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무서움
게시글 주소: https://ui.orbi.kr/00012542691
수년간 굳어진 글씨체를 바꾸기 힘든 것처럼, 우리의 생활도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년간 만들어진 나의 못난 글씨체를 바꾸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야 내가 선망하는 그런 글씨체가 될 수 있을까? 1달 동안 좌충우돌을 겪으며 노력하면 나의 글씨체가 내가 선망하는 그런 글씨체로 변모할 수 있을까? 고작 1달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런 못난 글씨체에 20년이라는 시간의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쪽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20년동안 노력하여 얻게된 어떤 습관을 한 달안에 고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글씨를 못쓰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힘들 때마다 푸념하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변명하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러한 것들이 다 잘못된 것이라고 뒤늦게 깨닫고도 딱 거기에서 그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대로 살아간다. 노력하는 시간동안 살짝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미세하게 느껴졌을 지라도, 변화의 희망을 살짝 맛보았을지라도, 그 느낌만으로 원래의 익숙했던 습관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힘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이렇게 우리는 합리화하면서 원치 않게 원래의 모습대로 살아가게 된다.
공부를 못했던 학생들도 대부분 그냥 그대로 살아간다. 전교 1등하는 학생은 계속해서 전교 1등의 자리를 지키고, 전교 500등 하는 아이는 전교 500등의 자리를 줄곧 유지하게 된다. 꾸준히 버텨가면서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했던 학생은 날씨가 좋든 안좋든 상관없이 10시간 공부를 해내고, 하루에 1시간 공부했던 학생은 1시간 공부를 해낸다.
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우리는 수년간 굳어진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습관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달간의 노력이 '고작'이라는 말로 천시되더라도 그 '고작' 1달간의 노력을 강력하게 믿어야만 한다. 고작 1달이 2달이 되고, 고작 2달이 3달이 되고, 오로지 이 방법으로만 우리는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3이 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잘 버텨냈다.
재수생이 되고나서 지금까지 잘 버텨내고 있었다.
근데 요즘 내 모습은 왜 이런 것일까?
주변 대학 잘간 친구들이 부럽고, 괜히 부모님께 죄송하고,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에 치를 떨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2017년 1월부터 공부를 열심히하리라 다짐했었다. 1월 달에 강렬하게 품었던 마음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그라지고 그 사그라지는 마음을 틈타 얍삽하게도 지난 습관이 들어와 어느새 나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날도 더워 힘든 시기에 나는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더위를 핑계로
어느새 나는 유투브만 주구장창 보고 있고,
어느새 나는 페이스북 친구들 페이지를 몰래 기웃기웃거리는 것에 중독이 되었고,
어느새 나는 겔러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고3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계획만 세우고, 또 계획만 세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어느새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그 동안 처절하게 공부에 바쳤던 모든 시간이 허무해진 것만 같다.
날씨를 핑계삼아 예전의 습관으로 살짝 돌아갔을 뿐인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 커졌다.
나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17년 1월, 추운 겨울날 남몰래 훔쳤던 눈물을 떠올리며
그 때 그 시절의 마음가짐을 되찾아야 한다.
그 때 그 시절의 서러움을 꼭 기억해내야 한다.
지금 꼭 그래야만 한다.
흔들리면 안된다.
절대로 흔들리면 안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ㄷㅅ,ㅇㅋ,ㅇㄹㅂ,ㅍㅁㅎ,ㅅㅇㅅ,ㅅㅁㅎ등 걍 다 차단하고 공부만하는법좀ㄹㅇ...
-
키스 이틀치 연속으로 다 맞음....... 근데 국어는 감이 더 떨어지는중......ㅅㅂ
-
231112에서 아이디어를 떠오고 180921에서 교점 개수 아이디어를 따오긴...
-
이거 기복이 너무심해...
-
정법 유입된 과탐러가 많은거 같은데 등급 컷이 올라가거나 등급따기가 어려워졌다는게...
-
인간이길 포기한건가
-
Feedback & Summary 컨디션이 매우매우 좋았다. 휴대폰 사용량이 대략...
-
조회수 잘나옴??
-
https://youtu.be/KST80VRsdIU?si=euBJhGODRGfV-yF...
-
잘하면 잘할수록 이거 잘해서 어따쓰나 싶어요
-
그냥 티피컬한 문제 느낌 아니면서 계산량으로 밀어 붙이는 문제가 좀 있는거 같다고 느껴지는데
-
25 6평 국어 기조 스포없이 설명좀 해주실분 ...ㅠ 1
스포없이 부탁드려요ㅠㅠ 어쩌다가 수능을 보게 되었는데 25 6평 기조가 어떤가요?...
-
오르비에 어떻게 글올려요? 장래희망 후보중 하나가 기자인지라
-
어디서 풀어본 지문인데 어디 나왔었는지 아시나요? 더프나왔었나
-
이거 미분가능성이랑 도함수의 미분가능성 아시는 분은 댓글로 달아주세요ㅜㅜ
-
n수생 좋고수형님들은 7모따윈 안칠줄일았는데 꽤 치신듯요 거두절미하고 쌈뽕하게...
-
다만 저 요즘 문제는 잘 못풀겠더라고요.. 추억도 많은 곳이라 7모 28번...
-
저녁이나 야식추천 12
뭐먹지
-
저도 나름 방학 때 모 학원 멘토 조교 과탐 과목 했어서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오늘...
-
딱 박종민T 모의반 평균+2만큼 나왔는데 실력 어느정도로 보이나요..? 미적입니다.
-
제가 사탐 공대 목표라서 탐구를 사탐을 쳤는데 저기 사진에 보이는 제 총점은 변표...
-
그때는 이렇게 글 많이 안 썼을때임..(왜냐면 휴학하기전이라..) 새벽에 어떤...
-
국어 문제가 뭔가 어렵게 낼려다 맥빠지는 느낌이 강하던데 100이 뜰줄은 ㄹㅇ...
-
n서바 평균높네 시간 끄는 문항들 꽤 있었는데
-
박수홍 형수 눈물 "딸 너무 힘들어해, 정신과 치료 받는다" 4
방송인 박수홍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형수가 딸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
시발점 질문 0
시발점이랑 워크북 같이풀면 쎈 안풀어도되나요?
-
다른 오르비언분들 평가원 글씨체로 수학 문제 한 문제씩 만드는데 아이패드로 만들 수...
-
난이도는 6월 모의고사보다 더 쉬웠습니다. 열심히 학습하신 분들이라면 6월보다...
-
뭐가문제지 난? 에혀 씨발 걍
-
일단 저..
-
에플펜슬1 구매하려는데 며칠전까지만해도..17만원이었는데 왤케 싸졌나요??
-
옷샀는데 4
언제오지 오랜만에 맘에드는거봐서 바로삼
-
사문 13번 0
ㄷ선지에 갑국은 식탁에 오르지는 못했다고 해서 공존 아니라고 했는데 직접전파로...
-
수학 생명 백분위 96~97정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근데 국어 낮3~높4 지구...
-
예쁘면 됨.
-
이거 진짜 신기하네 그냥 제 수준의 직관에서는 당연히 연속이어야할 것 같은데...
-
수분감 수1 스텝2 앞에 진짜 존나 안풀리는데 유기해도 되나요,,, 남들따라 수분감...
-
쿄쿄
-
이차곡선 접선 미분으로 구하니까 뭔가 새로워요
-
아니 컴퓨터 공학부고 기계 공학부면 앱 개발 관련 비용 계산은 나보다는 지들이 더...
-
작년에 깔짝 강기분 찍먹해봤는데 칠판에 막 그림그리고 표 그린건 지문 설명하느라...
-
원래부터 뭔가 물리2 ㅈㄴ잘할거같은 포스였는데 ㄹㅇ 물리황이셨네 역시 물2는 디황
-
아내에게 성인방송 협박한 군인 남편 징역 3년‥딸 아버지 절규 3
[뉴스데스크] ◀ 앵커 ▶ 남편이 3년 가까이 아내를 협박해 성인방송까지 찍게...
-
내가본것중 단언컨대 최악이다 댓글로 반박받음 히든카이스
-
이거 갑자기 기억이 안나서 막 쳤는데 5번 틀림 이러면 영구적으로 못들어가나요...?
-
[소개] (모두 현장 응시)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 5등급 2022학년도...
-
N티켓 Day 1일치(8~10개) 4규 10문제 확통 4점 10~15개면 적은가
앞으로 남은 기간 이 다짐 굳게 지키길 빕니다
사족: 저 고2때 글씨 교정 연습했는데 생각보다 잘 바뀌어요. 옆에서 지적해주는 사람 있으면 두달 안에 글씨체 바뀜.
어쨋든 공감되네요.. 저도 요즘 많이 흐트러진 기분...