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논쟁에 대한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38544054
안녕!
나는 입시판 뜬지 좀 된 사람이야.
과외 준비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오르비까지 흘러들어왔는데 문이과 논쟁하는 글이 많더라고.
보다보니 안타까운 생각도 들고,
또 아직 대학생 조무래기지만, 문이과 양쪽을 어느 정도 다 경험해봐서(어떤 전공인지, 어떤 과정인지는 얘기하면 내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어서, 말은 안 하도록 할게!),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말해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글 쓰게 되었어!
나는 문과 출신이라, 이 글은 주로 문과생들에 대한 팩폭 + 문과생들에 대한 조언이 대부분일 거 같아.
남는 시간에 뚝딱뚝딱 쓰는 거라, 두서가 없을 순 있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
1. 그냥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
대학 와보면 알겠지만, 왜 그렇게 입시 때는 문이과 가지고 박터지게 싸웠나 싶어.
문과로 학교 들어와서 이과 과목 복전하는 사람이, 이과 학문에서 엄청 성적이 잘 나오는 경우도 꽤 많이 봤고
이과로 들어왔는데 문과 복전해서, 교수님이 공개적으로 칭찬할 만큼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사람도 봤어.
내 주변을 예로 들자면, 컴퓨터 공학 복전해서 꽤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고, 또 문과생 중에서 이과생들이 듣는 필수교양 듣고 그 안에서 상위권 차지하는 사람도 많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문과 이과 나누는 게 의미가 없어보이더라고.
그냥 대학 와서 열심히 하고, 또 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거 같아.
굳이 문이과 나눠서 싸울 시간에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뭐고, 그걸 하려면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게 더 값질 거 같아.
2, 근데 잘하는 사람이 이과에 많은 건 사실인듯
이건 뭐 굳이 길게 쓸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이과 출신 혹은 이과 쪽에 지식이 많은 사람이 어느 분야든 성과를 내기 쉬운 조건인건 사실이야.
예를 들어서, 나의 경우에는, 예전에 관심 있는 랩(문과에도 특정 과에는 랩이 있어!)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R이나 python 같은 프로그램에 능통한 사람들을 많이 뽑더라고.
내가 가고 싶었던 랩은, 어떤 해에는 그 해에 뽑은 사람의 80퍼센트 정도가 컴퓨터 공학이나 생물학 출신이더라고.
또 굳이 심리학 같이 이과에 인접한 학문 뿐만 아니라, 철학 같은 순수학문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
나는 철학 전공도 꽤나 들어봤는데, 철학 전공에서도 기호논리학 같은 수업 들어보면 어떤 해는 반 이상이 이과생이기도 해.
그리고 상위권의 상당수를 이과생들이 차지하는 해도 있어.
가끔 고등학생들이랑 대화해보면,문과를 간 사람들은 정확함과 엄밀함을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되러라고.
그냥 책 읽고 자기 느낌 쓰기가 문과 활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꽤 되는 거 같아.
사실은 그렇지 않고, 철학과 언어학 같은 학문들은 엄청난 수준의 정확함과 엄밀함이 필요하고, 아무래도 이런 식의 발상은, 이과생 친구들에게 좀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인 거 같아.
또 다른 분야들도, 깊이 해당 분야를 이해하려면, 수학적인 도구들이 꽤나 많이 필요한 게 많아.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이 이과에 많은 건 사실인 것 같아.
3. 그래서 어쩌라고
이제 긴 글의 결론이야.
결론은, 문이과 가지고 박터지게 싸우지 말고, 그 시간에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대학에 와보니까, 수능 성적은 과외할 때 말고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
사실 19살 이전의 공부로, 이후의 모든 인생이 결정되고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제 생각하면 우스운 생각이고 말이야.
그러니까 문과가 낫니 이과가 낫니 싸우면서 네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또 길고 긴 인생 중, 겨우 3년(그 이상일 수도 있지만)을 가지고 너의 가치가 모두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 문과생들에게
그리고 문과생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대학에 가면, 미적분학이나 선형대수(단학기) 정도는 꼭 공부해보도록 하자.
왜냐면, 어떤 분과든 이제 두 가지는 거의 쓰이거든.
대학 수업은 이제 수능 류의 문제 풀이 스킬보다, 내용을 얼마나 깊게 이해했는가를 물어보니까
크게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또 하나 더 말하자면, 문과생들이 이과생들보다 "수능 공부량"이 적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근데 난 그 이유가, 문과 학문과 이과 학문의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해.
문과 학문으로 분류되는 학문들은,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논란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수능과 같은 시험에서는 최소한을 물어볼 수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만약에 딱 수능만큼의 공부만 했다면,
너는 문과생으로서의 강점을 전혀 가지지 못한 게 되는 거지.
문과의 핵심이 글을 쓰고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과정인데,
그냥 수능 정도 수준의 시험을 암기하고 답을 내는 것에 그친다면,
이과생들과 비교했을 때, 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내가 봤을 때, 대부분의 문과 학부생들이 이런 애매한 지점에 몰려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대학에 와서 학부생이 되면 꼭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과 이야기해보면서 그 시차를 느껴보고,
또 책을 많이 읽어보고,
네 견해를 글로 정리해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도록 해.
그리고 앞서 말했던 미적분학이나 선형대수는 데이터를 다룰 때 많이 쓰여서,
나중에 네가 자신의 견해에 적절한 근거를 들어야 할 때 굉장히 귀중하게 쓰일 거야.
너 스스로를 제한하지 말고,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보시는 분 있나 일단 난 아님
-
오늘 T로 바뀌었어ㅠㅠ
-
애니프사다죽어 8
다죽어
-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지 근데 그렇다고 패배주의처럼 살 필요는...
-
내 얘기임 매일 스스로가 제정신인지 의문이 듦
-
제발허락해주세요 6
고등학교들어가서는못살겠는걸요
-
누가 누굴 상대해 (워워) 아펠리오스 스킨의 주인 나는 (도현)
-
여기 있습니다 ㅎㅎ 다만 수능 시간표 그대로 하기엔 영 견적이 안나와서 국어 -...
-
대성패스밖에 없어서 ㅜ 이제 시작하려합니다
-
한 건물 전체 강의실에 에어컨 설치가 제대로 안 돼있어서 에타에서 곡소리 나는...
-
지금 이동하면서 작성한거라 사실 제대로 썼는지, 말씀을 잘드린건지 모르겠네요......
-
말이됨? 건물에들어가도 똑같이 더웟다니까?
-
남은 시간 동안 성적 올릴 수 있나
-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경험이죠.
-
님들 점메추좀 2
교수님께 대학원간다하니까 너무 좋아하심
-
어느 한 유저 덕분에 알게된 좋은 기능이다
-
국어 실모 풀 때마다 독서론 화작에 20분 문학에 25~30분 나머지 독서에 시간을...
-
애널리스트
-
난 저렇게 못하겠음 넷상에서도 기빨려
-
국어 독서 연계 앱스키마 123만 잘 해놓으면 충분할까요? 아수라는 볼륨이 너무...
-
메인에 두 개를 한꺼번에 올려버리네 어그로는 이렇게 끄는 거구나
-
똥구멍 2
-
????
-
댓글에도 두개씩달기
-
님이 둘 다 붙은 현역수시러라면 어디 가실거같음?
-
해도 될까요? 문학은 강+새기분 해서 괜찮을거 같은데 독서는 한번씩만 풀어보고...
-
요즘 진짜 많이 보이네 롤대남이라 자꾸 롤만 생각남 축구에서 많이 쓰나?
-
참고로 개업 당시 세븐일레븐은 7시부터 11시까지 운영한다고 세븐일레븐.
-
찐따들은 좀 맞아야 됨
-
옛날 고3때 쓰던 연습장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는데 고3때 공부안될때마다 혼자서 좀...
-
문득 궁금
-
동기부여 GOAT
-
뭐하지 그때까지... ㅠㅡㅠ
-
오르비가 미쳤어요
-
오늘 먹은 거 빼려면 하루종일 런닝머신 뛰어야겠네
-
사과 배가 조금 이른 감이 있어서 비싼 거지 9월 말 10월 초에 진짜 쌀 것...
-
아는 동생이 물어보는데 유명한 학원이나 그런곳이 있나오?
-
지구온난화 이새끼 이거 미쳤는데
-
너무힘듬
-
날씨 ㅈㄴ덥네 0
담배피러 나갔다왔는데 땀뻘뻘
-
문학 가뜩이나 약한데...
-
일요일을 8번만 더 거치면 수능ㄷㄷ
-
ㅈㄴ뜨겁네 ㅋㅋㅋㅋ
-
오늘 화장 4
개잘됬어. 자랑 하러갈께요
-
그런사람이실제로존재한다는말임?ㄷㄷㄷㄷ
-
독서실도착 0
아수라 올라올때까지 수학+사탐 좀 하다가 올라오면 아수라 바로들어가
-
..
-
점심시간 롤 반대항리그도 하고 줌수업때 카메라갖고 놀고 출석부르다가 디코에...
-
계란국 끓였는데 2
지끼미 존나 맛없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