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원 선택시 고려사항(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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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숲 #56634번째 외침:
2017. 10. 7 오전 7:19:27
대학원 가이드라인
연휴 기간 마무리를 자축하며.. 이공계 대학원 선택 시 고려 사항과 연구실 생활 팁 및 노하우에 대하여 도움 글 남깁니다. 전 연세대에서 학석박을 취득했고 유럽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후 현재 교수직으로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있습니다. 많은 연세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 대학원 강의때 본 내용을 정리한 슬라이드도 있지만, 이는 추후 기회가 되면 기고해보겠습니다.
[1] 대학원 선택.
① 대학원 입학의 이유?
이공계는 특히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학년 쯤 되면 전공을 보다 심화하여 배우게 되므로, 대부분 이때 처음으로 '갈까?' 라는 마음이 주로 들게 되지요. 수많은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됩니다만, 주로 아래의 범주에 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1. 전공을 보다 심화하여 배우고, 연구를 해보고 싶다.
2. 조금 더 좋은 직장에 혹은 좋은 직책으로 가고 싶다.
3. 졸업 후 취직이 안되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가고 싶다.
4. 남학생의 경우, 군대 피하려고 가고 싶다 (전문연구요원).
5. 그냥 미래에 뭐할지 몰라서 학생으로 일단 남고 생각해보고 싶다.
솔직히 많은 학생들이 1번을 이유로 진학하지는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2-5번까지가 대부분이지요 ! 저같은 경우도 2번에 더욱 가까웠습니다. 궂이 구분을 하자면, 1번은 정말 대학원 본질을 목적으로 입학하려는 것이고, 2-5번은 사실 대학원을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지요.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이던 입학 이후의 본인 태도는 1번이 되야 합니다. 단순히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듯한 답안으로 1번의 태도를 고수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공계 대학원 특성 상, 짧게는 석사로 2년 길게는 박사로 5-10년을 '연구'라는 것에 투자하여야 합니다. 만약.. 2번부터 5번까지가 목적이 되어, 위의 긴 시간을... 특히 박사라면 5년 이상의 시간을 버티기엔 굉장히 힘이 듭니다. 정확히는 단순히 눈앞의 위기만을 타파하기 위한 '도피'로 대학원에 입학을 하였는데, 오히려 더욱 막막한 미래와 우울함만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A라는 사람이 단순히 취직이 안되어서 도피로 대학원 박사 과정을 입학하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에게 대학원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곳이 아닌, 단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도구입니다. 때문에.. 하고 있는 연구도 흥미도 없을 뿐더러, 대학원의 긴 생활시간도 마음에 들지 않고 오직 바라는 건 '박사'라는 타이틀 하나 입니다. 결국 천천히 긴 시간이 지나 박사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좋지 못한 연구 성과, 많은 나이, 박사를 하고도 많이 부족한 전공 지식을 함께 얻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런 박사를 학사보다 고연봉을 주며 데리고 있으려고 할까요? 극단적인 케이스겠지만, 이런 경우 심하게는 취직이 안 될 수도 있고.. 되어도 투자대비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ex. 대학 학위 기간보다 직장 생활이 짧아 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차라리 다른 식으로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에 도전을 하는 것이 더 효율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항상 1번의 마음만을 가지고 있다해서 블루오션이 펼쳐지진 않습니다. 다만 1번의 마음으로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이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에는 확신합니다.
② 연구실 선택과 순서
자대 대학원이라면, 수업 때 교수님께 설명도 많이 들으실거고 혹은 학과 수업 중 랩실에서 연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수업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아니라면, 많은 대학 연구실들이 자체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연구 분야를 보고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에는 대부분 연구분야에 대한 설명과, 연구실에서 나온 연구실적물, 재학생 근황, 졸업생 근황 등이 나와있습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의 생활을 하는 만큼, 정말 자신이 배우고 싶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다루는 연구실을 들어가는게 당연히 좋겠지요? 입학 한 학기 이전 혹은 직전에 급하게 선택하지 마시고 긴시간을 두고 차분히 생각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학부 때 학생의 우등을 학교 간판과 학점으로 가린다면, 대학원부터는 이보다는 본인의 연구 실적인 '학술지 논문'으로 주로 평가 받게 됩니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이, 좋은 실적을 내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합니다.
대부분 대학원 입학은 1. 대학원 입학 면접 혹은 시험 2. 연구실 선택으로 이루어 집니다. 하지만... 자대를 가던 타대를 가던 이렇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반대로 연구실을 먼저 선택하고 지도교수님께 연구실 입학 허가를 받은 후, 반대로 대학원 입학에 원서를 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의외로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가고자 하는 연구실에 TO가 있는지, 그리고 그 연구실에서 하는 일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인지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위의 순서를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학 이전 연구실에서의 실제 경험인 '인턴'경험입니다. 단순히 홈페이지에서만 보는 것과, 교수님 설명을 듣는 것보다는 실제 생활을 해보며 느끼는게 더욱 와닿고 도움이 됩니다. 인턴을 통해서 진짜 이 연구실에서 주로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더불어 함께 생활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가족보다 더욱 오래 보며 지낼 사람들이니 이를 아는 것 역시 중요하겠지요. 때문에 반드시... 입학 이전 방학이나 학기 중에는 인턴을 꼭 하기를 권장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 연구실에서 인턴 경험이 없는 학생은 받지 않습니다. 학생을 위해서도 그리고 저를 위해서도요.
③ 석사 이후 박사? 혹은 석박통합과정?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석박통합과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석박통합이 더욱 짧은 시간에 박사학위를 얻을 수 있지 않나요?’ 개인적으로는 통합과정으로 석사 박사를 따로 한 경우보다 빠르게 끝낸 경우를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이보다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석사를 우선 마치시고 정말 연구라는 것이 본인에게 잘 맞는지 판단한 이후에, 박사를 도전하세요. 혹은 석사로 입학 이후, 진행하다가 석박통합으로 전환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많은 학교가 이와 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라는 것이 잘 맞지 않는데, 평생 대부분을 연구직으로 일해야 하는 박사를 받게 되면? 과연 행복한 삶 일까요? 그리고 그 대학원 생활이 효율적일까요? 아직 학부 때 까지는 연구라는 것을 접하지 못하므로.. 정말 연구가 개인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부 때 학점이 높다고 연구를 잘하지도.. 반대로 학점이 낮다고 연구를 못하지도 않기 때문에, 경험을 해보아야 압니다. 그러니 차근차근 석사 이후 박사를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석박통합 학생을 받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받을 계획 없습니다.
[2] 대학원 생활.
① 첫 논문은 무조건 빨리.
여기서 말하는 논문이란 졸업논문이 아닌 학술지를 뜻합니다 (SCI SCIE등 국제학술지 혹은 국내전문학술지). 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이를 말하는 것, 그리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것 모두 너무나 다릅니다. 후자로 갈수록 어렵지요. 학술지를 써봐야… 연구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진행이 달라집니다. 실험 연구자의 경우, 연구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실험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 다음 실험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연구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인지 등 수만가지 고려사항을 깨우치게 됩니다. 이는 반드시 본인 손으로 써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먼저 깨우치고 연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과의 차이는 엄청나게 됩니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반드시 첫 논문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학위를 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은 단순히 연구자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논문을 쓰고 있는 학생이라면 알겠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과학자면서도, 동시에 이 내용을 글로 잘 풀이하는 작가도 되야하고, 멋지고 연구내용을 확실히 나타내주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되야하고, 결과물을 잘 정리하여 최대한 부각시켜 표현하는 마케터 역시 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배우는 가장 빠른 과정은? 논문을 써보는 것 입니다.
제 경우, 저는 첫 논문이 상당히 늦게 나온 열등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써보며 이때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이후 연구를 보는 눈도, 논문을 작성하는 실력도 확연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② 논문을 쓰는 순서?
저도 그랬고, 대부분 많은 학생들이 모든 결과가 완성된 이후에 논문을 작성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결과가 완성이란 것은 우선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머릿 속에 생각만 한 것을, 실제 글로 풀이해보면 이상한 경우도 있고 더불어 생각할 때는 그럴 듯 했던 것이 실제 글로 적으니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증명하는 실험이나 결과가 어느정도 얻어진 후에는 반드시 논문 작성을 시작하길 권합니다. 쓰다보면, 무엇이 필요 없는 결과인지 그리고 어떤게 진짜 필요한 결과인지가 훨씬 명확해지고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단계는, 철저한 literature survey 이전 연구 조사 입니다. 본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미 수십년전 행해진 연구일 수도 있고, 혹은 얼마 전에 행해진 연구일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문헌 조사를 한 후 시작하세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과서 단계부터 모든 걸 공부하고 연구를 시작하겠다! 라는 생각 역시 좋지는 않습니다. 이러면…. 논문을 정작 쓰는 시작이 입학 이후 10여년이 흐를 때 일수도 있습니다.
③ 본인 연구 생활 습관
대학원에 들어오면 단순히 본인 연구에만 100%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종 연구실의 잡일도 해야 하고 (ex. 청소, 행사, 실험 물품 구입, 장비 설치, etc.), 프로젝트 일도 해야 하고 (ex. 정산, 과제 실험, 보고서, etc.), 수업도 들어야 하고, 정말 수십가지 일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오히려 공연히 자신의 졸업 주제에 대한 연구에 시간을 쏟는 것은 의외로 힘이 듭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졸업 주제 외에 다른 일만 주구장창 하고서는, ‘아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 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 말은 위에 언급된 다른 일을 기피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피하게 되면 연구실이 돌아가지 않으니 해야 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신의 주제에 대한 진행을 못한 경우, 아쉬워하거나 불안해 해야 정상입니다. 반드시 주당 몇 시간 이상 혹은 하루 얼마 이상은 자신의 학위 주제에 포커싱해서 일을 하는 습관을 꼭 가져야 합니다.
④ 학위 주제에 대한 주인의식
석사의 경우 학위 주제는 대부분 지도교수님께서 주십니다. 학부를 마치자마자, 어떤 분야에 대한 세부 주제를 학생 본인이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지도교수님께서 준 주제를 한다고 해서, 그 주제가 지도교수님의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본인이 주인이라는 의식과 반드시 내가 알아가야 한다는 주체의식을 가지고 접근하셔야 합니다. 쉽게 말해 보다 능동적으로 대하라는 이야기 입니다.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혹은 선배들이 알려주는 대로만 시행하고 생각을 멈추라는 게 아닙니다. 그분 들의 조언은 말 그대로 경험이 많은 분들의 하나의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염두에 두되,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키우셔야 합니다. 본인의 연구는 그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박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졸업 직전까지 교수님이나 선배들이 제안하는 주제만 선택해서 연구해서는 안됩니다. 본인 스스로 연구 주제 선정부터 끝까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지녀야 합니다. 왜냐면, 박사를 받고 나가서 할 일이 당장에 이런 것인데, 만약 이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앞으로의 삶이 꽤나 고달파 집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앞서 말한대로 석사 이후 박사를 하는게 좋습니다)
대학원 강의 할 때 2시간 이상을 강의하는 내용들인데, 그걸 다 언급하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져,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설명하려니 조금 엉성하네요. 대학원 입학을 고려하고 있거나, 혹은 입학한지 얼마 안된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글을 남겼습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보다 체계적인 슬라이드 역시 연숲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포닥 (Post-doctoral fellow)에 관한 내용도 기회가 된다면 기고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생활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중 제게 도움이 되었던 글들은, http://gradschoolstory.net/ 에 많이 있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최윤섭 박사님과 University of South Florida의 권창현 교수님의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학위 할 당시에는 위의 홈페이지가 없었고, 각 박사님 교수님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글을 보았었습니다.) 만약 제가 위의 링크를 학위 시작 전이나… 시작 직후 알게 되었다면 더욱 성공적인 학위 기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학위 기간을 거의 끝낸 후 알게 되며, 무척이나 공감하던 내용들이 수두룩하니 대학원 진학을 목표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방문해보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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