익한 내용의 참고 서적이 여러분을 둘러쌓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어떤 선생님을 택하든 어떤 교재를 택하든 그 선택의 결과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입시교육은 진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입시의 최전선에 나선 오르비의 고3 여러분은 자기 자신의 의지를 등대 삼아 힘든 수험 생활을 밝혀 나가려는 태도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공부 방법에 대한 불안한 탐색보다 가장 중시되어야 할 수험생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사교육 강사로서 제 방식의 효용성을 강조하겠지만 제 방식만이 가장 우월하다고 절대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각자 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산삼도 안 맞는 사람에게는 한낱 도라지만도 못할 뿐입니다.
.................................................................................................................................................
이번에는 국어 영역과 관련한 말씀입니다.
언어 영역과 국어 영역의 이름만큼이나 문제의 성질도 얼마나 달라졌는지 다음의 문법 문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편의점 알바 군필유무 물어보는데 미필인데 군필이라 구라쳐도 되나요!!? 0
군필은 확인 뭐 할 방법이 있을가요? ㅎ..
-
저 영상하고 증언들만 놓고 봐도 일본 사회 특성상으로 대입해 볼 때 애가 ADHD와...
-
앞으로 전공의 티오는 줄어드는데 뭔소리들 하는거임? 0
대학병원에서 병상 줄이면서 간호사도 줄이고 전공의도 줄이고 중증전문의 위주로만...
-
더블유이즈비비미앤유위배스티스
-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고 투표 한번만 해줘요 ㅠㅠ 0
5명 모집 29명 지원 점공 5/17이고 원서접수마감 직전 실지원 희망...
-
언미생지에 국. 수. 영. 생. 지 백분위 66. 78. 94. 51 등급. 4....
-
3일 벼락치기하고 윤성훈선생님 조교 테스트 잘볼수있겠지??
-
으흐흐
-
올해 정시 컨설팅에서 스카이 대량 펑크 예상하던가요? 2
제가 받은 컨설팅은 진학사를 너무 의지해서 그런지, 너무 짜게 예상하던데......
-
애플로 로그인해서 비밀번호 설정한 적이 없는데, 생년월일을 적어도 로그인이...
-
가능성 “0” 아님?
-
연대 지원 안하신 분들이 강건너 불구경하시면서 장난치시는건지 어쩐건진 몰라도...
-
아니 미쳤나 0
문학론 유네스코 유네스코 이다지 개념 문풀 책 5권 사는데 19만원이나오노…
-
요새는 비문학에서 인문, 그중에서도 철학 예술 파트에서 고난도 문제가 출제되잖아요...
-
계정 비활 풀었습니다 12
이참에 몇년째 안달던 뱃지도... 복귀 기념 무물 받아요
-
34번 선지인데, 지문에 (라)를 보면 갑돌이는"그렇게 행동하는 데에 있어서 별...
-
점공상
-
병원은 파산했지만 의사로서 생명을 살렸으니 조아쓰~
-
덕코내놧 8
내놧
-
ㅈㄱㄴ
-
간호대 ㄹㅇ 괨찮아보임
-
집에 컴퓨터 있고 아이패드 있어요 어문이랑 공대 전공 기초 들을 것 같은데...
-
막상 원서철이 되면 교차를 쓰더라도 급간올리시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
진학사에는 없는 상위표본 생각보다 있음요 진학사 1등보다 높은사람도 있음 ㅜㅜ
-
스블이랑 뉴런 중에 추천 부탁드립니다
-
강남하이퍼의대관기숙 2달정도 다녔음 시설은 별로고 사실 컨텐츠가 좋은지도 모르엤지만...
-
계절 종강이다 6
마지막날인데 잠도 제대로 못잤어
-
여러분의 선택은? (어그로 ㅈㅅ) 연컴 설경 물2 인하대 중앙대 설대 중앙 홍대...
-
이걸로 40받고 식사 비용 합치면 월 얼마 정도 나옴?
-
드릴정도 난이도면 보통 10문제풀면1시간반 정도걸리던디
-
가능할까 ㅋㅅㅋ
-
일단 나부터
-
내년엔 1학년이 거의 4배 되는 거임..?
-
여기 자습시간 시간표만 봤을땐 너무 적어보이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돼나여...?
-
ㅠㅠㅠㅠㅠㅠ
-
친구중에 국어 기출문제 1권풀고 사문도 개념만 듣고 기츨돌리다가 수능장 가서 국어...
-
사람을 살린다라 13
이거보고 국과수 가서 부검하기로 했습니다
-
예비고3입니다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이 안와요.. 고2 모의고사 2등급,...
-
존나 멋있음
-
아니 세특에 왜 0
눈치없게 년도가 적혀있는 거지 나이 티나게
-
미적과탐 치고 공대 간 사람들이라고 문과로 교차하면 라인 높은 문과 꼭 가는 거...
-
부정의미학이 있으심
-
돈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모습이 멋있어서 의대간다는 저능아는 그냥 자살 추천 8
그렇게 돈보다는 생명을 살리고 싶으면 경찰이나 소방관을 하면 되는데 지적수준 저열한거 보소
-
2026 수특 확통 강사에 없으심.. 수1 수2 미적 기하도 찾아봤는데 없으신거 보니 바쁘신듯
-
퓨ㅠ
-
서성한 라인 3
영어 3,4면 영향 큼?
-
구라임뇨 ㅎ
-
아는동생이 백인이 좀 많은 사립학교 미국으로 유학가서 다니는데 아시아인이라는...
-
유동인구 많은 홍대·반포 ‘킥보드 퇴출’… 내달부터 계도기간 [전국 최초 킥보드 없는 거리] 7
앞으로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에서 킥보드 통행이 금지된다. 두...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