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 쪽지

2018-07-31 05: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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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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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000일이 되는 날이다.


10,000이라니... 


기념일 숫자에 쉼표를 찍는것부터 어색하다.


그만큼 큰 숫자임이 실감난다.



대부분은 기념일은 연인과 만난 날을 세는 것 같다.


100일, 200일, 300일 등등...


그러나 대부분 백 단위이다.


10,000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숫자들이다.


가끔씩 천 단위의 기념일을 세는 사람도 있다.


몇 년전 오르비에 자신의 배우자와 처음 만난 지


5,000일이 되었다는 모 회원의 글이 생각난다.



이처럼 숫자의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날을 센다는 것은 공통적인 듯 하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바로, 


내가 부모님과 만난 지 10,000일이 되는 날이다.



10,000일 전 내가 부모님과 처음 만나던 날,


그 기쁜 순간에 


애석하게도 나의 온 몸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4.5kg의 우량아였던 나는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어깨가 걸리는 바람에 한참동안 나오지 못하여


사산의 위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살아서 세상 밖으로 나오긴 하였지만,


어쩌면 '부모님과의 1일'을 셀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나는 부모님의 곁에서 떨어져 인큐베이터 안에서 있었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보살핌속에서,


나는 건강상의 별 문제 없이 


오늘 부모님과의 10,0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기념일은 보통 헤어지기 쉬운 관계일 수록 자주 세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애인은 배우자보다 헤어질 확률이 높다.


애인사이는 마음이 바뀌면 상대적으로 쉽게 헤어질 수 있지만,


배우자와는 헤어지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고려해야 하니까...


그래서 애인과의 기념일은 100일, 200일, 300일... 이렇게 소소하게 잘 세지만


배우자와는 기본적으로 계속 같이 살게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세지 않는 것 같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더더욱 그렇다.


배우자는 결국 이혼이라는 절차를 밟으면 헤어질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어떤 절차를 걸쳐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부모님과 함께한 날을 세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그러나 상대방이 항상 곁에 있다고 해서 


이를 당연하게 느껴서는 안된다.


애인 또는 배우자 사이의 이별은 당사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의 이별은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나의 만남이 허락된 오늘,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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