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란 무엇인가 9편 + <수국비 광고>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38536482
저는 앞선 시리즈에서 효과적으로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학습 방법으로 ‘유형별 학습’을 잠깐 제시한 바 있습니다. 같은 유형을 같은 방법으로 풀어야 제대로 학습한 것이라는 말을 지겹도록 반복하고 있습니다.
8편에서는 좀 더 빠른 알고리즘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좀 더 통합적인 알고리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돌이켜보면 영어에 대해서 선천적인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등급이 곧잘 나왔습니다.(그리고 절대등급으로 전환될 때 피눈문을 흘렸었죠) 저는 영어 때문에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을 오래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삼수할 때 매우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저는 여태 영어 문제를 풀면서 단, 한번도, 유형을 나눈 적이 없습니다. 당장 모의고사나 EBS 교재를 보면 영어 문제는 정말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저는 세 번째 수능을 칠 때까지 영어 문제를 굳이 다르게 구분한 적이 없습니다.(물론 세 번째 수능 영어도 처음 칠때처럼 아무생각 없이 그냥 읽고 풀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요지추론, 빈칸추론, 제목추론, 글쓴이의 의도 등등 영어 문제는 수없이 다양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많은 학생들은 이러한 다른 질문을 서로 다른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 같더군요. 제게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었습니다. 그 많은 질문을 따로따로 어떻게 외우나 신기하더군요.
저는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영어 문제를 질문별로 나눈 적이 없습니다. 그냥 속된말로 닥치고 풀었습니다. 그냥 읽고 이해해서 답을 체크했습니다. 요지문제는 이렇게, 빈칸문제는 요렇게, 제목문제는 저렇게 따로따로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문제가 요지를 묻던 빈칸을 묻던 제목을 묻던 저는 항상 일관되게 읽고 내용을 이해한 다음 답을 체크했었습니다. 제목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해. 요지문제는 저렇게 풀어야 해. 그런 설명을 살면서 한 번도 귀담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결국 영어시험에 나오는 글들은 읽고 이해하라고 써져있는 것들입니다. 제목추론 문제라고 해서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읽고 이해하면 장땡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영어 단어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acquired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습득한. 후천적인. 등등
하루는 영어 선생님이 어떤 지문을 설명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게 됩니다
“여기서 acquired는 ‘습득한’으로 이해하면 안되요. 여기서 쓰이는 뜻은 ‘후천적인’이에요”
이 설명을 들은 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니 습득하다는 거나 후천적이라는 거나 무슨 차이이지? 선천적이지 않으니까 습득했다는 것일테고, 그것은 결국 후천적이라는 말 아닌가? 서로 같은 뜻 아닌가?”(대표적으로 AIDS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나중에 얻은 병이니까 ‘후천성’이라고 하는게 당연하겠지요?)
이때 제가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보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저는 영어 공부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다른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했습니다. 영어 단어 외우는 것도 정말 귀찮아해서 거의 뜻을 한두개씩만 외웠습니다.
acquire이라는 영어단어의 뜻을 하나로 외울 수 있는데(습득한), 이것을 굳이 두 개로 외우면(습득한, 후천적인)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우리의 뇌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무한하지 않습니다. 한 개를 새로 얻게 되면 무엇인가 한 개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 우리 뇌에게 부담이 됩니다.
(한 단어에 정말 다양한 뜻이 적혀있는 영어사전.
출처 : http://dpg.danawa.com/bbs/view?boardSeq=28&listSeq=943095&past=Y)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운다고 상상해봅시다.
철수가 “엄마 나 오늘 1등 먹었어” 라고 말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때 이 외국인은 어떻게 해석할까요? 1등을 칼로 썰어서 스테이크처럼 소화시켰다고 해석할까요? 아닙니다. 아 그냥 1등을 했다는 말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먹다’를 영어로 번역하면 첫 번째 뜻으로는 당연히 eat가 나오겠지만, 곁가지 뜻으로 다양한 단어들이 실려있을 것입니다. achieve, get 등등..
그 외국인이 ‘먹다’의 영어 뜻을 일일이 서로 다르게 외우면 이것은 분명 큰 스트레스이고 비효율입니다. 쓸데없이 더 외우다가 오히려 가장 중요한 핵심을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가상의 친구 철수가 있습니다. 저는 철수에 대해서 다양한 논평을 했습니다.
“철수는 좀 쳐맞아야 해”
“철수는 정신을 차려야 해”
“철수는 교육을 더 받아야 해”
“철수는 말 좀 들어야 해”
“철수는 욕을 좀 먹어야 해”
당연히 이 말들은 같은 말들입니다. 비록 달라보이는 포장을 해 놓았지만.
달라보이는 것들이 사실 똑같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통합적인 알고리즘입니다. 달라보이는 것을 똑같이 봄으로써 우리는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 문제를 굳이 유형을 나눠서 따로따로 외우는 학생은 저보다 영어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을 것입니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릴 것이며 정답을 틀릴 확률 역시 쏟아넣는 노력에 비해 클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보고 “아 이 문제는 내 머릿속에 있는 목록 중에 1번->4번->6번->2번->1번->8번->7번의 유형이니까 이렇게 풀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아 이 문제는 내 머릿속에 있는 목록 중에서 1번->4번->6번 유형이야”라고 판단하는 학생 중에 어느 쪽이 좀 더 편하고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을까요? 첫 번째 학생은 옆에서 보는 사람도 피곤할 정도입니다. 두 번째 학생은 그냥 잠깐 고민하고 문제를 넘어갈 수 있습니다.
도구의 수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닭 잡는 칼로 소까지 잡는 백정은 정말 뛰어난 백정일 것입니다. 굳이 소 잡는 칼을 따로 챙길 필요 없이 닭 잡는 칼 딱 한 개만 가지고 다니면 됩니다. 한 가지 도구로 더 다양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고수입니다. 연장을 한 개만 들고 다니니 깜빡 잊고 어디 두고 올 일도 없고 무게도 가벼워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점점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점점 합쳐지고 종류가 적어져야 합니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다양하고 세세한 알고리즘으로 분화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면 할수록 알고리즘의 종류는 줄어야 하고 통합되어야 합니다.
왜 내가 스스로 영어를 잘했나? 에 대한 답은 나중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대할 때 다른 과목에 비해서 현격히 적은 개수의 도구로 다양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뿐만이 아닙니다. 각 과목의 고수들 또한 적은 도구로 다양한 상황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 수국비 광고를 조금만 하겠습니다.
원래는 전자책을 넘어서 종이책까지 출간을 예상했었지만.... ㅠㅠ 안타깝게도 종이책 출판은 여러 사정들이 겹쳐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ㅠㅠㅠㅠ
현재 제 <수국비> 전자책은 오르비 전자책 아톰북스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총 분량 800페이지의 전자책입니다. 여기서는 제가 여태 말했던 '지혜, 인지'를 비롯하여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접근법, 수능 출제자들의 의도에 따라 주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빠르게 풀어내는 법,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어디에 집중해야하 할 지 등을 총망라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떠한 수능 국어 비문학 관련한 자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절대로 실망하지 않으실 것이리라 보장합니다.
https://docs.orbi.kr/docs/7325/
https://docs.orbi.kr/docs/7327/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치킨을 0
먹을까말까먹을까말까먹을까말까
-
[4수를 망하고...] 5수생의 수능수학 출제원리 연구 시리즈-1 0
2021년 11월 나의 네 번째 수능날이었다. 나는 내신 7등급에서 현우진 킬링캠프...
-
의대 순위 0
서연카성울/고경한중이 이거임?
-
요즘 인스타 댓글들도 12
뭐이리 병들어 보이는 사람이 많은지
-
ㅇㅇㅅㄱㅇㄱ
-
메리크리스마스 0
진학사와 함께....
-
홍익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홍대25][교내외프린트꿀팁]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홍익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홍익대생, 홍익대...
-
독서는 김승리 올오카 25 > 26 > (앱스키마) > 아수라 커리 타고 매월승리...
-
크리스마스 점심 1
크리스마스 기념 배달시킬려는데 점메추좀
-
https://orbi.kr/00070624306/의외의-서울과기대-삼성전자-아웃풋-...
-
육군은 1년 6개월 내내 후회하지만 공군은 3개월만 후회한다 킹익
-
심심하다 0
친구만나고싳다.
-
서강대 영문/인문 정도면 시세무 버리고 갈만 한가요? 14
세무사나 회계사 생각중인데 여기 가는게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보다 메리트가 있을까요?...
-
얼버기 0
근데 7시간밖에 못 자서 또 잘 듯
-
사탐 추천 좀 0
지리 배경지식 거의 없음
-
순서대로 6,9,11 미적 백분위임ㅠㅠ 3등급이 진짜 제 실력이라기엔 인정하고...
-
진짜나만할거없지..
-
성대 경영 651.81 서강대 경영 501.44 어느쪽이 더 안정적으로 붙을 수 있을까요
-
근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빼고 다 여자알바라 오히려좋아
-
다들 고마워요 나도 이따가 쓸 수 있으면 더 써야지
-
ㅇㄷ?
-
가는게 말이 됨? 과가 맘에 들었다고 했는데 서강은 복전 자유롭지 않나?? 흠
-
대학 8월 자퇴 -> 11월 수능 -> 3월 재입학 가능하져? 4
고등학교는 자퇴 후 몇개월 있어야 검정고시 응시 가능한거 같던데 대학은 11월 전...
-
진로도 없고 성향도 분명하지 않은데 단순 취업만 두고 본다면 둘중 어느게 더...
-
둘 다 있는건 저뿐이에요
-
화작 미적 영어 물리 사문 99 92 4 97 83
-
흠 0
귀찮네
-
밥추천좀씨발 8
게임노엄이라서 밥먹을거임
-
다들 안녕하시지요
-
90만원짜리 살려는데 교재가격이 비싼것도같고 아닌것도같고요 보통 얼마짜리 사시나요???
-
글을 읽는 실력이 달라진 건 없는거같은데 그냥 잡생각 덜 들고 조금 집중해서 읽었다...
-
고1~2 모고 영어는 거의 다 1이였고 고3 모고도 풀면 1~2 왔다갓다 하는데...
-
아마 똥이 80퍼일거 같긴 한데 함 츄라이해보도록하지
-
이정도면 걍 공대=스캠 인가 나름 고대 인공지능인데도 스캠소리 듣네
-
어디가 더 나을까요? 외글 너무 시골이라길래 쓰기가 좀 그렇네요
-
"군인은 아저씨가 아니다"......
-
물리학과소환
-
중딩때 취미생활하면서 주로 페북에서 활동했었는데 그때 취미쪽으로 교류했던 사람들이...
-
누군지는 비밀 흐흐
-
90명이상 뽑음 40등임
-
아점 ㅇㅈ 2
김치찜 on 오후엔 공부하러 도서관 가야겠다
-
자고 일어나니 5칸이었던게 1칸되는 꿈을 꿈 현실은 컷트라인 더 떨어져서 살았다 ㅎ
-
설경영경제 0
어느 순간부터 설경영 ---- 진학사컷이 더 낮고 고속이 살짝 더 높네요.....
-
경희대 논술준비반 다 밥먹으러 나가고 교실에 남녀 2명인 상황 -남자: (여자 있는...
-
그 쉬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심정은 똑같은걸요
-
진학사 둘 다 7칸, 시립대 경제 vs 중앙대 사회 1
텔그는 시립 71, 중앙 61입니다. 무조건 붙어야하는 카드라서 그냥 시립대 쓸까...
-
걍 재수하는 친구한테 5에 다 넘길까도 생각 중이긴 해요
-
수시로 갔으면 7
집앞 지거국 컴전화기중에 하나 쓰고 갔으려나 지거국 문과를 가고싶진 않았으니까
-
부산대한의대vs성균관대약대vs서울대vs경희대약대(6년장학) 4
뭐가 좋음?
단어책에 쓰여 있는 여러가지 뜻을 하나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선생님 수국문은 없나요?
그리고 종이책으로 발간할 예정은 없으신가요?
네 아쉽게도 제가 대학생인데 ㅠㅠ 이제 제 전공 공부하고 또한 출판은 어른들의 사정으로 발간이 힘들거 같습니다 ㅠ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ㅠㅠㅠ
아쉽네요ㅠㅠ 알겠습니다
항상 정성글 ㄷㄷ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