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몽(박희성) [13610] · MS 2018 · 쪽지

2010-11-19 02:49:32
조회수 15,972

11 수능 외국어 총평 및 26번 문제(정답률 13%)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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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능 치르신 모든 분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수능이라면 지긋지긋하겠지만, 이제 곧 수험생이 되시는 학생들은 이번 수능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수능 보고 왔는데 또 수능 분석까지 보고싶지는 않다...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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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 수능 외국어영역 총평




올해 교육부와 평가원이 뻘짓을 좀 많이 했습니다. EBS 반영율을 70%까지 늘린다고, 실제로 EBS 문제집에서 지문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쉬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문 내용이 머리속에 남아있다보니 평가원 시험에서 지문을 보자마자 몇 초만에 풀 수 있었다고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EBS지문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정답률이 대체적으로 올라가지만, 평가원 측에선 변별력은 확보를 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타개책으로 몇몇 특정 문제를 "매우" 어렵게 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몇몇 문제는 대부분 빈칸추론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봐 왔듯,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이 변별력을 위해 출제한다는 문제가, 지난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선 정답률 21% (28번)이 나오더니, 이번 수능엔 무려 정답률이 13%에 불과한 문제(26번)가 출제되었습니다. 이것은 역대 수능 외국어영역 사상 최하의 정답률입니다. 정답률이 13%라면, 이것은 열심히 공부한 상위권 학생들이 풀어서 맞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풀려고 시도했던 학생들은 다 틀리고, 대충 찍은 학생들이 어쩌다 맞힌 셈입니다.




이런 몇몇 문제들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대단히 어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몇 개의 문제들을 제껴버리면 나머지는 문제들은 다소 쉬운 편입니다. EBS 지문을 반영해서 쉬운것도 있겠지만, 그냥 풀더라도 문제 자체들이 다소 쉽게 출제되었습니다. 즉 변별력 문제를 아예 제껴버리고 풀었다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작년보다 올해 수능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변별력이 높은 몇 개의 문제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다 어려운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말이지요. (올해 수능 정답률은 좀 더 집계를 해 봐야겠지만, 지난 9월 평가원의 경우 빈칸추론을 제외하면 정답률 평균이 무려 77%입니다.)

이것은 작년 수능과 올해 등급컷을 비교해보면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1~3등급까지는 작년 수능에 비해 등급컷이 내려갔습니다. 즉 상위권 학생들에게 이번 수능은 어려웠다는 뜻이지요.




1등급컷 92 -> 89 (-3)
2등급컷 85 -> 82 (-3)
3등급컷 75 -> 74 (-1)




그런데 수능이 전체적으로 어려웠다면 등급컷이 다 내려가야 하는데.... 4등급 부터는 등급컷이 오히려 오르기 시작합니다.




4등급 64  -> 66 (+2)
5등급 50  -> 54 (+4)
6등급 37  -> 41 (+4)
7등급 28  -> 31 (+3)
8등급 21  -> 22 (+1)




즉,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이번 수능이 쉬웠다는 의미입니다.





EBS 70% 연계와 비상식적인 난이도의 문제, 이런 특징이 초래한 가장 큰 부작용은, 몇몇 중하위권 학생들 점수가 폭락하는 현상입니다. 이번 수능은 중위권 학생들에겐 오히려 쉽게 느껴져야 하는데, 전략적으로 풀이하는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어렵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즉 변별력 문제를 무리하게 풀려고 시도하다 거기에서(빈칸추론 24~29번에서) 시간을 다 날려먹고 뒤쪽의 쉬운 문제들을 손도 못대고 틀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시간이 부족하여 전체적으로 급하게 푸느라 체감 난이도도 엄청나게 높게 느껴지고, 천천히 풀었다면 오히려 다 맞힐 수 있었는 쉬운 문제들을 급하게 푸느라 틀리거나, 아예 다 풀지를 못해서 점수가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몇몇 안타까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4~8등급컷이 상승한 것을 보아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쉬웠고, 1~3등급컷이 하락한 것으로 보아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어려웠다고 봐야겠지요.






2. 26번 문제 해설




26번.jpg




지난 9월 28번(21%)을 넘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답률(13%)의 문제입니다. 세밀한 분석은 12월에 출간될 독해기술 개정판에 들어갈 것이고, 여기에선 대략적인 분석을 우선 제시합니다.






1.


빈칸이 포함된 문장을 먼저 설명합니다.




1) 보통 대부분의 학생들은 execute를 '실행하다'라는 의미로, 간혹 깊에 공부하는 학생들은 '처형하다' 정도까지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execute에는 '(목적·직무 따위를) 수행[달성, 완수]하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executed purpose를 '실행된 목적'이라고 직역하더라도 '달성된 목적'이라는 본래 의미를 어느정도 파악은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2) 그런데 a transaction이후로 많은 학생들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be balanced against가 해석이 안 됐을겁니다. be balanced against를 '~에 대항하여 균형잡힌'이라고 해버리면 도무지 의미가 감이 안 잡힙니다.




balance A aginst B를 직역하면 'A를 B와 균형맞추다' 정도가 되고, 여기에서 나오는 실제 의미는 'A와 B를 비교해보다'입니다.


A와 B의 장단점이나 중요성에서 균형읆 맞추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비교해봐야 하니까요.




3) 그리고 'resulting assets' 이것도 해석이 잘 안 됐을겁니다. result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assets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서 발생하게 되는 assets' 이란 의미인데, 이런 것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assets은 '자산'이라기보다는 '이점'이란 의미인데, 그냥 '자산'으로 해석하더라도 이 부분에서는 큰 무리는 없습니다.


 


1)~3)을 조합하면 이 문장은 이런 의미입니다.




"요약하자면, 달성된 목적이란 하나의 거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거래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 노력과 그 결과로서 발생하는 이점이 서로 비교된다."


 


여기까지 해석이 되어야, 즉 빈칸이 있는 이 문장의 의미가 일단 대강이나마 파악이 되어야 문제를 풀 수가 있습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1)~3)을 파악할 수 있었느냐가 이 문제를 맞히진 못했더라도 그나마 '풀었다고' 할 수 있느냐, 아니면 애초에 내용 파악이 안 되어 대충 아무거나 찍었느냐를 구분하게 됩니다.




이제 답을 찾으려면, 빈칸추론에서 언제나 그렇듯, "재진술"이 핵심입니다. 여기선 첫 문장의 재진술이 빈칸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첫문장도 구조가 만만치 않지요? 빈칸 문장과 첫문장의 재진술 관계를 파악하는게 핵심인데, 첫문장이 해석이 안 되고 빈칸 문장도 해석이 안 되니 13%라는 정답률이 나온 것입니다.






2.


첫문장에서 주절, 즉 "the quicker and easier it is brought about the better" 이 부분은 the+비교급, the+비교급 구문인데요, quick과 easy가 여기서 부사로 쓰인 것을 파악하지 못하면 구조가 잘 안 보입니다. bring about이 '야기하다'라는 의미인 것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구요.




It(=a certain result) is brought about quick and easy. : 결과가 빠르고 쉽게 나타난다.




이런 형태를 the+비교급, the+비교급 형태로 만들어서,



 


The quicker and easier it is brought about, the better (it is). : 결과가 빠르고 쉽게 나올수록 더 좋다.




이런 형태가 된 것입니다. the+비교급 뒤에 나오는 S+V가 it is일 땐 이렇게 생략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이제 재진술 관계를 생각해 봅시다.




빈칸 문장의 resulting assets은 바로 첫 문장의 a certain result을 재진술한 개념이며, 이것이 또 executed purpose와도 같은 개념입니다.




가 령 "외국어 만점"이라는 것을 목적(purpose)으로 하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해 봅시다. 그러다보니 마침내 "100점" 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100점은 첫 문장에서 언급한, 우리가 야기하고자 하는 '어떤 특정한 결과(a certain result)'이고, 빈칸 문장에서 말하는 '달성된 목적(executed purpose)'이며, 또 이 100점이 곧 '결과로서 갖게된 자산(resulting assets)'이지요.




빈칸 문장의 의미는,


이 100점(executed purpose)를 위해서 우리가 어떤 거래를 한다는 의미인데, 그 거래가 무엇이냐 하면


'100점을 달성하기 위해 쓰인 시간과 노력 (the time and energy spent on the execution)'



'노력한 결과 얻게 된 100점이라는 결과 (resulting assets)'


를 비교하는 거래라는 뜻입니다.




가령 노력을 50만큼 했는데 그 결과가 100이라면 좋은 결과인 것이고, 100만큼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50이라면 나쁜 거래인 셈이지요. (철학자들은 쉬운 것을 어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자, 그런데 이 '거래'에서 필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거래는 어떤 것이었지요? 첫 문장에서 이야기합니다. "결과가 빠르고 쉬울수록 좋다" 즉 필자는 노력을 조금만 하고도 결과가 많이 나오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답인 5번 선지의 내용입니다.




the former approximates to zero : 전자(노력과 시간)는 0에 가깝고,


the latter (approximates) to infinity : 후자(결과)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




(지 난 9월 평가원 빈칸추론에도 동사로 사용된 approximate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해석에 매우 중요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approximate를 형용사 '대략적인'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6/9 평가원 분석을 게을리했다는 뜻이지요.)




두 문장이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세요.




첫문장 : the quicker and easier it is brought about the better. 


(결과가 더 빠르고 쉽게 나올수록 더 좋다)


=


빈칸문장 : the ideal case is one in which the former approximates to zero and the latter to infinity.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time and effort가 0에 가깝고, resulting assets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이다.)








4.

마지막 문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수험생 중에 exact의 동사 의미 '요구하다, 강요하다'를 알고 시험장에 들어간 학생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지막 문장의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즉 노력은 거의 0인데 결과가 무한대가 되면)
목적은 오직 그 결실에 의해서 그 목적이 요구하는 노력을 정당화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면 결실이 좋으니까 노력을 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 문장에 있는 their fruits도 결국 다음과 같은 개념의 재진술이지요.


their fruits = resulting assets = a certain result = executed purpose








3. 마치며...




지 난 9월 28번 문제도 여러개의 어려운 심리학 원전을 짜깁기하여 해석이 굉장히 힘들었지요. 그런데 이 지문의 경우 J.L. Stocks라는 철학자가 1932년에 쓴 "The Limits of Purpose"라는 에세이의 일부를 단어 하나 안 바꾸고 100%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영국식 철자인 labour만 미국식 철자 labor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영어 원전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정형화되고 매우 잘 다듬어진 문장이나 글만이 아니라, 원어민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문장이나 글도 이해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몇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경향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깔끔하고 완벽한 형태의 문장이나 표현으로 다듬어지지 않고 진짜 영어다운 거친(?) 표현, 문장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이 런 것에 대비하기 위해선 우선 단어의 의미와 용법을 제대로 암기하는 것이 기본이요, 필수입니다. 가령 balance를 외울 때 balance A against B 라는 표현을 같이 암기해야 하고, approximate가 형용사(대략의) 뜻만 있는게 아니라 동사로 '가까워지다'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 그리고 exact가 형용사 '정확한' 만 있는게 아니라, 아예 다른 의미의 동사 '요구하다, 강요하다' 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 이런 것을 모르면 결코 제대로 독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리고 문법이나 구문 공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과서나 문법/구문책 예문으로 나오는 문장들만 익혀서는 매우 어렵고 추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하나의 '글'을 독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난이도의 시험에서 90점(대략 1등급컷)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95점 이상의 고득점(안정적인 1등급)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있다면 "성문 영미 명문선"과 같은 명문을 발췌한 책을 이용하여 독해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마도 여러분 집에 한권씩은 다들 가지고 계실 "성문종합영어"도 매우 훌륭한 교재입니다. 문법 부분은 한물 갔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성문종합영어에서 각 단원 끝에 실려있는 "장문독해"는 정말 좋은 명문들을 모아놓은 대단히 훌륭한 독해교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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