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rdaze [90549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3-15 18:01:01
조회수 41,921

서울대 의대 정시 면접 질문, 늦은 후기 – 2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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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rdaze 님의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

구분 표점
한국사 - - 1
국어 140 100 1
수학 가 131 99 1
영어 - - 1
지구과학1 69 98 1
화학2 67 98 1
실지원 학과
대학 학과 점수 순위
가군 서울대 의예과 403.728 -
나군 연세대 의예과 716.333 -
다군 순천향대 의예과 1,008.440 -

고려대 의대 정시 면접 후기

https://orbi.kr/00028568990



안녕하세요! 2020학년도 수능을 응시한 20살 남학생입니다.

오르비에 글 쓰는 건 처음이라 인사말 적기 어색하네요 ㅎㅎ


정시 전형 기간이 끝난 지도 오래 지났는데 이 글을 굳이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심심하기도 하고, 나름 오래 전부터 써보고 싶었고 기록 남기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정시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MMI 면접 기출문제집 판매 글은 있어도 면접 후기 글은 거의 없더군요.


의대 정시 면접 대부분이 P/F기 때문에, 조선대 면접처럼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면 ‘웬만해선 면접 때문에 떨어지진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누군가는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주변에서 괜찮다고 해도 중대한 일을 앞둔 수험생은 걱정이 되고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20학번 이후의 수험생 분들은 따로 돈을 쓰지 않아도, 인적성 면접이 대충 어떤 식으로 치러지는지 알고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후기를 작성합니다.



(교육관 사진이 안 돌려지네요..)

면접은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혜화역에서 내려서 금방 도착했고, 건물도 입구 근처에 있었습니다. 선배님들이 간식 나눠주시는데 멋져보였습니다.

1층에서 수험표랑 신분증 제출하면 한 분이 엘리베이터로 4층까지 안내해 주십니다. 보통 입실 완료 10분 전에 도착해 있습니다.

의자 구조가 상당히 신기합니다. 레일 위에 있는데 앞뒤로 밀면 의자 각도가 바뀝니다.

저는 마지막 순서라 짐을 비닐에 넣고도 다른 사람들 나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면접은 2층에서 진행됩니다. 해부실 등이 보였는데 살짝 음산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5분 가량 제시문을 읽는 동안 물과 종이컵이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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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1. 병사들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


2. 남북전쟁 중 셔먼 장군의 말을 경청하는 링컨


3. 전투 도중 자신의 중상을 알리지 말라고 하는 이순신 장군



[면접]


Q1. 세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공통되는 단어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세요.

A. 첫 번째 사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사진은 추운 겨울날, 나폴레옹이 직접 선두에 서서 병사들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건너는 장면입니다.

그 다음으로 두 번째 사진은 링컨이 남북 전쟁 도중 셔먼에게 상황을 보고받는 모습입니다.

세 번째 사진은 노량해전 중 이순신 장군이 총탄에 맞은 상황에서, 아군에게 혼란이 올 것을 우려하여 장수들에게 자신의 부상을 알리지 말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세 사진에서 공통되는 단어가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세 명 모두 집단을 이끄는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Q2.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는 팀원에게 명령을 내리는 리더가 아닌, 팀원들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여 절충안을 도출하고, 구성원들의 장점을 파악하여 능력을 이끌어내며, 구성원들과 같은 위치에서 일하며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입니다.


Q3. 그러면 학교 생활 중에 그런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A. 2학년 때 주제를 하나 정하고 탐구활동을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때 실험 주제와 방법에 대한 의견 충돌이 있어 이를 중재했고, 조원들의 장점에 따라 역할을 부여한 적이 있습니다.


Q4. 사진의 세 사람 중에서 본인이 말한 리더와 부합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A. 두 번째 링컨이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군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계급이 낮더라도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구성원과 같은 눈높이에서 팀을 이끌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세입니다.


(여기부터 제시문 무관 질문 뉘앙스)


Q5.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A. 제가 존경하는 인물은 이국종 교수입니다. 이국종 교수는 높은 위치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 현장에서 의사들과 함께 직접 수술을 집도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뛰는 세 번째 이순신 장군과도 유사하며, 제가 앞에서 언급한 현장에서 직접 뛰는 바람직한 리더와도 부합합니다.


Q6. 그렇다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요?

필자 : 반면교사요...?

면접관 : 반면교사는 나쁜 행동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인물을 말합니다.

필자 : 아,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면접관 : 네.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하고 답변하세요.

... (약 10초 후)

A. 제가 생각하는 반면교사는 선조입니다. 선조는 왕이라는 위치에 있었지만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도망가기에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분조로서 활약한 광해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견제했습니다. 이는 바람직한 리더의 자질과 반대되는 것입니다.


Q7.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A.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즐기자’라는 말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한 번 사는 김에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남을 돕고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삶이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의과대학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본래는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화학공학과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을 현장에서 직접 돕는게 옳다고 생각해 의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의과대학에 지원했습니다.


Q9. 그렇다면 많은 의과대학이 있는데, 그 중 왜 우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지원했나요?

필자 :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 (점수 생각을 억누르며, 약 30초 후)

A. (대충 서울대 의대가 가장 우수하다는 몇 글자) ... 그리고 제가 미래에 연구직 쪽의 진로를 정할 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 수준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의학의 큰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10.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게 ‘이런 걸 가르쳤으면 좋겠다’라거나, 바라는 것이 있나요?

A. 모든 의과대학에서 공통적으로 의학을 가르치므로, 앞서 말했던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인 인성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11. 3학년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비어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TMI)

A. 아, 1학기가 끝날 쯤 담임선생님께서 연말에 한 번에 입력하신다고 하셨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제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춰 훌륭한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0초~1분 간 침묵)


면접관 :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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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사진)을 제공받자마자 여러 단어가 생각나고 나름 질문도 잘 예측했습니다만, 반면교사 뜻을 되물었을 때나, 의대/설의 지원한 이유를 물을 때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 동기 조차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니...


면접 후 1층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책상 없이 다들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과자가 많았는데 눈치 보느라 많이 못 먹은 게 아쉽네요.


면접이 끝나면 몇몇 분들이 와서 하나님(?) 홍보를 하십니다. 저는 얼떨결에 그냥 넘어갔는데, 아무튼 조심하세요.


떨어질 걸 알고 가서 오히려 준비 없이 편했지만, 면접 내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2021학년도, 그리고 그 이후에 수능 보시는 여러분은 꼭 좋은 대학 가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avid_-_Napoleon_crossing_the_Alps_-_Malmaison2.jpg

https://en.wikipedia.org/wiki/The_Peacemakers#/media/File:The_Peacemakers_1868.jpg

https://widerstand365.tistory.com/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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