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당신을 위한 변명 (N수헌정시)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32153509
비단 N수생들에게만 들려주고픈 글이 아니다.
언젠가 인생에서
정체된,
때론 뒤쳐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해 힘들어 할
오늘의 청춘들에게 바친다.
그리고 어제의, 오늘의, 내일 나에게..
또한, 글이 아닌 한 편의 긴 시로 남았으면 한다.
수많은 연구를 해도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하나의 실험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시 한 편이
자책하는 당신에게 그 하나의 실험이 되기를.
그 자책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를.
"몇 살이세요?"
"저.. 스물.. 세..살이요."
('와.. 근데 아직 수능을 본다고..?')
자, 이제 멀리 떠나보자.
"How old are you?"
"I'm 18 years old!"
('What the fxxk happened to his face?')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나..?')
"Quel âge avez-vous?"
"J'ai 30 ans."
('je l'envie. Il a l'air plus jeune que son âge.')
('부럽다. 동안이네.')
"¿Cuantos años tienes?"
"¿5?"
('Carajo! El no puede hablar español.')
('젠장! 얘 스페인어 못하나보네')
"Сколько тебе лет?"
"мне 20 лет"
('что? Он выглядит на 35 лет')
('뭐라고? 35살은 되는 것 같은데..')
당신은 지금 세상 어디로든 떠나
때론, 30살이 될 수 있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20살이 될 수 있다.
10대가 되고 싶다면..
이름 모를 미국인의 속마음을 다시 알아보자.
('What the fxxk happened to his face?')
그만 알아보자.
하지만 그렇다.
현실로 돌아오면
당신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두 발을 딛고 서있다.
아니, 두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는 의자에 붙여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수백의 해가 지고
수백의 달이 지는 동안
그 하루가 日이라는 옷을 벗어,
月이라는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 옷마저 12달을 버티지 못해
결국 年이라는 의복(衣服), 아니 죄수복을 입게 되고,
그 年이라는 옷마저
겹겹의 세월에..
해지고 있다.
'언제쯤 난, 의복(醫服)을 입을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집단에서는 모두가 나의 나이를 안다.
가족
친척
친구
심지어,
학원
독서실
인강 사이트
속일 수 없다.
사실이다. 속일 수는 없다.
하지만, 뒤집을 수는 있다.
23살인 내가 20살 새내기보다 젊어지는 법이 있다.
이것이 내가 조급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방식이다.
내게 남은 날이 1년이라면
내가 20년을 살았든, 50년을 살았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내게 남은 1년이
나의 삶을 규정할 뿐이다.
눈치챘는가
나는 나이를 거꾸로 셈한다.
살아온 날이 아니라
인생의 남은 날을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것이 당신을 더 절박하게 만들지 않는가?
자, 이제 다시 멀리보자.
아, 이름 모를 미국인을 다시 만나자는 게 아니다.
20살인 새내기가 97살에 생을 마감하고
23살인 내가 100살에 생을 마감한다면
새내기는 77년을 더 살 것이고
나 또한 77년을 더 살 것이다.
결론, 나는 새내기와 동갑이다.
20살인 새내기가 90살에 생을 마감하고
23살인 내가 100살에 생을 마감한다면
새내기는 70년을 더 살 것이고
나는 77년을 더 살 것이다.
결론, 내가 7년 어린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나보다 어리니깐 더 일찍 죽었으면'하고
저주를 하며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출생으로 규정된 '사회적' 나이는
나를 규정할 오직 하나의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남은 생'에 있어서는 지표가 될 수조차 없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사실,
나보다 나이가 많을 수 있고
반대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사실,
나보다 나이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위에서 내린 결론만 해도 이미 두 가지이며
적게는 세 가지(연상/동갑/연하)
많게는 일만 가지 이상의 결론이 나올 수 있고
결국,
이 모든 결론은 결과론적이다.
아무도 모른다.
23살의 내 생이 다 할 때까지는.
그러니 나는 죽는 날까지 자유롭다.
그러나, 그냥 허비하지는 말자.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더 많을 수 있으니.
그러니, 몸을 가꾸자.
사회적 나이를 무시한다고 해도
신체적 나이는 무시할 수 없으니.
나 또한 무지했던 긴 시간 동안
몸을 제대로 가꾸지 못해
신체 나이를 역행시키느라 고생 중이다.
(그게 고생 중이라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나는 몇 살일까?
23살?
틀렸다.
난 29살이다.
미안하다.
난 25살이다.
아니,
난 27살이다.
이제, 다시 묻는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도대체 몇 살일까?
23살이라 확신했었는데
이젠 헷갈리는가?
이것이 내가 누리는 자유로움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몇 살일까?
당신은 자유로운가?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또 한 번의 도전이든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든
마음으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수많은 연구를 해도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하나의 실험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_ Albert Einstein (아인슈타인, 물리학자)
0 XDK (+15,010)
-
10,000
-
10
-
5,000
-
아무래도 수험생들은 잘 모를거같아서 ㅇㅇ 잘 고려하시길
-
공군컷볼때마다 4
20살에 공군 바로 박은게 인생 최고의 선택같음요
-
[의대면접 MMI 분석] 연세대 미래캠퍼스 의대 MMI 면접 - 의료 윤리 기출문제 답변 준비방법 0
안녕하세요, 의대 면접 대비 LTP컨설팅 입니다. 오늘은 연세대 미래캠 의대 면접...
-
일단 매주 복권 사야지
-
미적의 신이 되고싶다
-
제 호흡이 널리 퍼지도록
-
수험만 존나 오래해서 학교에서 하는 엠티오티 동아리 하나도 안해봄 아예 교류가...
-
전북 전남의 전부다 교과로 합격권인데 붙으면 어디가야될라나 본인이 전북에살아서...
-
수능 끝나고 뭐하지 10
흠
-
존나 많겟ㅈ?
-
소니 1000xm5 보스울트라
-
씹새들아 아득바득 컷 그만 올리라고
-
갑자기 확 줄어든다는 얘기가 있던데 진짜인가요
-
취업이 2
상상이 안되네 누가 나를 돈주고 고용한다고? 난 하우스 프로텍턴데
-
사문 ㅈㅂ ㅠㅠ 1
2컷이 40인 가능세계 없냐….ㄹㅇ..??
-
https://orbi.kr/00070135573/라인 잡아달라는 사람들 필독
-
정법이 사문이랑 경제에 비해 타임어택 어떤 편인가요 2
이번 수능 사문 6분 남았는데 경제는 한 6문제 날렸어요..
-
돈츄럽미라잌아원츄베이베~
-
엄마는 기말까진 봐보고 판단하자하고 근데 생명 기하 내신국어 내신영어 이런걸...
-
안된다면 라인을 어느정도로 잡아야 할까요?
-
이새끼들 공군컷 의무병컷 미적컷 과탐컷도 다 올려놓더니 한국어능력시험까지 2주컷 분탕질이노 ㅉㅉㅉ
-
삼체 읽어보려고 했는데 12
두께 이거 괜찮은 거 맞지...?
-
여자랑 대화 나눠본적도 없는데..
-
어머니가 세무사 일을 하시는데 어머니 단골 손님중 한분이, 자녀분이 이제 고1...
-
물1 48 0
물리 48점 백분위 표점 어떨까요?? 하 15번틀린게 진짜… 표점 증발 7~8나서...
-
경희대 경제 가능한가요?
-
밥 든든하게 비벼서 먹고 싶다
-
달걀
-
현역인데 라인 한번만 잡아주세요 ㅠ 그리고 시대인재 다니려면 어떻게 언제 접수해야...
-
고려, 한양, 성균, 서강, 중앙, 시립, 이화, 외대, 건국, 동국, 홍익.....
-
싸움꾼의 호흡 제 1형 《저격아님》 제 2형《순수하게 궁금해서》 제 3형 《아니...
-
노래방갈까 3
후으늠...
-
맘스터치 갔다가 허거걱 역시 허윤진 goat
-
학기 초 다른 반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에 잠시 힘들어하였으나 상대방의 입장을...
-
여기 없으면 틀딱임
-
나도 이미지 써줄게 22
써달라고 하는사람 있을려나..
-
지금 내신 하는 애들 정시할 때쯤 내신 영향력 꽤 클텐데 굳이?
-
안뇽하세요 4
아조씨에여 동생이번에 입시해서 논술 도와주다가 오랜만에왔어요
-
락카칠하는것보단 훨낫잖어
-
약간 뒷북이긴 한데 시험장 풀이 복기해보려고 쓴 해설입니다. 안그래도 투과목 자료...
-
독서론 독서 문학 화작 질문을 받습니다 2411 백분위 98, 2506 문학1틀,...
-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재학생 대표 커뮤니티 고파스의 새내기 맞이단입니다!!...
-
[정시기다리는] 필연적인 빵꾸 /컷하락 (문디컬을 예시로) 6
안녕하세요. 피오르 컨설팅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시기다리는 입니다. 문과 최상위권...
-
곧있음 금테인데 2
맞팔 할사람 금테 달고 싶다..
-
2월달에 일주일동안 학교 가자나요. 근데 졸업식 가기 싫어서 그런데 출결에 영향...
-
에반데
-
늙은이들 3
-
경희대<이대라는데 이거 ㄹㅇ임? 고3이라모름
-
2종 2트 합격...
-
누가 있지
여기서 기만하시면.. N수생들이 몰려옵니다..!
사실이죠. 저도 아직 그렇구요ㅠ
모든 순간을 그렇게 살아간다기보다는
정말 힘들고 지치는 순간, 무너질 것 같을 때 이런 생각을 하며 버팁니다 :)
응원할게요!
ㅋㅋㅋ 최대한 순화시켰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ㅠ
작은 진심이라도 전해져서 다행입니다.
응원해요 :)
???: 응애 나 아긔 수험생
21살입니다.. 친구들 다 군대가고 전공살려서 벌써 일하고있는거 보면 초초한마음도 많이들고... 난 뭐하고있는거지 하는 생각 많이 들었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귀찮으실텐데 메일 보내면 항상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시고... 듣기 도움 많이받았어요... 목표등급인 영어 2등급 꼭 맞고오겠습니당
전혀 늦지 않았으니 열심히 살아봐요 우리!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
흐어.. 모르게따...
치대생분들이.. 기만률이 높군요..ㅋㅋㅋ
잘읽었습니다
오빠 ...
“하늘 같으신 인생 대선배” 대표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래도 행차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직접 쓰신건가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네 모든 게시물은 직접 쓰고 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23살... 군대다녀와서 수능보는데 참 힘드네요 마지막 기회이고 주변의 기대는 높은데 부응할 수 있을런지ㅜㅜ 위로받고 갑니다
본문의 나이를 설정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23살 수험생 분들께 가장 큰 위로가 될 것 같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 글 올리기 직전에 수정했답니다.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
중간에 ¿5? 다음의 괄호는
아! 이사람은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나보군.
같은 느낌인가요? ㅋㅋ
쓰면서도 오타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ㅎ 이렇게 캐치해내시네요..!
그리고 본문에 숨겨진 비밀을 확인하면 내용 이해가 좀 더 편하고 풍성해질 거예요.
대화 부분이 전체적으로
나이 묻기 - 이상한 나이로 답하기 - 듣고 난 소감
이렇게 흘러가길래
'이사람 25 정도를 말하려고 했는데 스페인어를 몰라서
5라고 했나보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어요
토플 리스닝 추론식 풀이로 만점각..!
서울대 ㄱㅁ, 그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능공부 너무 힘드네요, 나이가 무서운것보다 수능이라는 시험을보고 공부하는게 제일 힘듭니다
여러분이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orbi.kr/00021898961
이 글 한 번 권해봅니다 :)
조금은 다른 관점일 수 있지만요.
저도 지나온 길이라 지금 이렇게 말을 하지만, 수험생일 때의 그 불확실성은 매일매일 저를 옥죄어 오더라구요. 멘탈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학습 칼럼보다는 멘탈 관련한 칼럼을 더 많이 써왔고, 더 많이 쓰고 싶네요.
오래 살 생각이 없다면요?
남은 시간을 농도 있게 살다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매년, 다음 해의 벚꽃을 보고 싶게 될 수도 있지요 :)
농도있게 산다라... 그럴 의지는 없지만, 내년의 벚꽃은 그립네요
아인슈타인이 말한 하나의 실험은 뭐예요?
실제로 특정한 하나의 실험이 있었다기 보다는
자신 또한 좌절을 겪었으며, 그러한 좌절이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단계라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와...........
와......
탄성의 연속입니다....
좀 늦게 확인하였네요.
영광입니다. 감사드려요.
오..
감사합니다!
칠수생인데 일찍 죽으면 오또캥 8ㅅ8ㅠㅠ
응애 나 아기 법사
감사합니다 선생님
20대의 1년과 늙어서의 1년의 가치가 같을까요
젊음과 늙은 후의 삶의 가치에 대해 경중을 따지는 글이 전혀 아닙니다.
저는 정반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늙어서의 1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적 기준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제가 29살에 죽는다면,
27살인 저는 사회적 기준으로는 젊지만, 사실은 이미 다 늙어있는 것이죠.
저에게 남은 "20대의 2년"과 "늙어서의 2년"은 정확하게 일치하는 기간입니다.
그러니 가치는 정확하게 동일합니다.
지나간(흘려보낸) 시간을 자책할 필요 없이
앞으로 남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가치있게 살아가자는 글입니다.
스페인어 추 ㅋㅋ 잘읽었어요
모든걸 포기하고 다시 꿈을 가지고 수능을 보는 N수생 혹은 20대 후반이 이 글을 읽으면 극히 모든게 공감 될 것. 무엇보다 원래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도전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 무뎌졌을 것 내가 그러니까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연대꼭간다...후..
도긩이가 말한 1년 재수하면 어때 1년 더살면 그만이지랑 같은 마인드군요
잘 읽었습니다
단 한가지 헛점은.... 아무리 생을 마감하는 나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혼령기는... 피할 수 없어요.... 자녀 계획이 있으시다면 배우자분(혹은 당신) 가임기도 있고..... ㅠ
와.... 정말 오래전에 읽었던 글인데 비밀이 있었네요.... 이걸 드래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