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과 울음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28592716
# 눈물 1
사기인 줄 알면서도, 눈물은 믿게 한다.
-나르테크스 카이솔로(시인)
울음은 권장되지 않는다. 남자는 세 번 울어야 하는 사회인 데다, 질질 짜는 것은 망측하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이 된다. 울면, 갈 데 까지 간 것 같다. 그래서 상대방 마음도 녹아내린다.
그 어떤 논리, 해괴한 변명, 합리화에도 넘어가지 않았는데 눈물에는 넘어간다.
심지어 법정에서도, 요긴하다. 어느 형사재판이었다. 상대방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애인이자 피해자.
나는 피고인을 변호했는데 기록을 놓고 보면 둘은 연정관계가 맞았고 돈은 연정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물론 변호인은 의뢰인의 말을 믿기 위해 '노력하기에' 그랬을 테지만 재판과정 확보한 녹취록은 분명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자기야~ 이 돈(2000만원) 일단 받고 나중에 천천히 갚아. 내가 자기 사랑해서 주는 거니 어려워하지 마요"
이쯤되면 아무리봐도 사기는 되지 않는다. 변호인이 확신을 얻을 때 변론은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재판은 잘, 진행됐다. "반성 많이 했지만 사기는 진짜 안 쳤습니다"라는 상투적인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끝나자 갑자기 피고인과 한 때 내연관계였던 고소인이 벌떡 일어났다.
"판사님, 피해자로서 한 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정적이 흘렀고, 재판장은 지나칠 수 있지만 말을 해보라 했다.
"판사님, 저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서럽게 울었다. 너무나 서럽게.
어찌나 서럽게 울었던지 경위조차 어떻게 말릴줄 몰라 당황해했다. 보통 이 경우 재판장이 나서
"그만 우세요"라고 위엄있게 지시하지만 그녀의 울음에는 골계미마저 느껴져 아무도 막지 못했다.
그녀의 흐느낌이 1분 뒤쯤 그치자 나는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니 진짜, 뭔가 있나?"
그 어떤 표독스러운 말투와 정밀한 논리, 정갈한 문체도 내 확신을 흔들지 못했는데 눈물이 어느새 비집었다.
어느 사법교재도 변론전략 중 하나로 "당사자의 눈물"을 강조하지 않지만,
실무적으로 효과가 전혀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감정실무(1)" 같은?!
#눈물 2
지금은 봉쇄된 루브르 박물관.
파리 여행 중이었던 나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나리자를 보러 갔다. 30명이 모여 그림 보호를 위해 처진 장막 뒤에서 모나지를 봤다. 한참을 보며 속으로 "XX, 이게 뭐지? 아무 느낌 없는데"했지만 더러는 심각하게, 더러는 눈물까지 흘렸다.
어느 문인도 모나리자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데, 이런 울보들에게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명언을 인용하며 경고한다.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화가 몫이 아니다. 화가는 웃게 한다. 눈물은 감정을 교란시킬 뿐이다."
(이 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 말이다.)
그림을 보고 눈물 흘리는 것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현대미술계에선, 외면받는 듯 싶다. 미술사학자 대부분은 울음에 부정적이다. 감정에 약한 그들은 미술사학자의 강연을 듣고 정제된 '이론'을 바탕으로 이해해야 한다. 급기야 20세기에서 회화사는 눈물을 소거했다. 어느 누가 바스키야나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고 울겠는가.
17세기, 계몽주의와 함께 개인의 정서적 경험과 지적 고찰(낭만주의)이 강조되며 눈물은 권장됐다. 귀를 잃고 을 초연했던 베토벤의 눈물, 에 담긴 고흐의 눈물은, 괴상한 이념과 추리 게임으로 변질된 현대미술에 이르러 휘발됐다. 모더니즘 이전의 회화는 형상과 내러티브를 가졌지만 포스트모던은 이 무한한 다양성을 제거했고 눈물샘을 을 막았다. (심지어 18세기, 연암 박지원도 "모든 감정의 끝은 눈물"이라 했거늘!)
이제 눈물은 소설, 발라드, 영화, 드라마 영역이 됐다. 이들을 감상하며 현대인들은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터부시한 미술사학자들의 지적 스노비즘은 이제 경매 최고기록으로만 존재가치를 웅변한다. 까닭은 현대미술이 퇴보하는 사이 낭만주의 사조를 완전히 이어받은 소설, 음악, 드라마 등이 독립된 예술작품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간달프도, 눈물의 순기능에 주목했거늘!
"울지 말라곤 안 한다. 모든 눈물이 나쁜 건 아니니까."
<반지의 제왕>>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니 이거 a 상수인데도 성립하는거임? ㅠㅠ
-
저는 지구 지엽을 돌아보거나 오답노트를 보거나 한국사를 하거나 합니다 공부하기 싫을...
-
기계과썼고 답 맞춰봐서 아는데 정확히 4개틀렸음 기계과썼는데 합격가능성 있을까요ㅠㅠ
-
너무 슬프다 2
왤케 글이 튕기지 글을 읽었는데 기억이 잘 안남 ㅠㅠ 머리가 멍해
-
언확사사 백분위 98/99/2/96/96 붙나요..?
-
학기 중 꿀알바 과외. 이제는 잡을 수 있습니다. 한창 중간고사 중이거나 끝나는...
-
제발 있어줘
-
ㅋㅋㅋ
-
문학 왜이럼
-
강아지보고싶어 0
본가에 있는 강아지보고싶어서 미치겟슴 강쥐 맡기고 한 1주일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
아수라 리트지문 1
아수라 총정리과제에 수록되어있는 리트엠디트 독서 지문들 ebs 소재랑 연관된 지문들인가요?
-
ㄷ 선지가 맞는 이유가 나가 방출에너지양과 질량 둘다 다보다 높지만 방출에너지양이...
-
부분으로서의 전체
-
교육청문제중 ㅅㅌㅊ인거같음
-
본인 썰 4
전에 뉴스에서 확통하고 미적 표점차가 10점 넘는다는 내용이 나와서 엄마가 "확통...
-
김현우 시즌1 0
김현우쌤 겨울 커리 난이도 많이 높나요... 내신 때문에 퐁당퐁당 공부 해서 기출...
-
사문은 답지가 없음요?? 생윤은 어직 안 뜯었고 사문1회만 풀었는데 봉투에 답지가 안 보이네
-
뒤로 가면 챕터당 4점문제만 20문제 이상인데 한시간 안에 가능한가요…? 기본...
-
군수중인데 진짜 오랜만에 강k영어 구해서 풀어봤는데 너무어렵내요 그래도 현역때 거의...
-
롤스가 빈국을 원조할때 부권주의적 간섭은 허용x 다만 인권을 강조하는거ㆍ 괜찮다고...
-
고1 학종 의대 2
8학군 입시 좀 아시는 분.. 저희학교 1.4x 이내는 학종으로 인설의 다...
-
이명박을 좋아함
-
나름 괜찮은 학교의 원하는 학과를 걸어두고 와서 그런지 가장 정신 차려야 할 시기...
-
대성 올해강의 1
대성패스 끊어놓고 다운로드해두면 내년에도 볼수있음...? 중간고사 끝나고 올해꺼...
-
막전위 유형이란, 여러분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될 킬러 유형입니다. 다른 말로는 신경...
-
서울대 높은 공대(전정, 컴공 등) 목표로 하면 어느 정도 성적을 받아야...
-
덜고인과목뭐임? 5
물리1 or 화학1? 이유좀 알려주새요 그나마 나은거
-
걍 병신 틀딱새끼들 모여서 수능 문제 ㅈ도 모르면서 “교육과정외 문제 출제함!!!...
-
도플갱어 뭐지 4
재종 조퇴하고 본가 와서 스카 가려고 버스 탔는데 내 앞 또래 남자애 두명이 나랑 똑같은 착장임
-
수학잘하시는분들~ 15
Sin(@+30°)이런거각변환하는거고딩때배우나요?기억이잘나지않네요^^;;
-
기억이 흐릿한한데 맞나요? (4)번에서 2t0=g'(t0)/f'(t0)...
-
대성 그럼 창무 호훈 범준으로 변증법적 수학공부 ㅆㄱㄴ이네
-
동일자 불가분성의 원리(Indiscernibility of Identicals),...
-
원가 5900인데 10월 40퍼할인+네이버10퍼할인시 3200원정도
-
나는 나는 왔다 왔다 달린다 달린다 고대에서 고대에서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자정진...
-
난이도 어떰? 1컷 예측좀
-
”중립국.“
-
X3
-
아주 열심히는 아니고 살짝 열심히 복기함
-
싱글커넥션.. 0
이해원n제 수1파트나 n티켓 s1 수1 이렇게 풀었을때는 많이 틀린게 없었는데...
-
과학 지역내에서(경기도) 제일 빡센학교에서 세손가락 안에 듭니다이번 중간고사가...
-
홍대 수리 후기 5
6모 원점수80 9모 92 나온실력 1-1,1-2 풀고 1-3에 로그씌우면서 혼자...
-
20살을 이렇게 날리다니... 에이징 커브도 몸소 체험 중 ㅜㅜ
-
시립대 논술 29
님들아 시립논이 그리 쉬웠음?? 암만봐도 작년보다 훨씬 어렵고 23기출이랑 비빌만해...
-
몸이 많이 힘든가봄 ㅠㅠ 그래도 공부를 놓을순 없다
-
티원 blg네 0
맞을 준비...
-
일단 본인은 컴공이 더 가고싶긴함..
-
대학가자.....
-
수시 접수 후 진학사에서 1등 뜨긴했는데 붙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여러분이라면 어디가시나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