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계(reverse engineering)란 무엇인가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22703777
이번 편은 일단 공학의 한 개념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태 수능 국어에 대한 책 쓴다고 인지과학, 심리학, 전쟁사, 역사, 직업 등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문과적인 이야기나 컨셉을 자주 사용했었습니다.
아마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제가 수학도 건드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개념은 분명 공학적 개념이지만, 수능 수학에 써먹을 수 있는 생각입니다. 특히 '기하와 벡터'에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는 단어 그 자체로 설명이 끝납니다. 한글로 풀어쓰면 '거꾸로 생각해서 되돌아가기'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공학에서 설계는 시작점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매일 쓰는 샤프가 너무 잘 고장나고 불편해요. 그럼 개선을 하고 싶겠죠. 그래서 개선을 합니다. 재질이나 모양, 디자인을 좀 인체공학적으로 바꾸거나 보완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욕구와 목표설정을 시작해서 결국 제품으로 이어지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인간 세계에서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정도(正道)가 있으면 패도(覇道)가 있는 법. 이런 일반적인 공학 과정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로 역설계입니다. 어떤 만들어진 제품을 보고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아, 설계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겠구나. 대충 어떤 기술을 써서 개발한거구나 등등.
(일반적인 공학이 순차적으로 밟는 과정을 역설계는 거꾸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역설계는 악명이 자자합니다. 보통 안좋은 일에 많이 쓰이거든요. 기술탈취, 산업스파이, 특허침해 등에 자주 활용되는 사고방식입니다. 어떤 회사에서 신제품을 만들면, 그걸 가져가다가 거꾸로 뜯어보고 모방해서 비슷한 제품을 자기 이름대고 개발했다고 우기는 겁니다.
비슷한 일이 군수산업에서도 벌어집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개발한 무기를 함부로 아무대나 팔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전 한국에 최초로 도입된 스텔스기의 경우에도, 미국은 자국의 우방국에만 제공해줍니다. 함부로 상대방에게 팔았다간 신나게 분해당하고 분석당해서 기술탈취가 벌어지거든요.
(https://www.mk.co.kr/news/politics/view/2019/03/192122/)
그래서 보통 무기를 수출할때는 핵심기술이나 핵심부품은 빼고 다운그레이드해서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물건이 상대방 손에 들어간 순간 충분히 역설계를 통해서 모방하기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비싼 돈 들여서 뛰어난 기술 개발했는데 상대방은 그거를 거의 공짜로 모방해버리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뒤집어지겠죠?
보통 전쟁 중 상대방의 무기나 전투기, 병기를 노획하면 신나게 뜯고 분해합니다. 상대방의 물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장점을 흡수하려는 것입니다. 일본이 미국에서 구입해온 스텔스기를 태평양에 잃어버렸을때 미친듯이 찾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가져가버리면 미국의 기술을 고스란히 갖다 받치는거랑 똑같습니다.
(현대에서 뛰어난 무기들은 엄청나게 비싼 기술로 만들어집니다. 상대방에게 병기가 탈취당할 것을 우려해서 자폭한다던지 소각하는 것도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학생들은 수능 기출문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저는 이미 여러편의 칼럼을 통해서 기출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출제진들의 핵심 기술이 담긴 무기를 들고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그걸 분석해서 출제자들이 가진 기술을 유출(?)하는 것이지요.
수능 기출문제들을 통해 선생님들은 유추, 역설계를 합니다. 아 여기서는 뭘 물어보았구나. 그럼 이걸 원했던 거구나. 그렇다면 결국 출제진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문제를 낸거구나.
이렇게 얻은 핵심 기술(출제진의 생각, 관점)을 가지고 사설모의고사나 선생님들이 문제를 만듭니다. 최대한 수능 문제와 비슷한 좋은 문제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지금 제가 수능 국어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도 똑같습니다. 기출문제들을 살피고, 지문을 관찰해서, 출제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문제를 냈을지 역으로 상상하면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함수를 봤습니다. x에 5가 들어가면 10이 나오고, 6이 들어가면 12가 나오고, 8을 넣으면 16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결과를 통해서 역설계를 하면 최초의 함수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y = 2x 라는 함수를요. 이 함수에 똑같이 다시 x에 5넣고 6넣고 8넣으니 함숫값이 10, 12, 16이 나옵니다. 최초의 함수를 잘 유추한 것입니다.
이렇게 역설계 아이디어는 수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럼 수능 수학에서, 어떤 파트에 제일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저는 기하와 벡터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기하와 벡터 문제를 보면 뭐라고 합니까? 어떤 길이를 구하라, 넓이를 구하라 등을 요구합니다. 이걸 보고 여러분은 뭘 생각해야 합니까? 그 정답을 얻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역으로 유추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벡 문제에서 c의 길이를 구하라고 물었습니다. 그럼 뭘 구해야 c를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a랑 b를 구해야합니다. 그리고 나서 더 들어가는 것입니다. 다시 a와 b를 각각 구할려면 뭘 찾아야 하는지)
분명 이런 역설계 접근은 다른 수학 분야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바로는 기하와 벡터가 이런 사고방식을 활용하기에 최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마 기회가 된다면 이 칼럼을 시작으로, '역설계로 접근하는 기하와 벡터'라는 시리즈 물로 연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녕하세요 저는 수시 최저러 현 고2입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마더텅 수능기출 화작...
-
6모때 한번 2뜬 이후로 다시 못 올라가고 있네요...지금은 설맞이 풀고 있기는...
-
개인적으로 22독서 24문학 섞은거랑 점수 비슷할듯 현장에서 평가원이 드디어 정줄...
-
나도 모름 ㅆㅂ 좀 알려줘라 세상아
-
얼마나 못볼까
-
최저 왜이러냐
-
매너리즘인가 0
아니면 걍 지친건가
-
수학 0
세젤쉬 쎈 미친기분 시작편 수특 수완 현재까지 이렇게 한 상태이고, 남은 기간 동안...
-
응시한 3번의 수능에서 사탐은 틀린적 없는..
-
재수생들에게 10
재수생 여러분들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랄게요 본인이 순수하게 공부를 안 하거나,...
-
오댕이 5
-
그나마 정신적으로는 조금이나마 나아졌는데(공부유기) 0
걍 상황이 너무 개 좆같음
-
학교 선배가 6평 지사의+가형 96 9평 경북의+가형 100 수능 4 100 1...
-
기하 노베 0
내년 수능볼건데 지금 수1 2 노베이고 수 상 하 중학도형까지 거의 완벽하게...
-
안락사존나마렵네 0
아
-
공부 잘한건가?
-
바로 비킬러 독해임 특히 생1이 두번째 과목인경우 이번 9모 컷보니까 비킬러로...
-
이감 상상 바탕 한수 중 그나마 깔끔하고 쉬운 실모 있을까요? 위 4개를 제외한...
-
야메추 좀
-
쓴다면 어디를 써야할까요? 확통 기하는 못해요
-
요즘 드는 생각 8
다포기하고싶음
-
성적변화 레전드 6
현역(21수능) 반수 대멸망(22수능) 백분위 앞뒤자리가 바뀜.. 9월쯤에 다쳐서...
-
경북대의대 납치고 50컷 1.9 70컷 2.1 정도에 제 내신은 1.5인데 6모...
-
9모 67인가 그 언저리.. 대의파악에서 하나 틀리고 듣기 무슨 겁나 큰 라디오...
-
현역수능 74.2 재수6평 85.3 재수9평 88.3 재수수능 86 삼수6평...
-
팁 좀 알려주세요 그럼 복 받으실거임
-
수리논술만 간단하게 정리할께요 등급별로 나누기는 애매하고 본인이 생각할때 어느정돈지...
-
즐거운거도없고
-
보통 요즘 힘든편임?
-
전부 인서울에 시간텀은 1-2시간씩인지라 이동은 문제없긴 한데…. 혹시 해보신 분 계실까요
-
내가 다시 중딩 때로 돌아가면 수2까지는 돌려놓을걸… 시-이-발 나중에 동생...
-
그냥 애새끼수준 0
내 의지력은 딱 초딩 수준인거 같다 사회에서 성실성은 가장 기본값아닌가 여기서...
-
에휴좆같은인생뒤져야지
-
이상과 현실 4
-
수능까지 1일차 2
10시에 일어나서 밥먹고 버스타고 스카가느라 1시 좀 넘어서 공부시작해서 기분이 좀...
-
소원이없겠다 망할놈의영어
-
작년에도 9잘수망이었어서 9평을 잘 봐도 너무 불안함.. 0
작년 9평 22252 작수 34233
-
백날표본가지고이겨야한다이지랄해도 운빨로 딸깍한애한테 지네 기도열심히한다는소리임ㅇㅇ
-
의도치않은 1일 2실모.. 문제 해석하는데에도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게 느껴지는.....
-
?? 7
??
-
저사람들이 교복인줄어케암
-
내가 못가는 학교들이긴한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병신같고 좆같네
-
의료계 '증원 백지화' 강경하지만…"역풍 맞을라" 우려도 1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전공의 등 "공수표", "요식행위" 일축 증원 백지화...
-
고경 설곽 숭 세 가천 건대 이렇게 쓸라그랬는데 하나빼고 외대 어캐생각하심 기확...
-
깐머인생 종료.
-
노력 얼마나 하셨나요? ㄹㅇ 본 받고 싶음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
-
내일 점심 추천좀ㅇㅇ
-
자꾸 이런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ㅠㅠ 마지막입니다... 9
고민을 거듭한 끝에 6학종 쓰고 최대한 정시 매진해보려 하는데 현실적으로 얼마나...
역설계는 우리나라가 어떤나라보다 장난 아니라고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장난아닌 나라들이 많다보니 저 비싼걸 터트리고 다시 찾으려는 행동들이 이해가 가네요.
공학입문설계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네요 ㅋㅋ
북한이 SLBM을 만든것도 역공학을 이용했죠
ㅋㅋㅋ공학입문설계
Who are you? ㅇㅅㅇ
한잡대에서 반수해서 뀨뀨대 가셨읍니까? ㄷ
그건 아닌데 저희도 비슷한 과목에서 배운 적이 있어서요 ㅋㅋㅋ
아항...공학설계는 뭐 어느 학교나 다 배우니 ㅋㅋ
그렇게 이것은 2020수능 국어비문학지문에 등장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